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인권, 세계 수산업계의 화두 될 것…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세계 각국 노예노동 근절·인권보호관련 법령 만들어지고 있어…우리나라 수산업계도 변해야
외국인선원제도 송출비용 없애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지난 10여년간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의 근절이 세계 수산업의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선원인권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노예노동 근절과 인권보호관련 법령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WCPFC(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서도 인권 아젠다를 보존조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산업계도 변해야합니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주어선원 인권문제를 고발한 김종철 공익법센터어필 변호사는 앞으로 어선원의 인권문제가 수산분야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변호사로부터 이주어선원의 인권문제 핵심에 대해 들어봤다.

# 이주어선원 인권문제의 핵심사항은

“가장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과 임금의 차별이다. 수산분야에서는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어업의 특성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선박에서의 일과 육상에서의 일은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휴식’이라는 개념은 매우 명확한 만큼 선원들이 선상에서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ILO(국제노동기구) 어선원노동협약(C.188)에서는 하루에 10시간, 1주일에 77시간 이상의 휴무시간을 줘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상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해서 육상과 달리 노동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의 차별이다. 육상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 사람과 같은 최저임금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주어선원들의 최저임금은 선원법에 따라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가 협상해 결정하는데 한국인 선원에 비해 최저임금조차 적게 책정된다. 이주어선원에게 최저임금은 실제임금과 같은 수준이다. 이같은 구조가 ‘보합제’라는 급여형태와 결합되면 이주어선원을 착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외국인선원에게 급여를 적게 줘야 한국인선원이 가져가는 ‘보합’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받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같은 선박에서 같은 노동 혹은 더 많은 노동을 하면서 최저임금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 어선원의 송출입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주어선원들의 송출입과정에서는 강제노동 내지 노예노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관행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어선원의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면 해양수산부에서는 숙소나 식사, 환경 등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NGO(비정부기구)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구조적인 착취를 해결하라는 것인데 송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행들이 그 시작이다.

이주어선원은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있으며 이는 해당 국가에서는 매우 큰 돈이다. 이 중 상당금액을 ‘이탈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묶어두며 계약기간을 다 마치고 돌아가야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에 도착하면 여권을 압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관행들은 어선원들이 사실상 ‘강제노동’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어떠한 착취나 인권침해가 있더라도 계약기간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선원제도로 입국하는 이주어선원도 고용허가제처럼 송출비용을 없애야 한다.

이주어선원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드물게 송출비용이 없는 사례가 확인됐다. 국내 송입업체가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측에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국내 업체가 어떤 룰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현지 송출업체의 위법한 관행들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해수부의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에 해수부가 발표한 대책은 새로울 것 없는 기존 대책의 재탕이다. 해수부는 과거 국가인권위나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을때마다 이주어선원의 인권개선을 반복적으로 약속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한 개선방안에서는 오히려 기존 방안에서 한층 후퇴한 방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공공부문의 역할강화에서 오히려 멀어졌고 핵심적인 문제인 노동시간 문제나 여권압수문제, 오랜 항해기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송출국가에 의무를 부여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기업은 공급망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선원 공급망에서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완화하고 저감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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