농약·비료업계는 적자에 울고 농기계업계는 수출 호조로 웃고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이한태 기자, 서정학 기자] 

농산업계는 올 한해 농기계업계가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선전한 가운데 농약(작물보호제)과 비료업계는 울상을 지었다. 특히 비료업계는 농협의 가격인하로 만성적인 적자의 늪에 빠졌으며 농약업계 역시 농협의 가격인하가 지속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종자업계의 경우 수출실적이 증가했다.

■ 농기계

-내수시장 확대·수출 11억달러 돌파…완만한 '상승세'

올해 농기계업계는 내수시장 확대와 수출 11억 달러 돌파 등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 내수시장 4.4% 늘어난 2조3500억원대

올해 국내 농기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대비 4.4% 늘어난 2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정부지원 융자실적도 농기계공급 정책의 다양화 및 확대와 더불어 농협의 환원사업 확대 등으로 9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종별로 보면 대형기종인 트랙터, 콤바인, 승용이앙기의 공급이 확대됐다. 트랙터의 경우 49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형급(51~60마력) 트랙터에서 지난해대비 26.6%가 늘어났는데, 이는 경제형 농기계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대형급(71~80마력)에서는 14.7%가 증가해 중형급과 중대형급이 트랙터의 주 공급규격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미하지만 31~40마력은 22.5%가 감소하는 등 마력별로 등락의 차이를 보였다. 외국산의 공급비율은 금액으로는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28.5%를 기록했다.

콤바인은 전체 수량이 3.8% 증가했지만, 금액은 10.1%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해 1710억원대를 나타냈다. 규격별로는 6조가 수량이 18.7% 증가했으며 다른 규격은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콩 수확 등 밭작물 수확을 위한 보통형 콤바인의 경우 수량은 미미하지만 금액이 37% 증가했다. 승용이앙기는 840억원으로 4.6% 증가했는데 외국산이 65.2%를 차지했다.

중소업체를 대표하는 작업기의 경우 830억원으로 지난해대비 2.4% 감소했다. 트랙터 공급이 증가했음에도 작업기 공급량이 감소한 것은 임대농기계 공급 확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품종 소량이 특징인 밭작물기계는 공급수량은 많지는 않지만 정부의 밭작물기계화 정책지원 및 업계의 다양한 품종에 대한 기계 개발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 수출 11억달러 돌파…4억3651만달러 흑자

농기계·자재 수출은 3분기 현재 8억8900만달러로 지난해대비 19.2%가 증가해 지난해에 이어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올해 말에는 농기계·자재 수출이 11억달러를 돌파했다.

국가별로는 여전히 미국시장이 수출의 54%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고, 대부분의 농자재를 수출하는 우즈베키스탄이 지난해보다 대폭(690.5%) 증가한 4924만달러를 기록해 수출 2위 대국으로 부상했다. 앙골라는 대동공업에서 신 시장개척으로 트랙터를 수출하는 등 3831만5000달러를 기록해 수출 4위국으로 부상했다. 이어 일본이 지난해대비 169.2%가 증가한 3205만7000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활용한 농기계 수출은 동남아국가 및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에 많은 기업들이 현지 전시 참가 및 바이어 발굴에 노력하며 수출시장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종별 수출은 트랙터가 4억9321만1000달러로 55.5%를 차지하고 있고, 부품이 1억4688만1000달러, 시설기자재 등이 1억608만6000달러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작물보호제(농약)

-농협 가격인하·PLS 전면시행 여파…제조사 '매출부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많은 제조사들이 매출부진에 허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8개 제조사 가운데 지난해보다 실적이 나아진 곳은 경농, 신젠타코리아, 동방아그로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목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목표를 달성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에 따라 8개 제조사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대비 787억원(6%)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 목표대비로는 1379억원(10.2%) 가량 미달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농협의 가격인하,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전면시행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다만 그나마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3곳은 올해 출시해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캡틴’ 유제(경농)나 신물질 종자소독제로 관심을 모은 ‘미래빛 듀오’ 액상수화제(신젠타코리아), 신규계통의 교차저항성이 없는 나방약 ‘알지오’ 유현탁제(동방아그로) 등 신제품이나 신규물질이 적용된 제품의 선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PLS 전면시행으로 제품별 판매 양분화 현상도 나타났다. 단제나 적용등록이 많이 된 제품 등으로 수요가 편중돼 각 사의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규모 업체들은 지난해대비 3.3% 가량 매출이 증대되는 등 소폭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목표대비는 올해 목표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던 탓에 9% 이상 초과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작물보호협회 출하량 자료에서도 전체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약 8.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출하된 작물보호제는 1만574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229톤 보다 1484톤이나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LS의 여파도 심각하지만 농협의 가격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최소한의 인상요인조차 반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조가 계속되면 업체들의 국제 경쟁력 저하를 넘어서 존폐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종자

-채소종자 누계 수출액 8.6% 늘어…본격적 수입원 다각화 움직임

올해 종자업계는 수출 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좋은 실적을 거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채소종자 누계 수출액은 4756만8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78만9751달러 대비 8.6% 늘었다.

이와 관련 국내 종자 수출액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는 농우바이오의 경우 이란 등 중동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고, 인도와 터키, 중국 법인 등의 매출도 지난해 대비 늘어 수출액 증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팜한농은 무와 배추 등의 종자수출이 늘어 지난 10일 기준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종자 누계 수입액은 지난달 기준 6678만98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 증가해 큰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아울러 올해 국내 종자업계에선 본격적으로 수입원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농우바이오의 경우 지난달 팜한농의 상토사업 일체를 양수한 바 있다. 농우바이오는 팜한농의 상토 브랜드와 상토사업 부문 인력을 그대로 인수, 기존 농우바이오 상토 시장 점유율 5%를 12%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익성 제고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농우바이오는 올해부터 친환경 농자재 ‘바이오차(Bio-Char)’를 본격 공급, 이달까지 약 47만포를 공급해 새로운 수입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아시아종묘도 지난 8월 경기 하남시에 도시농업에 필요한 자재를 다양하게 구비한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을 개점, 종자와 함께 도시농업 관련 농자재 공급을 통한 수익창출을 도모했다.

■ 비료

-적자누적…농협 계통구매 적정가격 요청

무기질비료업계는 올해도 영업이익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남해화학, 조비, 카프로, 팜한농, 풍농, 한국협화 등 6개 회원사의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 9월 기준 45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비료 매출이 급락하는 시기인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비료협회 회원사의 올해 영업이익 적자는 지난해 적자 약 694억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회원사의 비료 공급량이 88만6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음에도 적자폭은 더욱 커진 것이다.

이에 무기질비료업계는 이달부터 시작한 농협과의 비료계통구매 입찰 과정에서 제조원가를 반영한 적정가격을 책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물비료(유기질·부숙유기질비료)업계는 올해 여러 제도의 변화와 매출액 소폭 하락을 겪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혼합유기질·유기복합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비료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을 확정 고시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일반퇴비와 가축분퇴비 등 부숙유기질비료를 공급하는 업체에 대한 지역별 차등지원이 가능하도록 ‘2020년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시행지침’이 개정됐다. 이로써 부산물비료업계는 새로운 원료 투입으로 인한 수익성 변화와 시장점유율 변화 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농협 경제지주를 통해 공급된 부산물비료 물량은 이달 25일 기준 290만2000톤, 매출액은 6624억원으로, 지난해 301만9820톤, 6926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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