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자원감소·어선노후…길 잃은 ‘지속가능성’
대규모 어선감척과 투·융자…근해어업 ‘수직계열화’ 도모 시급

- 수산업 여건 악화…어선어업 경쟁력 강화대책 마련해야

- 한·중·일 어업협정 이후 어획량 감소세 뚜렷

- 어획강도는 높아져 자원감소로 이어짐

- 수산자원 감소로 어획물 질 하락…시장개방영향에 가격 상승 기대 어려워

- 기존 '양적생산' 중심에서 '질적생산' 중심으로 전환해야할 때

- 정부의 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 근해어업은 어업인·선원의 고령화와 수산자원감소, 어선노후화 등으로 지속가능성에 적색등이 켜져있다. 특히 어획량 감소와 어획물의 질 하락, 제한된 가격상승 등의 영향으로 어업인의 채산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대형선망어선.

어선원의 고령화와 어가인구감소, 어선의 노후화, 수산자원감소 등으로 수산업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수산혁신2030계획을 통해 기존 어선어업 정책을 수산자원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어선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들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근해어업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근해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살펴본다.

(1) 지속가능성에 적색등 켜진 근해어업

# 줄어든 어장, 감소하는 수산자원

어장이 줄어든 가운데 수산자원의 감소세는 뚜렷하다.

1994년 11월 16일 유엔 해양법이 발효되면서 우리나라는 2000년 전후로 한·중·일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축소된 어장은 전체 어장의 21%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일어업협정은 2016년 중단됐으며 향후 협정이 재개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우리 바다의 수산자원은 감소세에 있다. 1970년 72만4365톤이었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어업기술의 향상 등이 맞물리며 비약적으로 증가, 1986년에는 172만5820톤으로 늘었다. 이후 어획량이 서서히 감소, 한·중·일 어업협정 이후에는 110만~120만톤대 수준으로 줄었다. 어획량의 감소세는 2010년대에 접어들며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2011년 123만5489톤이었던 연간 어획량은 2012년 109만1034톤, 2015년 105만8598톤으로 줄어든데 이어 2016년에는 90만7580톤으로 감소했다. 등락을 반복하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같은 수산자원감소세에 대응, 수산혁신2030계획을 통해 연근해어업을 ‘자원관리형’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존의 어획노력량 중심의 수산자원관리 정책을 TAC(총허용어획량)를 중심으로 한 양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즉 앞으로는 어획량의 비약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과거 조업을 나간 면적을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업어장은 한·중·일 어업협정 체결 이전에 비해 23% 가량이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유엔 해양법이 발효되고 한·중·일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어업인들의 어장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우리 바다에서의 어획노력량은 그에 맞는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았다”며 “면적이 좁아졌지만 어획노력량이 줄어들지 않다보니 우리 수역에서의 어획강도가 높아졌고 이는 곧 자원의 감소로 이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 도시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는 수산업계

어업인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도시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14년 5만9000가구였던 어가수는 2018년 5만2000가구로 7000가구 가량 줄었고 2014년 14만1000명이었던 어가인구는 2018년 11만7000명으로 줄었다.

고령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4년 32.2%였던 어가인구의 고령화율은 2018년 36.3%로 4.1% 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인구의 고령화율은 12.7%에서 14.3%로 높아져 1.6% 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어선원 역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어선원가입자수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체가입자가 1만5111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5087명, 60대 4695명, 70대 1091명, 80대 103명, 90대 2명 등으로 50대 이상이 72.64%를 차지했다. 국내 최대 규모 업종인 대형선망업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2018년 1383명의 어선원 중 50대는 497명, 60대 이상은 695명으로 선원의 86.3%(1192명)가 50대 이상이었다.

해기사 인력 육성 역시 미진하다. 국내 4년제 대학 수산업 관련 학과에서 어선에 승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신규로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들의 대부분은 수산계고등학교 졸업자들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수산계고등학교 승선학과 졸업생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김창원 대형선망수협 선원인력자문위원에 따르면 2018년 213명이었던 수산계고등학교의 어업학과 3학년 재학생수는 지난해 168명으로 줄었으며 올해에는 108명으로 감소했다. 기관학과는 2018년 174명에서 지난해 130명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에는 95명까지 감소했다.

