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의 성패는 소비자 감동에 달려… 식생활 패턴·소비성향 등 파악해야”

[농수축산신문=안희경·김소연 기자]

농업경영의 성패는 경영자가 자기 농장과 목장에서 생산·판매하는 농축산물이 소비자의 요구(니즈, needs)를 충족시켜 소비자로부터 지속적인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는 농축산물이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농업인은 우선 최종 소비자의 요구에 최적화된 농축산물을 생산해서 합리적인 유통과정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며 최종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감동시킬 것을 주문했다.

대한민국 자조금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 교수는 한국축산경영학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한국자조금연구원장 등을 거치며 축산업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농업·농촌에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총체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이 요구되는 지금,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농업의 혁신에 대해 들어봤다.

 

# 축산업 급속 성장세, 이제 소비자를 고려할 때

박 교수는 육류소비량의 급속한 성장을 수치로 보여주며 국내 축산업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시장 개방화 시대, 이제는 소비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가 왔음을 강조했다.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은 198011kg에서 2019년 무려 56kg으로 증가했으며 우유의 국민 1인당 소비량도 1980년에 11kg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82kg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소비량 증가에 힘입어 농업생산액 중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60~1970년대에는 10%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1980~1990년대 중반까지는 25% 전후, 2000년대 중반에는 30%, 그리고 2015년 이후 지금까지 40% 전후로 올라섰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축산업의 생산액 비중이 커지고 있고 상위 10대 중요 생산품목에서 1위인 쌀을 제외하고 2위부터 7위까지가 축산물인 상황입니다.”

박 교수는 축산업의 이 같은 성장이 시장 즉,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이나 식품 소비성향과 욕구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로부터 축산물이 우선적으로 선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농가들이 그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축산물의 증산과 생산성 향상에 전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축산업은 지속적인 소비증가에 힘입어 질적 양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농업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품목에 따라 자급률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수입관세 철폐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농축산업 미래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개방화와 함께 최근 들어 소비자의 식품에 대한 건강성과 안전성, 그리고 소비의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성향과 요구, 그리고 식품유통의 환경변화 요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축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변화 양상을 정확히 파악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축산물을 생산·공급하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 소비트렌드 빠르게 변화, 책임경영 요구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소비자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식품공급의 편의성과 간편성 등이 갖는 장점을 절실히 체험했습니다. 더욱이 국내 소비시장에 혼밥 세대 즉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가정간편식(HMR), 1일 특급배송 등과 같은 식품의 간편성과 편의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소비자 변화와 함께 최근 소비자가 갖는 성향 변화에 주목했다.

최근 소비자는 국내 축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경변화의 요구를 거침없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개최된 제2P4G 정상회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는 이제 농장과 목장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 등 친환경적(E)이고 사회적 책임(S)까지를 감수하는 축산경영은 불가피한 현실이 됐습니다. , 기업은 이미 ESG 경영을 요구받고 있고 농업까지도 ‘ES Farm’의 경영을 요구받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소비기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보다 철저한 대책을 주문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음식물 폐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식품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축산물 특히 우유와 유제품의 경우 부패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비기한 이내라 할지라도 유통과 가정보관 과정에서 온도관리가 잘못될 경우에 득보다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실이 더 클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유와 유제품이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이르는 전 과정에서 냉장관리 온도를 현행의 0~10도에서 0~5도로 낮추는 등의 소비자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사전에 수립된 이후에 소비기한 도입이 추진돼야 합니다.”

 

# 지속가능한 농업, 농업인들의 노력 우선돼야

박 교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해 산업 종사자들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축산물의 생산현장인 농장에서도 축산분뇨의 합리적인 처리와 악취 저감을 위한 노력, 동물복지 등 다양한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감수하는 경영과 투자를 주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둘째, 친환경적인 안전한 농축산물과 건강 친화적인 다양한 축산식품을 생산·공급하는 데 생산자와 가공업자, 유통업자 등 산업 당사자가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어느 경우라도 시장에 제공되는 상품이 최종 소비자의 변해가는 소비성향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젊은 농업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체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동시에 농업인 스스로의 경제단체인 농·축협이 간편, 편의성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유통체계를 주도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에 위치한 농·축협은 슬리퍼를 신고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거리에 주거하는 소비자, 소위 슬세권소비자와 온라인 주문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농축산물 유통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기가 생산 공급하는 농축산물에 대해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농가 스스로의 노력이 부단히 계속돼야 합니다.”

 

# 농가 자발적 노력 결과물 자조금, 종합적 평가 필요해

대한민국 자조금의 대부로 불리는 박 교수는 농업인들이 축산업 발전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 대표적인 수단중 하나로 농축산물 자조금 제도를 꼽았다.

우리나라 농축산물 자조금 제도는 한우를 필두로 돼지, 우유 산업 등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당 축산물을 생산·판매하는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자조금을 납부해서 운영해야 하는 의무자조금제도가 축산물 자조금 법에 근거해 도입됐습니다. 특히 한우와 돼지의 경우 자조금이 해당 품목의 소비촉진과 시장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해 왔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특히 돼지는 국내산 돼지를 한돈으로 산업의 명칭까지 변경하고 이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교수는 각 품목의 자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발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자조금 제도의 성공에 대해서는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의무자조금제도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한우, 한돈, 우유를 포함한 세 품목의 자조금 제도는 종합적인 평가와 검증을 통해 각 자조금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보다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운영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박 교수는 또한 자조금 제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집단의 종합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조금 조직의 관리와 행정은 물론 자조금 프로그램의 전략 수립과 실행, 사업의 종합적인 평가와 공개, 법적·제도적 지원과 감독 등이 합리적으로 수행됐는지를 전문가집단에 의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는…

[약력]

-건국대 축산경영학 박사
-전 한국축산경영학회 회장
-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전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비상임이사
-현 서울우유 비상임이사
-IDF(국제낙농연맹) 2018 세계낙농정상회의 공동조직위원장
-현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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