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급물살…사전준비는 미흡
국민 ‘공감대’·어업인 ‘인식’ 더해야
공익적 기능 검증과 대가지불개념 도입위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의무이행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수산분야의 공익직불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충분한 사전연구와 국민들의 공감대형성, 이행점검 수단의 확보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연안어선.

문재인 대통령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산분야의 공익직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익직불제가 수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은 지난해 12월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도입을 위한 수산직접지불제 시행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적 근거 확보를 위한 노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는 수산업·어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공익직불제를 위한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터라 제도의 시행에 앞서 사전준비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수산분야의 공익직불제 논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上)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추진현황은

(下) 공익직불제 도입을 위한 정책과제

# 20년 논의한 농업 VS 개념정의만 끝낸 수산업

‘20년 논의된 농업의 공익적 기능 논의에 수산업이 떠밀려가는 형국.’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현재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논의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한다. 공익직불제 논의는 수산업계 내부에서 수산정책과 수산업·어촌의 문제점을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대안적인 정책수단이 아니라 ‘농업이 도입하니 우리도 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실제로 공익적기능과 관련한 논의는 농업계와 수산업계 사이에서 엄청난 격차가 있다. 농업계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왔다. 또한 공익직불제 논의 역시 8개의 순직불제예산사업이 가진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과 공익직불제 논의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수산분야에서는 ‘공익적 기능’을 정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에서야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이 ‘우리나라 수산업 어촌의 공익적 기능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공익적 기능을 정의한 것이 전부다. 수산업의 순직불예산사업은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하나인 상황으로 기존 직불제의 개선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전논의와 검토가 부족한 ‘미투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수산업 공익적 기능, 공감대는 ‘글세’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논의에서 빠진 부분은 납세자인 국민들과 어업인의 공감대다.

이제까지는 수산업계조차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과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 역시 크게 부족했다. 국민들 역시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수산업·어촌을 지원할 지에 대한 공감대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어업인들이 공익직불제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수산업계에서는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공익적 기능’을 위한 의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양생태계 보전이다. 어업인들은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자원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인식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법령에 따른 규제를 지키는 것은 공익직불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산자원은 공유재로 이를 보호하도록 하는 정부의 규제를 이행하는 것을 ‘공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농업은 사유재산인 농지에서 이뤄지는 농약살포 등의 행위를 ‘공익’을 위해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직불제가 타당성이 있다”며 “반면 수산업은 공유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으로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배타적인 이용권을 부여받은 어업인들이 당연히 이행해야하는 의무이지 공익직불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산분야의 공익직불제는 국민들의 공감대는커녕 수산업계 내부에서도 공통적인 인식이 확립됐는지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공익직불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수산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물음표 그려지는 이행점검 수단

공익직불제의 이행점검수단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농업은 육상에서 이뤄지는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행을 점검할 조직을 갖추고 있어 공익직불제에 따라 부과되는 의무의 이행점검이 비교적 용이하다. 반면 수산업은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다 해수부는 충분한 조직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해수부가 밝힌 공익직불제도는 수산업이 가진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산자원보호, 친환경수산물 생산 등 공익적 의무를 이행하는 어업인을 지원한다.

실제로 농업의 공익직불제 이행점검을 맡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본원과 시험 연구소, 9개 지원과 121개 사무소를 갖추고 있다. 현재 지급되고 있는 조건불리지역 수산직불금은 각 지방의 해양수산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어업인의 수가 농업인에 비해 훨씬 적긴 해도 이행점검을 위한 충분한 조직과 인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행점검 기준을 수립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다. 공익직불제의 이행점검을 까다롭게 할 경우 직불금보다 행정비용이 더 많이 투입,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행점검 규정을 완화하게 되면 직불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저하, 제도의 존립마저 흔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공익직불제의 성과도 문제로 지목된다. 수산자원관리와 관련한 공익직불제는 어획량 또는 자원량이라는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공익직불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자원이 감소할 경우 제도의 무용론이 대두될 공산이 크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업분야에서 보면 환경을 보전한다고 공익직불제를 하지만 납세자인 국민들은 환경이 보전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공익적 기능을 검증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개념이 들어가려면 공익적 기능과 이를 위한 의무의 이행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변혜중 해수부 소득복지과장은 “수산분야는 시작이 늦기는 했어도 공익직불제를 시행하는 농업분야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훨씬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익직불제의 구체적인 지급 방법이나 지급대상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상황이며 제도가 만들어져도 시행까지는 1년가량의 준비기간이 있는 만큼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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