김창원 위원은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를 배출할 수산계고등학교는 전국에 7개만이 남은 상황이며 이마저도 포항해양과학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동력기계과가 폐지됐다”며 “선원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로 유입되는 인력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낡아가는 어선

연근해어업의 주요 자본재인 어선은 해가 갈수록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2008년 9740척이었던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어선은 2014년 1만734척으로 늘어난데 이어 2018년에는 1만5511척으로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5년 이내에 노후어선으로 분류될 어선이 1만5185척인터라 전체어선의 40% 이상이 노후어선으로 분류된다.

근해어선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999년 5937척의 근해어선 중 선령 21년 이상 노후어선은 1056척으로 17.78% 수준이었다. 20년이 지난 2018년 근해어선은 2720척 중 1002척이 노후어선으로 노후어선의 비율이 36.83%에 달했다. 향후 5년 이내에 노후어선으로 분류될 선령 16~20년의 어선도 455척에 달해 이 추세대로라면 2023년에는 전체 근해어선 중 절반 이상이 노후어선으로 분류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선의 노후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는 수산자원감소에 대응해 대규모 감척을 추진하고 있다. 어획노력량이 과도한 상황에서 어선현대화를 병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수부의 입장이다.

 

(2) 규제에 가로막힌 규모화, 채산성도 ‘한계’

# 수산기업 탄생 막는 ‘규제백화점’

‘전 세계 모든 규제를 한데 모아놓은 규제백화점’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수산관계법령을 이같이 표현한다. 이는 어획노력량 규제 중심인 수산업법 체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우리 수산업법은 수산자원관리를 위해 어구, 어법, 조업구역, 집어등 광량, 선복량 등 어업과 관련한 모든 세세한 영역까지 규제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하에서는 규모화와 이를 통한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복량 규제는 어선어업의 자동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수산업선진국인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수천톤 급의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이 10명 남짓이다. 어획부터 선별, 양륙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자동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대 규모의 업종인 대형선망어선의 본선이 129톤에 불과하며 운반선과 등선을 모두 포함해도 1000~1200톤 수준이다. 특히 어로작업이 이뤄지는 본선이 선복량규제를 받고 있는 터라 자동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선박의 수가 많은 데다 노동집약적인 조업방식이 이어지다보니 선원은 70명을 훌쩍 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도 심각한 상황이다.

류정곤 KMI 명예연구위원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어업선진국들도 과거에는 어획노력량 규제를 해왔지만 자원은 감소하고 어업자의 경영채산성만 악화, 어획량 규제로 전환했다”며 “현행 제도하에서는 정부가 어장, 어구·어법, 어획시기 등 세세한 사항까지 전부 관리해야하는데 이는 행정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전부 조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 근해어업은 생산·유통과정의 낙후된 인프라와 시스템 등으로 청년들이 진입하기를 기피하는 업종으로 전락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를 양륙하고 있는 모습.

# 공조조업, 과연 毒인가

효율적인 어업인가, 자원 남획형 어법인가?

다른 형태의 어업이 서로 도와 조업하는 공조조업은 어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높은 어획강도로 수산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수산자원관리법 22조에서 공조조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이를 허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공조조업의 대표적인 형태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오징어채낚기어선과 트롤어선의 공조조업이다. ‘매우 효율적이지만 불법인 어업’인 셈이다.

공조조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 어업관리제도의 맹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는 열거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너무 복잡한 형태로 규제가 마련돼 있고 각각의 규제에서 업종간, 어업인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해양환경변화나 수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제도개선 속도는 더디다. 더불어 복잡하고 세밀한 규제들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어업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가 채낚기어선의 광력조정문제다.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당시, 채낚기업계에서는 경영비절감을 위해 집어등의 광력을 제한하는데 합의했다. 이후 유가가 하락하며 상황이 달라졌지만 집어등 광력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역별, 업종별, 어업인별로 이해관계가 갈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광력규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어황이 나빠지자 불법적인 광력상향이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이를 제대로 단속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근해채낚기업계의 지적이다.

현재의 어업관리제도는 근해어업의 규모화를 ‘병렬식’으로 이뤄지게 만드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복잡한 어업규제하에서는 하나의 어선 또는 선단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다른 배를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산업계에서 그동안 이뤄진 ‘규모화’는 기존의 선주가 다른 배를 매입해 여러 선단을 운영하는 병렬식이었다. 하나의 선단이 규모화가 된다면 유연한 선단 운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병렬식 규모화는 각 어선 또는 선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용절감 등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포지티브 규제라 하더라도 해양환경변화, 어업여건 변화 등에 맞춰 제도개선이 이뤄져왔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본계획만 변경되고 그에 맞춰 제도는 변경되지 않아왔다”며 “근해어업의 구조조정과 TAC의 정착, 두 가지 과제가 선행될 경우 국내 어업관리제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 어업경쟁력제고와 행정비용 절감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일환 해수부 어업정책과장은 “해수부에서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 일환으로 TAC기반 규제완화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채산성 회복 어려운 근해어업

