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또다시 불거진 IUU어업, 원양기업 CSR이행 '절실'

사회적 책임 미이행, 무역장벽 이어질 수도
사회적 책임 다하지 않은 기업 제품 ‘불매하겠다’ 응답 47% 달해
원양어업 수출의존도 높아 선원인권문제 방치시 타격 클 것
김동호 기자l승인2020.05.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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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사회적 책임=‘비용’ 인식 벗어나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 관점으로 접근해야

원양어업은 어업행위가 연안국 인접 수역 또는 공해상에서 이뤄지는데다 어획물의 수출비중도 높다.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 근절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선원들의 노동여건 개선과 인권보장 등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명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양산업연구실장의 ‘우리나라 원양산업의 사회적 책임실천 강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원양기업의 CSR이행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IUU어업 논란에 원양어업 부정적 인식 확산

국내 원양어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IUU어업이다.

우리나라는 서부아프리카 일대에서 이뤄진 IUU어업으로 2013년 EU, 미국 등으로부터 예비IUU어업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해 IUU어업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FMC(조업감시센터)를 통한 국내 원양어선의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예비IUU어업국의 오명을 벗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A선사의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보존조치 위반사례를 이유로 미국은 지난해 9월 또다시 우리나라를 예비IUU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이 건은 우리 정부의 개선노력과 함께 국회의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으로 125일만에 예비IUU어업국을 벗어났다.

하지만 B중견 원양기업에서 또다시 IUU어업 논란이 불거졌다. B기업 소속의 C선박은 지역수산기구(RFMO)의 보존조치상 포획이 금지된 미흑점상어를 포획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D선박은 마셜제도의 EEZ(배타적경제수역)를 침범해 조업했다는 이유로 마셜제도로부터 기소됐으며 해양수산부도 B기업을 원양산업발전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했다. 이 가운데 마셜제도는 WCPFC(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측으로 D선박을 IUU어선으로 등재해줄 것을 요청, 오는 12월 예정된 WCPFC연례회의에서 D선박의 IUU선박 등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 수면아래의 선원인권, 방치하면 ‘시한폭탄’

국내 원양기업의 또다른 취약점은 선원인권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강화되고 있다. 덴마크는 2012년 ‘책임을 다하는 기업활동을 위한 조정 및 진정처리기구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EU는 2014년 비재무정보 공개 의무화 규정을 마련해 2021년부터 환경, 사회와 노동, 인권, 반부패와 뇌물 등과 관련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영국은 2016년 ‘현대적 노예금지법’을 채택,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했으며 프랑스는 2017년 3월 인권실사의무화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하여금 자회사, 피지배회사, 공급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환경 실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호주의 ‘현대적 노예금지법’ 역시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5월에는 네덜란드의 ‘아동노동 실사의무화법’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산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미국은 태국의 노예노동과 관련한 AP통신의 보도 이후 관세법을 개정, 노예노동에 의해 생산된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EU역시 태국의 선상강제노역 등이 이어질 경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는 태국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의 어선원노동협약(C188)을 비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바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열린 지속가능한 다랑어어업을 위한 정부-업계-시민사회 라운드 테이블에서 뉴잉글랜드 씨푸드와 테스코의 MD들은 국내 원양기업에서 선원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국내 기업에 마련돼있는지 묻기도 했다.

김한민 환경정의재단(EJF) 캠페이너는 “‘인권’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강한 폭발력이 있는 이슈이자 인권보호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선원인권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원양어업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원인권문제를 방치하다가는 원양기업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CSR 이행 필요

CSR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무역장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원양기업의 적극적인 CSR이행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의 ISO26000이나 UN글로벌콤팩트는 참여기업이 공급망에 있는 기업과 조직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즉 납품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사회적 책임을 불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일부러 구매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소비자가 46.8%에 달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소비자일수록 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원양기업들이 CSR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SR 중 원양기업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항은 환경 측면에서 IUU어업의 근절과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해양오염 최소화다. 인권과 노동 측면에서는 선상에서의 노동인권과 인권침해 근절이 꼽힌다.

정명화 실장은 “대양 또는 연안국의 수산자원을 이용하고 다수 외국 어선원이 노동에 참여하는 원양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향후 원양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또한 원양수산물이 주로 소비되는 선진국과 글로벌 수산식품기업은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나 원료공급업체에 CSR이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CSR을 위한 활동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요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글로벌 수산식품기업인 타이유니온의 사례를 들면 자사에 어획물을 공급하는 기업에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요구하는 등 수산물 공급망 전체에 CSR이행을 요구하고 있다”며“이런 추세는 점차 확산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원양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비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나 지속가능한 비교우위 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kdh0529@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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