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에서 수산어촌공단으로 이관…관리혼선 VS 공공성 강화 의견 갈려
외국인 선원도입과 교육단계 수협에서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
국내 관리는 일선수협·송입업체 중심으로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으로 이관될 경우 선원인력 역량 담보하기 어려워
시민단체, 공공기관 이관 긍정적이지만 노동여건 개선에도 나서야

해수부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하기로 한데 대해 수산업계는 반발하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해수부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하기로 한데 대해 수산업계는 반발하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해양수산부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신설하는 수산어촌공단으로 이관하기로 한데 대해 수산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공공기관 중심의 외국인선원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수산업계에서는 기존에 수협의 선원관리에 대한 어업인의 만족도가 높은데다 업무 이관시 외국인선원 관리업체의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해수부의 외국인선원 관리제도 개편방안과 이에 대한 찬반 양론에 대해 살펴봤다.

# 수협중심공공기관 중심

외국인선원 관리업무의 이관은 수협중심의 관리체계에서 공공기관 중심의 관리체계로 이관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수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기존 수협 중심의 외국인어선원 관리체계를 유지하면서 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배경에는 외국인어선원이 부담하는 과도한 송출비용과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한 지적,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상 권고사항, 국회의 지적 등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 인천남동갑)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수협이 외국인선원 도입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부적절한 만큼 타 공공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상회담 결과 인도네시아 선원 처우개선을 위해 양국 공공기관 주도의 어선원 도입체계 구축 등에 대한 양해각서가 이달 중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수협이 가진 사용자단체의 성격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수협중앙회는 수협법에 따른 개별법협동조합이자 어업인의 자조조직으로 어업인의 권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직유관단체로 높은 공공성을 요구받고 있으며 국회와 정부 등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의 논의에서는 사용자단체로서의 수협의 성격이 부각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의 도입과 교육단계를 기존 수협에서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하고 국내관리는 일선 수협과 송입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 인신매매·강제노동 비판 부담

해수부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공공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어선원의 송출입과정의 문제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자리잡고 있다.

2000년부터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행해오고 있는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019년까지 최우수 등급인 1등급(Tier 1)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보고서에는 한국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을 당하는 인신매매피해자로 보고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권고했다. 2018년에는 외국인 노동자, 특히 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피해를 예방적으로 식별하기 위한 지침을 수립·시행할 것을 요구했으며 2019년에는 대한민국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시킨 사용자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발간된 보고서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인신매매 범죄자를 상당한 형벌로 처벌할 것과 국내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늘릴 것, 이민 지원센터와 정부직통연락망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인신매매 인식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인신매매가 근절된 수준인 우리나라에 대해 이같은 권고를 하는 것은 인신매매의 정의가 다른데서 비롯된다. 통상적으로 인신매매는 납치 등에 수반된 행위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강제노동 등도 인신매매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실태보고서 작성을 시작한 2000년부터 일본을 꾸준히 2등급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산업연수·기술인턴십(TTIP) 제도하에서 이주노동자를 관행적·정책적으로 강제노동에 처하고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 기관 확대위한 업무이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 이관의 또 다른 쟁점은 기관의 성격에 맞는 업무인지의 여부다.

해수부는 신설하는 수산어촌공단으로 외국인선원관리업무를 이관,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촌어항공단은 기존 기관의 명칭처럼 업무의 범위가 어촌과 어항으로 어선어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연근해어업실태조사를 수행하고 TAC(총허용어획량) 조사·관리, 국제옵서버의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는 등 어선어업인과 더욱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설하는 수산어촌공단으로 외국인선원관리업무를 이관하겠다는 것은 어촌어항공단의 확대개편을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가 외국인선원 관리업무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어선어업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어촌어항공단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결국 어촌어항공단을 확대개편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지적하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선어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와 현장 접근성이 높은 한국수산자원공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폐기, 어업인 피해로 이어질 것

수산업계에서는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공공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에 반대입장이다.

수협은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부터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를 맡아왔다. 그 과정에서 꾸준히 제도를 보완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그간 수협이 쌓아온 노하우 덕에 어업인들은 우수한 선원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선원 관리업무가 공공기관으로 이관될 경우 선원인력의 역량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선원관리에도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 선주들은 외국인선원 이탈로 불안감을 떠안아야 하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정부의 역할은 현재 외국인선원 인력공급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선원의 인권보장과 처우개선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수협중앙회는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외국인선원 관리업무는 법령이 아니라 지침에 근거하고 있다. 외국인선원 관리업무가 법령을 통해 통제될 경우 수협이 운영하더라도 법령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병규 수협중앙회 선원지원실장은 과거부터 제기돼온 과도한 송출비용문제 역시 수협에서는 5500달러라는 한도로 관리되고 있으며 외국인 선원 입국 이후에 송출비용 등을 조사함으로써 관리를 하고 있다현재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법령으로 규정하고 관련 제재조항도 마련할 경우 수협이 쌓아온 노하우를 살리면서 선원들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 “공공기관 이관 긍정적노동여건 개선 나서야

이주어선원 인권단체는 외국인선원관리업무 이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해수부가 향후 외국인선원의 노동여건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해수부가 해수부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발을 떼려고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차별과 보합제 배제 등 노동조건 개선에도 나설 것을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성명서에서 외국인선원제도가 이탈율이 낮은 것은 수협과 민간업체의 체계적인 관리덕분인 것이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인신매매라 할 수 있는 강제적인 조치들로 인해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를 국내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이탈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진단하는 것은 폭행 등 반인권적 방법으로 단기적 성적을 높인 체육지도자를 칭송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잘못된 진단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네트워크는 신설되는 한국수산어촌공단이 처음부터 송출·송입·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이지만 해수부가 늦게나마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발을 떼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문제는 공공성 강화를 통해 송출비용 문제 해결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노동조건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문제는 남게 되는 만큼 이 역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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