수산자원감소로 근해어업은 채산성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14개 근해업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업경영조사와 통계청 어업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14개 업종의 연 평균 총 비용이 총 생산금액을 상회하고 있다. 3년 내내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4개 근해업종의 어업경비는 2016년 9억5188만원, 2017년 9억9472만원, 2018년 8억9193만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종의 평균 척당생산량과 평균 생산금액을 살펴보면 2016년에는 251톤을 생산해 7억9545만원의 생산금액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어획량 238톤, 생산금액 8억6304만원, 2018년에는 어획량 249톤, 생산금액은 8억1224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근해어업의 경영수지는 2016년 1억5643만원 적자, 2017년 1억3168만원 적자, 2018년 7968만원 적자다.

근해어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산자원이 감소하면서 어획물의 질이 나빠지는 동시에 수산물 시장개방으로 어획부진에도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 천안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양식사료 68만톤 중 생사료는 75.7%인 51만톤 가량이다. 수입생사료가 연간 10만톤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헐값에 팔리는 연근해어업 어획물이 40만톤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어획량은 줄어도 가격상승은 제한적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국내 수산물 시장은 이미 빗장이 풀려있으며 동시다발적인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서 국내 어업인은 세계의 수산선진국과 나란히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식·어업연구실장은 “최근의 수산자원 여건을 봤을 때 향후 어획량의 비약적인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산물 생산을 기존의 양적 생산 중심에서 질적생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근해어업 진흥정책이 없다

연근해어업의 또다른 문제점은 어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산혁신2030계획을 통해 수산자원관리형으로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산혁신2030계획 중 연근해어업은 TAC 기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 정착, 연근해 조업구역조정, 낚시관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어업인은 없고 수산자원의 미래만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어선 역시 감척만 실시할 뿐 근해어선의 현대화를 위한 대안은 없다.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와 지자체로 하여금 연근해어업의 지속가능한 생산기반 조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시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에서조차 ‘지원’은 빠지고 ‘구조조정’만 남은 형국이다.

더불어 대규모 투융자도 없다. 1980년대 계획조선 이후로 근해어업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투·융자 정책이 없었다. 이제는 수산자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재인 어선마저 과잉어획의 원인으로 지목돼 어선의 노후화만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어업인의 자구노력도 부족했다. 어업인들은 수산업이 호황일 때 발생한 수익을 수산업에 재투자하지 않았다. 또한 수산업계에서는 어선 신조 대신 중고선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큰 수익을 냈던 해에도 재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류 명예연구위원은 “근해어업은 생산요소인 선원, 자원, 어선 중 어느 하나도 적색등이 켜지지 않은 것이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수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투자도 충분하지 않다보니 변화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 근해어업 경쟁력 강화, 무엇이 필요한가

▲ 국내 근해어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감척과 투·융자를 통한 체질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어선감척·대규모 투융자 병행돼야

근해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어선감척과 투·융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기준 14개 근해어업 어선 척수는 2480척이고 어선척당 평균 수익은 7968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근해어선 전체어획량과 어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해 단순계산하면 어선을 10% 줄일 경우 경영체당 평균 수익은 1056만원으로 늘어나고 40%를 줄이면 4억6181만원까지 증가한다.

이는 대규모 감척이 전제돼야 경영체당 수익성을 개선하고 규모화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정삼 실장은 “어선들의 어창이 비는 게 문제이지 어선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며 “근해어업은 단기간내에 집중적인 감척으로 어업자의 경영안정을 이룬 다음 규모화·기업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교수는 “최근 이뤄진 원양어선이나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조성과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해운재건 등의 사례를 보면 근해어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의지 문제”라며 “우선 근해어선의 경영개선을 위해 가칭 ‘근해어업 회생기금’을 마련, 단기간 내에 어선을 집중적으로 감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규모 투·융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수산기업을 육성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류정곤 명예연구위원은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은 단순히 어선감척으로 배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폐합을 통한 기업화와 규모화, 경영개선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며 “최근의 사회여건 변화나 수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 투·융자를 통해 수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구조로 전환위한 로드맵 필요

