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똑같은 원료를 사용하는 농약일지라도 업체에 따라 적용작물 및 병해충이 각기 달랐으나 앞으로는 같아질 전망이다.
같은 원료의 농약일 경우 사용가능한 작물 및 병해충등 농약포장지의 내용을 동일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동일품목 동일라벨제''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제도의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0년 12월 농약공업협회가 이 제도의 시행을 농약등록기관에 처음 건의한 이후 3년을 지내오는 동안 농진청이 최근 업체들간 논란이 됐던 품목에 대한 자료사용승인의 건이라든지, 동일품목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등에 대한 업계합의를 이끌어낸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제도의 시행을 놓고 농약등록제인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신규농약의 등록을 어렵게 함에 따라 정부의 행정규제완화조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따라 이 제도의 취지와 내용, 업체들간의 논란이 됐던 부분들을 점검해 봄으로써 이 제도가 원활히 추진되기 위한 향후 과제들을 알아본다.
`동일품목 동일라벨제''가 농약업계의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같은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농약임에도 불구하고 제조회사별로 적용대상작목 및 병해충이 다른데서 오는 농민의 혼란이 민원으로 야기되면서 부터이다.
가령 같은 원료로 만든 농약임에도 불구하고 A업체의 것은 사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해 놓은 반면 B업체의 것은 사과를 비롯해 배, 포도 등으로 C업체의 것은 여기다 복숭아까지 추가해 놓고 있는등 업체별로 대상작물이 제각각이어서 농가들 입장에서는 어떤 농약을 써야할지 고민해봐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A업체는 사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B, C업체에서 지정해 놓은 작물에까지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농약사용자의 혼란을 부추겨 온게 사실이다.
이같은 혼란을 초래하기 시작한 배경은 지적소유권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농진청이 1996년 12월 품목고시제였던 농약등록절차를 농약등록제로 농약관리법을 개정, 시행한데 따른 것이다.
품목고시제때는 약해, 약효, 독성등 고시된 농약에 대한 각종 시험성적서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모든 업체에게 이 성적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었으나 등록제이후에는 이 성적서가 등록회사의 개인소유로 전환됨에 따라 해당 성적서에 대한 일정한 대가를 등록회사에 지불하지 않고는 더이상 타회사가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등록제이후에는 같은 원료로 농약을 제조했더라도 각 업체가 어떤 작목을 대상으로 시험했느냐에 따라 적용작목이 달라지는 현상을 가져와 농약사용에 대한 농민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에따라 농약사용자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아래 같은 원료의 농약일 경우 해당 농약포장지에 표기돼 있는 대상작물 및 병해충을 동일하게 한다는 `동일품목 동일라벨제''를 강행, `농약의 동일품목 적용대상 동일화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여기다가 이 제도를 추진하는 농진청과는 사뭇 다른 의도지만 농약업계도 원칙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산연일치''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 제도가 원할하게 추진될 수 있음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농진청이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이미 등록된 공동품목(하나의 품목에 2개 회사 이상이 등록된 품목)의 모든 자료는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는 대신 향후 타업체가 이 품목을 등록할 경우 기존 업체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치로 기존에는 `a''란 원료로 만든 농약의 대상작목이 여러개 있더라도 이중 한 작목의 약효, 약해, 잔류 등에 대한 시험성적서만 가지고도 등록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모든 대상품목의 성적서를 스스로 만들거나 타회사에서 이미 시험한 성적서를 돈으로 사야지만 등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농약업계의 형편상 작목당 2000~3000만원이나 소요되는 시험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이미 등록돼 있는 모든 작물의 시험성적서를 만들수는 없는 실정이어서 이 제도가 신규업체의 진입을 막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게 농약업계의 계산이다.
이 제도시행을 둘러싸고 농진청과 농약업계의 속셈이 어디어 있든 총론에는 모두 공감을 하고 있는데다 농민을 위한다는 뚜렷한 명분까지 서 있는 셈이다.
- 기자명 길경민
- 입력 2002.06.10 10:00
- 수정 2015.06.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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