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원 작업특성 등 반영한 독자적 법률마련 필요
20톤 미만의 선박은 어선의 선원으로 근무하지만 선원법에 따른 보호 못 받아
20톤 이상 어선도 상선과는 근로여건 확연하게 달라
같은 법률 적용하는데는 한계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연안어선원에도 선원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조업중인 연안어선.
연안어선원에도 선원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조업중인 연안어선.

 

연안어선원의 선원법 적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선원법은 선원의 직무와 복무, 근로조건의 기준, 직업안정, 복지, 교육훈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법률로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선원에 특화된 근로조건 기준 등을 다루고 있으며 20톤 이상의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과 선주 등이 그 적용대상이다. 하지만 선원의 복지와 안전을 위한 규제도 많이 담겨 있어 20톤 미만의 선박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연안어선원의 선원법 적용과 관련한 어업인과 노동조합, 정부의 입장에 대해 들어봤다.

# 선원법 적용시 최저임금 늘고의무 증가

20톤 미만의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에 선원법을 적용하게 될 경우 선원들의 최저임금이 늘어나고 어업인의 의무는 증가하게 된다.

현재 연안어선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으로 올해 기준 월 최저임금은 1822480원이다. 하지만 선원법이 적용될 경우 월 최저임금이 2249500원으로 40만 원 가량 늘어난다. 또한 선원법과 하위법령에 따르면 선원의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근로계약을 해지할 경우 통상임금의 2개월에 해당하는 실업수당을 지급해야하며 선원 하선시 거주지 또는 근로계약체결지 중 선원이 원하는 곳까지 송환해야하며 송환에 걸린 일수에 따라 통상임금을 지급해야한다.

더불어 퇴직금의 산정기준이 세분화되고 임금채권보장보험에 가입해 체불임금 중 4개월 분에 해당하는 임금과 퇴직금을 보장해야한다.

행정적인 처리의무도 늘어난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작성·신고가 의무화되고 선원명부 작성과 선원의 교대시 공인신청을 해야 한다. 더불어 선원들의 건강진단서도 필요해진다.

# 어업인단체, 20톤 미만 어선에도 선원법 적용 찬성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등 어업인단체에서는 선원법 적용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용허가제(E-9) 입국자가 급격히 감소하며 20톤 미만 어선에서는 선원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외국인 선원제도(E-10)를 통한 입국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뿐 입국은 가능하다. 더불어 외국인 선원제도를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송입업체를 통해 관리를 받기 때문에 이탈율이 비교적 낮다.

어업인 단체에서는 20톤 미만의 어선에도 선원법이 적용될 경우 비용이 늘어나고 관리의무가 증가하더라도 E-10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선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어업인 단체에서는 선원법의 일부조항에 대해 단계적 적용 또는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호 한수연 회장은 한수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20톤 미만의 어선에도 선원법을 적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다만 어선의 규모에 따라 선원법의 규제중 일부 조항은 단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선복량에 따라 차등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성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도 “E-9 입국자들이 급감하면서 당장 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현장의 선원 수급문제가 심각하다더불어 선원과 관련한 전문성이 있는 해양수산부로 선원관련 업무가 일원화돼야 어업현장에 맞는 정책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독조업이나 부부조업을 나서는 2톤 이하 소규모 어선 등은 선원법과 맞지 않는 것이 있는 만큼 대형어선과는 차등해서 법을 적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선원노련, “20톤 이하 어선 선원법 적용 안돼

선원단체에서는 20톤 이하 어선에 선원법을 적용하는데 반대입장이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20톤 이하의 어선에도 선원법이 적용될 경우 현재 선원법 적용대상 선박인 20톤 이상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들

의 근로여건 개선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20톤 이하 어선에 선원법을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어선원은 연근해가 13666, 원양어선이 1369명 등으로 15000명 수준이다. 반면 연안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어선원 보험 의무가입 대상인 3톤 이상 어선의 선원이 62126, 3톤 미만 어선이 46196명으로 국내 선원은 109042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20톤 미만어선에도 선원법을 모두 적용할 경우 선원법의 적용대상이 7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20톤 미만의 어선어업인의 경영규모 등을 감안하면 향후 선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선원노련의 입장이다.

더불어 선원노련은 선원법의 차등적용에도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복량을 기준으로 선원법을 차등해서 적용하는 것은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선원법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택훈 선원노련 수산정책본부장은 선원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선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업인 단체에서 시작부터 일부 조항을 면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20톤 이상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들의 근로여건도 육상노동자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데 규모가 영세한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까지 선원법을 적용받게 된다면 선원의 근로여건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수부, “선원법 적용으로 재해저감 가능할 것

해수부는 20톤 미만의 어선에도 선원법을 적용할 경우 재해저감과 어선원의 특성에 맞는 관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법률상 20톤 미만 어선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고 20톤 이상 선원은 선원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선상에서 이뤄지는 어업작업의 특성상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는 어선원에 대한 근로감독과 안전감독에서 한계가 있어왔다. 따라서 선원법 적용대상이 전체 어선으로 확대될 경우 어선원 업무에 있어 전문성이 있는 해수부가 선원법으로 관리해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해수부 조직은 대규모 증원이 불가피하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해수부의 근로감독관은 해수부 본부에 6, 지방해양수산청에 48명 등 총 54명이다. 정책대상자가 7배 가량 늘어날 경우 근로감독관도 이 수준에 맞춰 대규모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43000척 가량의 연근해 어선 중 기존에 선원법을 적용받던 선박은 2019년 기준 2882척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감독관의 대규모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

20톤 이하 어선이 선원법을 적용받더라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변수다. 현행 외국인 고용법은 선원법을 적용받는 선박의 소유자에게는 적용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톤 이상 선박에는 노·사합의에 따라 E-10제도로 선원이 송입되고 있다.

하지만 20톤 미만의 어선에도 선원법이 모두 적용되더라도 20톤 미만 어선은 기존처럼 E-9비자를 적용받을 공산이 크다. 해수부와 고용노동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 20톤 미만 어선에 선원법이 적용되더라도 20톤 이하의 선박에는 종전처럼 E-9을 적용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어선원 특성 반영된 독자적 법률 필요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기존 선원법이 이질적인 두 업종의 특성이 혼재돼있다는 점을 지적, 어선원의 작업특성 등을 반영한 독자적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원법은 상선과 20톤 이상의 어선에 승선하는 선원이 대상인데 상선과 어선은 작업환경에 유사점이 없다. 상선의 경우 항행 자체가 업무이지만 어선은 항행은 작업장소로의 이동일 뿐 이를 업무로 볼 수 없다. 선박에 승선해 근무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작업 내용이나 특성은 완전히 이질적인 셈이다.

따라서 어선원의 작업여건에 맞춰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담보하기 위한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현재 어업여건을 보면 5톤 이상의 선박은 모두 피고용인인 선원들이 있고 이들은 어선의 선원으로 근무하지만 선원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20톤 이상 어선도 상선과는 근로여건이 확연하게 달라 같은 법률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같은 선원이라 하더라도 상선원과 어선원은 업무가 상이한 만큼 어선원의 작업여건과 특성에 맞는 법률을 제정, 어업재해저감과 어선원 보호 등을 위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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