근해어업을 기술과 자본집약적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 근해어업은 저임금 노동에 기반한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주의 인건비 부담이 크며 최근의 어선승선기피 현상으로 인력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근해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를 벗어나 기술과 자본집약적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ITQ(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 도입을 통해 수산업계 내부의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삼 실장은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뉴질랜드 등 어업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ITQ 도입으로 쿼터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없는 선사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 산업이 안정화됐다”며 “수산업계 내부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은 어업경영체의 몫이지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한·중·일 어업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와 2009년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던 시기에 근해어업의 체질을 전면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쳤다”며 “지난해 발표한 수산혁신2030계획에서도 ‘자원관리형 어업’만 제시됐을 뿐 지속가능한 어업경영을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근해어업의 경영상황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에서 어업의 기술집약화와 자본집약화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다른 지원정책들도 그 방향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며 “더불어 근해어업의 구조재편은 유통, 가공 등 전후방산업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부가가치 흡수가 핵심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근해어업의 경쟁력 제고는 수산업과 전후방산업의 부가가치를 어업자가 흡수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수산업에서 어업인들은 수산물의 생산만 할 뿐 생산 이후의 가공·유통 등 모든 과정과 단절돼 있다. 현재 구조에서 어업인들의 소득은 오로지 어획량과 경락가격에 달려있어 어황 악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해어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수산물의 생산·전처리·가공·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어업자가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원과 사조를 비롯한 원양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수산물의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공·유통까지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어획량이 감소한다하더라도 가공·유통 등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더불어 수직계열화가 고도로 발달한 산업은 육계산업이다. 하림을 필두로 한 육계계열화 기업들은 단순히 생산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면서 신규수요를 창출해냈다. 육계계열화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은 하림이라는 대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닭고기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산업은 2020년의 대한민국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생산·유통 구조 속에서 어업자들은 자원을 남획해 수익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며 “어업자의 자조조직인 수협도 조합원이 생산한 수산물을 판매하지도, 어획물의 부가가치도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근해어업의 수직계열화는 현재 드러내고 있는 근해어업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수직계열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어업자가 수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흡수해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 근해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제언

[인터뷰]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 생산자중심의 ‘수직계열화’로 경쟁력 높여야

- 우리나라 어획노력량 과도한 수준…감척사업 속도내야

- 생산·유통·가공까지 어업인 참여로 ‘부가가치 제고’ 필요

“근해어업은 앞으로 국제경쟁력을 봐야합니다. 수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된데다 FTA(자유무역협정) 등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경쟁력은 점점 그 의미를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ITQ(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를 기반으로 규모화, 경쟁력 제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앞으로 근해어업은 국제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산물 시장에서 국가라는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국내 어업인의 경쟁상대가 주요 수산선진국에서 생산한 수산물이라는 판단에서다.

류 명예연구위원으로부터 근해어업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아이슬란드 수산업은 어땠나

“지난해 북유럽 수산선진국들의 어업현황을 조사하고자 아이슬란드 등을 방문했다. 아이슬란드 방문에서 놀란 점은 과거에 방문했을때보다 훨씬 진화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업과정이 노동집약적으로 이뤄지지만 아이슬란드는 대부분의 작업과정이 자동화됐다. 수천톤에 이르는 선박에 10여명 남짓 승선하는 구조인터라 비용 측면에서 우리나라 어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단순히 인력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품질 측면에서도 개선되고 있었다. 선상에서 단순히 조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처리 과정이 조업하는 선박에서 이뤄지고 있었으며 단순한 항온관리를 넘어 이제는 산패까지도 최대한 억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박에서 가식부위만 상품화를 하고, 남은 부산물들은 어분, 어유 등으로 다시 활용하는 길도 열어놓고 있다. 이는 물량이 규모화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이같은 경영구조를 갖춘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가 우리나라와 직접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관세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세는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며 관세가 10~20% 가량이 부과된다해도 국내 근해업계가 현재의 구조를 계속 이어간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목이다.”

# 근해어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는

“최우선 과제는 감척이다. 전문가 뿐만 아니라 어업인들도 우리나라의 어획노력량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천천히 다 죽어가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적극 검토해야하는 것이 근해어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대규모 기금을 조성, 감척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 올해 감척예산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일자리 문제 때문에 감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측면에서는 선원이라는 일자리가 과연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자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선원들을 위해 선주들이 다 죽어나가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감척을 일자리를 줄이는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 근해어업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근해어업은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어업은 수산자원이 있는한 없어질 산업은 아니다. 이제 기존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 TAC와 같은 어획량관리제도를 통해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소규모 연안어업인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 이를 기반으로 산업의 규모화와 기업화를 꾀해야한다.

