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농장 찾는 수고로움에서 해방
농작업은 로봇이 하고 경제성·환경보호까지 두 마리 토끼

시·공간 제약없이 네트워크와 기술 융합
스마트팜은 3세대에 들어서면서
자동화와 함께 최적화에 주안점

농업기술 데이터 생태계 구축
농업 특성에 맞는 로봇 개발 과제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신젠타에서 제공하는 팜샷 서비스 화면
신젠타에서 제공하는 팜샷 서비스 화면

2021년. 우리는 휴대전화나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대화하는 이들을 보는 일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시리’나 ‘빅스비’라고 부르면 전화를 걸거나 받고, 문자를 읽어주거나 보내주는 휴대전화는 여기에서 나아가 말 한마디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노래나 동영상도 재생해준다. 심지어 농담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사물인터넷기술(IoT)이 적용된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이라 부르고 있으며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찾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휴대전화만 똑똑(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재고 상태나 조리법을 알려주는 냉장고, 음성인식 조명과 잠금장치 등 우리의 일상은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해지고 있다.

농업 분야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농장의 온·습도를 조절하거나 시비·방제를 하는 일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IoT 기반 기술들로 무장하고 스마트하게 변화하는 농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과제를 점검해본다.

#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 스마트팜

농업의 생산시스템은 ICT기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스마트팜의 등장이다. 스마트팜의 등장으로 농업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네트워크와 자동화 기술을 융합해 농장 환경과 상태를 살피고,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초기 1세대 스마트팜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농장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함으로써 농업인에게 매번 농장을 찾는 수고로움에서 해방시켰으며 작업의 편리성과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2세대 스마트팜은 1세대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작물의 생체계측을 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생육시기에 맞는 환경조건을 관리하고,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병해를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농장 환경을 조절하던 것에서 나아가 보다 자동화된 재배가 가능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3세대 스마트팜은 1·2세대를 기반으로 보다 자동화되고, 효율화된 스마트팜이다. 농작업 로봇이 활용됨은 물론 에너지 효율화까지 추구된다.

이러한 3세대 스마트팜 개발을 위해 농진청 농업ICT융합연구실에서는 연구용 클라우드 시스템과 테스트베드(시험시스템)를 구축했으며 토마토를 대상으로 생육, 계측, 병해 진단, 팜보이스 기술 등을 산·학·연과 공동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 안에서 작물이 재배되고, 이를 태블릿을 통해 편리하게 확인하는 모습

# 자동화를 넘어 최적화로

시·공간의 분리를 통한 편리함에서 자동화로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팜은 3세대에 들어서면서 자동화와 함께 최적화에 주안점을 두고 고안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비료나 농약(작물보호제)의 오남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성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탄소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과도한 시비나 농약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팜 역시 최적화를 통해 불필요한 시비나 방제 처리는 줄이되 생산성은 극대화 시키는 최적화 기술이 ‘스마트 정밀농업’이라 불리며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배에 투입되는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여 농업인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다만 최적화를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와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최근 디지털농업 추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농업기술 데이터 생태계 구축 △농업생산 기술의 디지털 혁신 △유통, 소비, 정책 지원 등 3대 분야에서 10대 과제를 구성·추진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고령화, 식량자급률 등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빅데이터·인공지능(AI)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농림식품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에 비해 2012년 75.4%에서 지난해 82.3%까지 증가했으나 데이터 관련 연구개발 비중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고 있어 관련 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팜 관련 연구·개발이 노지가 아닌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유도 시설이 외부환경(변수)에 대한 통제가 용이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디지털 농업 5개년 계획
농촌진흥청의 디지털 농업 5개년 계획

# 노지 등 외부 적용 수요 증가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팜과 IoT, ICT 등의 기술이 접목된 농업기술 연구는 노지나 농사짓기 척박한 환경에서의 수요와 함께 증가세에 있다. 기존 스마트팜 시설이 외부의 불확실성을 통제함으로써 실내에서 최적화된 재배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설 투자에 대한 높은 부담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소면적 다품목 재배가 일반화되고, 밭농사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노지재배가 보다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 서산에 조성 예정인 그린바이오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플랜트 수출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한 경농은 미래형 스마트팜 모델을 제시하고 관수자재, 양액공급기, 자동제어기 등 스마트팜에 필수적인 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최대 혁신상을 수상한 엔씽(n.thing)은 기후나 토양과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고품질 농산물(엽채류)를 안정적으로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큐브라는 최적화된 컨테이너 내에 세계 최초로 수직농장을 모듈화 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상용화 했다. 외부와 차단된 컨테이너에서 작물에 최적화된 맞춤 환경을 조성해 재배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IoT 기술을 접목, 자동화된 편리한 농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노지재배 대비 4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높은 생산성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여러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농진청의 토마토 생산량 예측 로봇

# 디지털 농업기술의 과제

이러한 디지털 농업기술의 도입에 있어서 과제도 존재한다. 먼저 스마트팜과 관련한 장비와 기자재의 표준화 작업이다. 그간 민간업체 주도의 스마트팜 개발·보급이 추진되면서 업체별로 장비와 기자재의 규격이 달라 호완성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만일 스마트팜을 설비한 업체가 도산할 경우 농가는 스마트팜에 대한 A/S는 물론 부품교체마저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최근 농진청은 표준화 작업을 진행 현재까지 스마트온실 기자재 22종에 대한 국가 표준을 제정했고, 스마트축사 센서 19종에 대한 단체 표준화를 완료했으며 국가표준 제정도 추진 중이다.

노지 스마트팜과 관련해서는 토양과 기후 등에 대한 빅데이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필요하며, 빅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결과는 보다 정교해지는데 아직까지 국내에는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토양과 날씨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농진청의 디지털농업 추진전략의 첫 번째가 농업기술 데이터 생태계 구축인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인 신젠타의 경우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2018년 농장 사진 촬영과 분석을 통해 작물 건강을 조사하는 고해상도 위성사진 기술인 ‘팜샷(FarmShots)’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도 농업 환경에 맞도록 고안된 농업용 로봇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산업 전문가들은 △작업자뿐만 아니라 대상물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정밀한 제어시스템 △불규칙적인 노지나 외기 상태가 급변하는 자연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이 가능한 내구성 △농작물의 생육주기나 교체시기에 맞게 다른 농작업으로의 적용·확대 가능성 △고령농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의 용이성 등이 농업용 로봇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라며 이러한 농업의 특성에 맞는 로봇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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