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흙살림 대표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사료관리법은 동물 먹이를 관리 하고 비료관리법은 식물의 먹이를 관리하는 법이다. 그런데 사료관리법과 비료관리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료관리법은 사료 포대에 ‘사료 원료는 공장 사정에 따라 배합 비율이 변경될 수 있다’라고 표시돼 있다. 무척 합리적이다.
그러나 비료관리법에 따른 퇴비의 포장지에는 윈료명과 배합 비율을 표시하도록 강제돼 있고, 배합 비율은 모두 정량으로 표시된다. 또한 그 기준이 건물기준인지 부피기준인지의 여부조차 특정돼 있지 않다.
비료관리법에 적용되고 있는 부산물 비료(퇴비)의 경우 원료는 대부분 축산부산물(축분), 농업부산물(쌀겨, 왕겨), 임업부산물(톱밥)이다. 이들 부산물은 공정규격 조차 없어서 수분 함량이나 비중이 그때그때 다른 것이 현실이고 무게단위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부피기준으로 유통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보증 규격도 없는 원료들을 법이 정하는 표시규정처럼 정량으로 넣는 것은 불가능하고, 설사 정량으로 넣는다 하더라도 퇴비의 품질을 보증해주지도 못한다.
또한, 퇴비공장의 등록 요건에도 원료 혼합 전 정량화 할 수 있는 시설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정량화시설을 갖춘 퇴비장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는 퇴비원료의 정량화한 혼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으며, 전문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의 연구결과도 현행 퇴비의 배합비율 표시가 정량으로는 불가능해 개선돼야 한다고 내놓은바 있다. 퇴비의 보증성분은 배합비율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공정규격으로 관리하고 있으므로 배합비율 표시가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기우에 불과하다.
실제 해외의 경우에도 부산물 비료의 원료배합비를 표시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에는 분석 가능한 비료성분만 표시할 뿐 원료배합비를 표시하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퇴비원료의 배합비율을 표시하지 않고 주원료와 성분으로만 표시하고 있다. 베트남 또한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지 않다. 즉, 국제적으로 퇴비의 원료 배합비율은 표시하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이 비료관리법을 통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배합비율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으면 기소하고, 처벌하고 있는 게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풍경이다. 비의도적인 불법으로 인해 선의의 비료 업자들의 피해가 양산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법을 위반하면 소비자 기망에 해당되어 사기에 해당된다. 특별법인 비료관리법 보다 더 무서운 사기죄로 처벌 받는 것이다.
또한 배합 비율은 기업으로 보면 좋은 비료를 만드는 노하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노하우를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리는 법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의 폭력 앞에 힘없이 쓰러져간다. 비료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퇴비의 ‘배합비율’ 표시 조문은 삭제되어야 하고, 사용자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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