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어선어업은 존속 어려워…어업구조 체질개선 필요
외국인 선원은 기본적 의식주 모두 제공
휴어기나 철망시기에도 급여 지급
선원급여 늘어나면 어업인 부담금도 늘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해수부, 법제처 심사결과에 따라 노·사·정 협의 통해 개선방안 마련계획
최근 어선원 안전문제도 대두
어선자동화·기계화 통해 1인당 노동생산성 제고·어선어업재해저감 이뤄져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선원 인권단체인 선원이주노동자네트워크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최저임금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수산업계에서는 업무, 의사소통 능력 등에 따른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짚어본다.

# 임금차이는 ‘O’ 최저임금 차별은 ‘X’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이주선원 인권단체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인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에서는 업무역량에 따른 임금의 차등적인 지급은 인정하지만 최저임금의 경우 차등을 둬서는 안되며 외국인 선원에 대해 차별적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선원법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행 선원법 5조는 선원의 근로관계에 있어 근로기준법 6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더불어 네트워크는 해양수산부의 고시가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선원법은 해수부 장관으로 하여금 선원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 경우 해수부령으로 정하는 자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 장관이 정해야하는 최저임금을 외부로 위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자문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외국인 선원 급여의 결정체계도 문제로 지목된다. 해수부 고시에 따라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간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외국인 선원은 선원노동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에 가입된 노동조합이 없는데다 오히려 보합제라는 급여체계로 외국인 선원의 급여가 줄어야 선원노련 조합원의 급여가 늘어나는 구조다. 즉 외국인 선원의 임금을 결정하는 노·사 모두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이 늘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 네트워크 측의 주장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선원법은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이지만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조항을 적용하도록 구성하고 있다어선원의 역량에 따라 급여를 차등해 지급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자체는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노·사는 외국인 선원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데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노·사합의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어업인, ‘차이에 따른 보상구조

어선원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어업인들은 차이에 따른 보상구조일 뿐 이를 차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은 의사소통과 업무숙련도에서 내국인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어선어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국가별 국민 1인당 GDP, 외국인 선원의 노동생산성, 선주가 제공하는 숙소와 생활용품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선원에게 지급하는 최저임금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내국인 선원의 경우 휴어기에 들어가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외국인 선원에게는 고정급이 지속적으로 지급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적지만 실질적으로 선주가 부담하는 비용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어업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반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에 따르면 내국인 선원 월 최저임금은 20101098000원에서 가파르게 상승, 지난해 2216000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도 80만 원에서 1723000원까지 인상된데 이어 올해는 1822000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선원이 급여가 늘어나면 보험료 등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어업인들이 실제로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단기간 내에 내국인 선원수준까지 높일 경우 어업인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원의 인권개선 대책 역시 어업인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외국인 선원 인권보장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외국인 선원의 열악한 근로조건이나 숙소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일환으로 지방 해양수산청에서는 외국인 선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외국인 선원들의 숙소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 지침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할 경우 이를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협은 외국인 선원의 경우 기본적인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고 휴어기나 철망시기에도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내국인 선원과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책정할 경우 오히려 내국인 선원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며 어선어업의 여건은 어업생산량 감소와 해양생태계 파괴 등으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내·외국인 급여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해수부, 법제처 해석결과에 따라 개선책 마련할 것

해수부는 법제처 심사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문제가 대두되고 다수의 법률사무소를 통해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과 관련한 규정의 적법성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위법이라는 의견과 적법하다는 의견이 모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수부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당 규정을 다시 확인하고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와 함께 현장 어업인들의 수용성을 감안, 단계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해수부 선원정책과장은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단시간에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어업인들의 부담이 급증하게 되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법제처 심사 결과에 따라 노··정이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임금에 기댄 어업, 존속 어려워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저임금에 기댄 어업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 근본적으로 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내 어선어업은 자동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수산업 선진국은 1000톤 급 어선에도 10명 내외가 승선할 정도로 모든 과정에서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우리와 어업여건이 비슷한 일본도 자동화를 통한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업구조개혁 프로젝트를 통해 어선어업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실제로 서일본 지역에서 조업하는 일본의 대형선망어업은 5척의 어선에 60명 가량이 승선해 조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어업구조개혁 프로젝트에서 각 선박별로 자동화로 선원인력을 감축, 조업경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단순히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구 고령화로 인한 선원인력 부족에 대응하는 측면도 강하다. 일본 역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인데다 지역에서 어선 승선을 희망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문제는 단기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현재 선주들이 외국인 선원의 숙소를 제공하고 육상에서도 식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내국인 선원과 동일한 최저임금 지급시 이같은 비용을 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어선어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만큼 어업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연구개발(R&D)을 통해 선원 인력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어업시스템을 개선하고 어업인의 초기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도 노동력이 싼 값에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면 어선어업의 자동화나 기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요원할 것이라며 최근 이뤄지는 국내외의 여건변화를 어업구조개선의 기회로 삼아 수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어선원의 안전문제도 계속 대두되고 있는 만큼 어선의 자동화·기계화를 통해 인력 수요 최소화와 1인당 노동생산성 제고, 어선어업 재해저감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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