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확대 대신 정원감축…사업 위축 우려
본연역할 상실되나
수협사료도 경비절감 나서
영업매출보다 영업비용 줄이는데 집중
2023년부터 배합사료 의무화에도 불구 마케팅에 집중도 어려워

 

수협중앙회가 경비절감에 매몰돼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소극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홍진근 지도경제대표이사 취임 이후 수협중앙회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비절감을 시도해왔다. 홍 대표의 이같은 노력은 임기 초 방만했던 경영을 합리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지하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경비절감에만 매몰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협동조합 중앙회로서 수협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무력화되는 협동조합 씽크탱크

수협중앙회의 씽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수산경제연구원이 무력화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수산경제연구원은 수협중앙회와 일선수협 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홍 대표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 기관의 연구용역을 하지 않던 수산경제연구원은 최근 외부용역 수주를 위한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수산경제연구원의 연구인력은 줄었다. 당초 9명이었던 수산경제연구원의 연구인력 중 3명은 수협중앙회 사업부서로 파견됐고 1명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로 파견됐다. 5명 중 1명은 스스로 퇴사를 하고 이후 해당 정원이 충원되지 않아 4명이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의 배경에는 경비절감이 자리잡고 있다. 홍 대표 취임이후 수산경제연구원은 ‘4000~5000만 원이면 쓸 수 있는 연구자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분이 불안했던 연구자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 인력부족으로 수협중앙회가 요청하는 연구를 하지 못해 수협의 연구를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일도 발생했다. 경비절감 때문에 오히려 다른 비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수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을 기업처럼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오로지 수익만 바라보다보니 협동조합의 본질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경영인제도의 문제점으로 단기실적에 매몰돼 조직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꼽히는데, 현재 수협이 전형적인 그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경비절감에 나선 수협사료

수협사료는 전문성이 없는 대표이사에 의한 극단적인 경비절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사료는 지난해 1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A 전 부산공동어시장 전무를 선임했다. A 대표는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사, 판매과장 등을 거쳐 전무까지 역임했다. A 대표는 수협사료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까지 배합사료와 관련한 그 어떠한 업무도 맡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조 대표가 선임될 당시 수협 내외부에서는 조 대표가 업무파악만 하다가 임기를 끝마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대표 취임 이후 수협사료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무직 직원들에게 원자재의 하역작업을 시켜 경비를 절감하는가 하면 8명의 영업사원 중 5명이 퇴사했다. 이들의 자리가 충원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영업매출을 늘리는 것 보다는 영업비용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이는 수협사료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협사료의 생산량 자료에 따르면 2018~20203년간 상반기 누적 사료생산량은 6372톤이었으나 올해는 6월 말 기준 4843톤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3년 평균대비 24% 가량 감소한 수치다. 올해 목표생산량이 2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매출 역시 감소했다. 20194321212만 원이었던 수협사료의 매출액은 지난해 3658222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생산량과 매출 감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영업사원이 대거 퇴사한데다 경비절감을 이유로 영업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사원의 추가 충원여부 역시 불투명한터라 수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협사료의 전 직원인 B씨는 수협사료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료회사인 만큼 어업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을 창출해야하는데 지금은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으로 보인다제조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매출을 늘리는 대신 비용을 줄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양어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도 정부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워도 2023년부터 배합사료가 의무화하는 것으로 계획된 만큼 이에 대응해 공장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고 신규고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수협사료가 겪고 있는 문제는 양어사료업계에서 이미 알려져 있으며 솔직히 수협사료의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 매출확대 대신 정원감축

수협중앙회는 내부에서도 정원감축 등을 통해 경비절감에 나서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협의 공판장들이다. 수협은 강서 구리 가락 인천 광주 전주 등에 공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이들 공판장은 2019년 이후 가락과 강서, 구리 등 3개 공판장이 2~3명의 정원을 감축했으며 인천과 광주, 전주 등 3개소는 각 1명씩 정원을 줄였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출을 확대하는 대신 정원감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바다마트를 둘러싼 논란 역시 경비절감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여주·양평)에 따르면 수협 바다마트 원효점은 2020년 하절기부터 지난 설까지 내리 3번의 점검에서 위생관리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지만 원효지점장은 수협중앙회로부터 업무유공표창을 수상했다. 이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해 점포를 활성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위생관리를 줄이면 표창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수협은 고유목적사업에도 소극적인 실정이다. 홍 대표이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의 추가 확충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수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사람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인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손쉬운 방법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업을 위축시키는 이유가 된다즉 현재의 경영진이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협의 또다른 관계자는 경비절감은 경영의 기본이라며 손익개선과 경영효율화를 위해 경비절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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