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플랫폼 업체 속속 등장

농업분야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신뢰 높이는 게 핵심

데이터에 기반한 모바일 농업 플랫폼 통해
농장 특성에 맞는 추천 값 제공받아
불확실성 최소화한 농산물 생산·유통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그린랩스를 통해 스마트팜 시설을 갖춘 천안의 딸기 농가가 스마트폰을 통해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
그린랩스를 통해 스마트팜 시설을 갖춘 천안의 딸기 농가가 스마트폰을 통해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

비트코인. 어떤 원리가 적용되고, 뭔지는 잘 몰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로 손꼽히는 비트코인의 유명세만큼이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딥러닝,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관련 기술들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유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농업분야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 가능성과 플랫폼 시장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

# 블록체인 기술이란

2008년 최초의 블록체인 시스템인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거래내역을 정리한 블록을 만들고 연결(체인)하는 작업까지 수행하는 방식인데, 연결을 위해서는 ‘논스(nonce)’라 불리는 특정 숫자가 필요하다. 이 논스를 찾는 이에게는 코인으로 보상이 주어지며, 작업은 숫자를 일일이 대입해 연결이 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번거로움과 비효율성이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보안의 핵심이 된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논스를 찾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해커 등 특정 개인이 연속적으로 논스를 찾아 가짜 블록을 연결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블록체인은 길이가 짧은 블록을 식별해 버리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이들이 사용할수록 신뢰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정보처리나 계산의 효율성 등을 포기하는 대신 신뢰를 높이는 게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데이터 보관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수많은 기록 보관소를 두고, 동일한 기록을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기록 속도가 매우 느리다. 실제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중앙결제방식의 경우 초당 32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초당 4건의 거래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블록체인 기술과 농업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은 농업, 물류, 수송 등 단순 반복적이고 거래량이 많은 곳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농산물 원산지 관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중국 월마트, 일본 미야자키현, 미국 헝그리하베스트, 네덜란드의 알버트 하인 등 세계 주요 국가와 식품업체에서는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식품이력추적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식품 분야 블록체인 기술 활용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와 식품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개발, 2019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경우 유통단계별 이력정보와 증명서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공유함으로써 현행 이력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추적시간도 5일에서 10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완섭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도 최근 열린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에서 농업분야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사례로 이력관리와 콜드체인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농식품 분야의 원산지 이력관리와 콜드체인은 사육과정 정보, 품질검사 정보, 유통과정 정보 등 파편화된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함으로써 유통과정의 투명화와 원산지 증명이 가능해진다”며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물류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되며 업무의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치열한 데이터 확보 경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의 중요성은 그 어느 시대보다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AI나 딥러닝, 머신러닝 등은 빅데이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양이 얼마나 많냐에 따라 학습의 속도는 물론 결과의 정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개별 사업체 단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의 경쟁도 포함되는 만큼 정부와 민간의 데이터 공개를 통한 공공데이터 공유, 데이터댐 구축 등이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식품분야 빅데이터는 세계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식품 분야와 수산업 분야에서는 2019년 각각 ‘농림축산식품 공공데이터 포털(data.mafra.go.kr)’과 ‘해양수산 빅데이터 거래소(www.bigdata-sea.kr)’가 구축됐다. 지난 14일 기준 농식품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검색되는 공공데이터는 1062건이다. 지난해에는 ‘농식품 빅데이터 거래소(kadx.co.kr)’도 만들어져 농식품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등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무료로 제공되는 데이터 상품도 있다.

이러한 데이터 거래를 보다 활성화 시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데이터농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수경 온톨로지센터장은 “데이터 농업의 근간은 양질의 데이터가 핵심 자원인데 이러한 데이터 확보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고, 데이터의 유지·관리 또한 쉽지 않다”며 “데이터 거래에 대한 명확한 제도와 기준 등의 준비 부족으로 데이터 농업 경제는 뒤쳐진 상황이고, 데이터 거래를 위한 실질적 인프라 또한 부족한 만큼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준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 급성장하는 플랫폼 기업

최근에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업체들이 속속 등장,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데이터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농업분야 플랫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린랩스는 기존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 농업 전과정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꾀한다는 목표로 농산물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플랫폼 ‘팜모닝’을 보급하고 있다. 그린랩스가 팜모닝을 통해 제공하는 주요 생산 서비스는 농장 신축, 농자재 구매, 농장 환경제어, 데이터 분석, 농업인 커뮤니티 제공 스마트팜 설비와 농장 경영 개선을 위한 데이터 관리 등이다. 주요 판매 서비스는 유통 시세정보 분석, 도매 출하 대행, 구매자 중개,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제공과 판매 대행, 물류·재고·정산관리 시스템 제공 등이다. 특히 대부분의 서비스가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손쉽게 제공받거나 구현이 가능해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회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팜모닝 회원수 목표는 30만 명인데, 6월 현재 15만 명을 넘어섰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농업솔루션 서비스는 공공과 민간에 산재한 농업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농업인들이 서비스 이용자이면서 데이터 생산자로서 이용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보다 고도화될 것이다”며 “농업솔루션을 이용하는 농업인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과 감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모바일 농업 플랫폼을 통해 농장 특성에 맞는 추천 값을 제공받아 불확실성이 최소화된 형태로 농산물을 생산·유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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