이제 근해어업에서 업종간의 경계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 어획쿼터를 보유한 어선이라면 가장 합리적으로 어획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어업자들은 자유롭게 경쟁하고, 경쟁력이 없어 도태되는 어업자는 ITQ제도로 쿼터를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에서 자연퇴출을 유도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강한 경영체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고, 근해어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 수산업 수직계열화를 위한 과제가 있다면

“수직계열화는 기본적으로 부가가치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내 어업인은 생산까지만 담당하고 이후 전처리, 가공, 유통 등을 맡는 유통·가공업계가 분리돼 있다. 생산만 해서는 규모화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림이나 동원의 사례를 보자. ‘치맥’이라는 것은 육계산업이 성장한 산물이다. 하림은 가축을 생산하는데서 시작해 종계, 사료, 약품까지 전부 취급하며 가공, 유통, 수출까지도 하고 있다. 닭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하림그룹이 흡수하는 구조다. 동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참치를 잡기만 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해어업의 수직계열화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더불어 근해어업을 저노동의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근해어선 현대화펀드와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들도 마련돼야 한다. 근해어업의 생산량을 60만톤이라고 잡을 때 연간 5만톤 가량 잡는 규모의 기업들이 10개, 2만톤 정도 잡는 기업들 5개 가량을 육성해 근해어업 전반을 리딩해야 한다. 단순히 어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전처리, 유통, 가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어업인이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기고] 근해어업 경쟁력 강화 방안

- 김도훈 부경대 교수

현재 우리나라 어업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생산적 측면에서 어획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어획물의 가치 또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에서의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젊은 인력들이 어업으로의 진입을 기피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낙후된 시설 환경과 다수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재래식 조업구조 하에서는 생산경쟁력을 가지기가 어렵다. 여전히 재래식 유통방식 하에서 어획된 수산물의 가치는 더욱 절하되고 있고, 수입수산물과의 시장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수산혁신 2030 계획을 발표해 어획량 총량관리 및 불법어업 근절 등 연근해 어업구조를 재편하고자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수산자원의 회복을 위해 근해어선 45척을 직권감척하기로 계획하는 등 어업구조조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업경영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해 어업인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어선감척에 있어서도 보상단가에 대한 정부와 어업인들 간의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어선척수는 적정 수준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중·일 어업협정 이후 조업어장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과도한 어획이 지속, 자원량과 어획량이 감소하고, 어업 간의 조업분쟁은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해어업들의 경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쟁력 있는 어업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시급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어업경영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어업규제를 강화하고, 소극적인 어선감척을 병행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어려운 어업 상황을 이미 과거에 경험한 노르웨이의 경우 정부와 어업인들이 대타협을 이뤄 어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즉, 어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선을 대폭 줄이고 어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그 결과, 과거 4만 척 이상이던 어선은 6000척 수준으로 줄었고 어업인 1인당 생산량은 20톤에서 220톤 이상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이후 정부는 어업자원의 조사 및 평가 그리고 어획량 관리에 집중함으로써 어업자원의 지속성 유지에 만전을 기했고 어업인들은 기업적 경영 하에서 최신 기술을 도입해 조업 편리성과 각종 비용 절감을 도모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이러한 최첨단 시설과 현대적 어업경영 하에서 우수한 젊은 인력들의 유입 또한 활발하다.

우리나라 근해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적정 수준으로 어선을 감척해야 한다. 여기서 적정 수준은 수산자원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면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어업경영이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현재의 과도한 어선척수를 매년 소극적으로 감척해 나가기보다는 대규모 감척이 가능할 수 있는 기금(가칭 ‘근해어업회생기금’)을 정부가 마련해 단기간(5년 이내)에 적정 수준으로 감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금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적정 보상단가 지급을 통해 어업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단기간 내 감척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금에 대해서는 이후 잔존어선들이 어업세 등을 통해 일정 부분을 매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상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감척 후 잔존어선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복잡한 어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형 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어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각종 보조금 지원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TAC(총허용어획량), IQ(개별어획할당), ITQ(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 등과 같은 어획량 관리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자원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어업인들이 기업가적 정신을 가지고 조업 편리성과 각종 비용 절감을 스스로 도모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어획 후에 있어서도 현재와 같은 유통방식이 아닌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어획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국내 및 수출 시장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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