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바이오 기술개발·첨단과학기술 접목…신산업 육성 ‘박차’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그린바이오’ 산업이 정부지원을 통한 연구개발(R&D)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시발점에 서있다. 생명공학과 농식품의 융복합화를 통한 신산업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그린바이오. 이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그린바이오 연구개발·적용사례 등 현황과 향후 과제를 지상좌담을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김도영 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

- 백신·치료제와 기능성화장품 개발 등
- 전망 매우 밝아

김도영 센터장
김도영 센터장

바이오산업은 응용분야에 따라 레드(Red), 그린(Green), 화이트(White) 바이오로 분류하고 있다. 혈액의 붉은 색을 상징하는 레드바이오는 의료와 제약분야, 식물의 녹색을 상징하는 그린바이오는 농업(농생명소재)과 식량분야, 공장의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꾼다는 화이트 바이오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의미한다. 또한 그린바이오는 식량의 생산과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분야와 식물 유래의 다양한 이차대사산물 생산과 활용 목적의 그린바이오, 그리고 최근에는 식물을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해 바이오의약품이나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으며, 특히 5대 유망산업인 마이크로바이옴,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 동물용 의약품, 생명소재 산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기술로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분석기술과 대체식품·메디푸드 분야의 식물단백질 육류모사기술, 동물세포 배양기술, 정밀영양기반 식품개발기술 등이 있다. 종자 분야의 분자육종·디지털 육종, 유전자가위 기술과 동물용의약품 분야의 유전자재조합 기술, 줄기세포 기술 그리고 생명소재 분야의 곤충, 해양생물, 식물정유 등 제형화 기술 등을 통해 그린바이오 분야의 유망제품을 개발하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다양한 백신이 개발돼 화이자와 모더나의 핵산 기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바이러스벡터 백신, 노바백스의 단백질 기반 백신 등이 국내에 접종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는데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 코로나19 그린백신이다.

코로나19 그린백신은 재조합단백질 기반 백신으로 담배(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를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해 백신을 생산한다. 현재 캐나다와 미국의 그린백신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코로나19 그린백신이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어 곧 백신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며 국내 그린백신 기업에서도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고 비임상을 완료하고 곧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신속성이 우수한 것으로 잘 알려진 그린백신이 기존 유정란이나 동물세포, 미생물에서 생산되는 백신 세계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 뿐만 아니라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해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기능성화장품 소재로 잘 알려진 상피세포성장인자(EGF)의 경우 보리나 벼 세포에서 생산해 기능성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효소나 진단용 소재, 메디푸드 소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소재가 식물에서 생산될 수 있어 그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농업이나 식량 중심의 그린바이오 기술개발과 함께 첨단과학기술이 접목된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을 함께 육성, 미래 세계 바이오 경제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권석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융합생물소재연구부장

- 정밀한 유전자 편집기술
- 품종개발서 보편적 기술로 황용 기대

권석윤 부장
권석윤 부장

최근 셀지에는 잡종 감자의 개발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영양체(씨감자)를 파종해 재배하고 있다. 감자 종자의 파종을 통해 감자를 생산하는 방법은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한 감자의 수확량도 우수했는데 2g의 종자 파종을 통해 200kg의 씨감자를 파종해 생산할 수 있는 감자를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물의 품종개발은 교배와 선발을 통한 육종, 돌연변이 개발을 통한 육종, 생명공학 기술의 적용을 통한 육종을 통해 진행돼 왔다. 최근 유전자 편집기술 등을 포함하는 신육종기술(New Plant Breeding Technology) 또는 유전체 신기술 (New Genomic Technology)을 이용해 품종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술의 적용을 통해 다양한 표현형을 갖는 자원들의 변이정보를 생산하고 표현 형질과 연관된 유전형을 찾고 마커로 개발해 육종에 활용할 수 있다. ‘유전체 육종’은 다양한 형질의 유전자원 확보, 자원의 유전체정보와 표현형 정보를 확보한 후,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통한 표현형 연관 변이정보를 추출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예측모델을 확립한 후 검증을 통해 원하는 표현형을 갖는 F1을 생산할 수 있는 교배 조합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2000년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의 유전체 정보 해독에 관한 논문이 발표된 이후 많은 식물·작물의 유전체 정보가 해독돼 발표되고 있으며, 다양한 유전자원에 대한 유전체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등을 통해 유전체 정보 해독, 유전체 육종·디지털 육종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생산된 유전체 정보와 자원의 특성 분석 정보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속연구와 적용연구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유전체·디지털 육종연구 성과의 현장 활용을 위한 ‘디지털육종 전환지원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기존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복합(양적)형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적한 품종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육종 컨설팅과 맞춤형 분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 국내 종자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앞서 언급됐던 감자 종자의 개발과정에서는 대량의 유전체 정보의 생산과 분석이 진행됐으며 유전자 편집기술도 적용됐다. 정밀한 유전자 편집기술의 적용이 품종개발에서 보편적인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통적인 육종이나 돌연변이 육종 등을 통해 개발하기 어려웠던 특성을 갖는 품종을 개발해 재배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체 정보 분석과 유전자 편집 관련 기술개발과 관련된 연구가 대학과 국공립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 분야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는 적지 않은 수의 그린바이오 벤처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 연구 주체들의 활발한 협력연구를 통해 경쟁력이 강화된 품종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 민간기업·투자기관 협력 통한
- 창발기술사업화 역량 강화 중요

이기원 교수
이기원 교수

최근 정부에서는 그린바이오 관련 5대 유망산업인 종자, 대체식품·메디푸드, 생명소재 산업, 동물용 의약품,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환경과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그린바이오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린바이오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정부지원에 의한 기초연구에 머물지 말고 민간 기업과 투자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창발기술사업화(Emerging Tech Biz)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를 토대로 연구실 창업 등의 적극적 지원이 매우 중요한다. 이를 위해 대학 캠퍼스 내에 그린바이오 분야의 벤처·창업 지원을 위한 기업입주 공간구축과 창업보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역대학의 연구실이 보유한 인적 기술적 자원을 기반으로 그린바이오 분야의 기술사업화와 이를 응용한 융복합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실례로 서울대학교는 평창군에 그린바이오 연구와 교육 역량 확대를 통한 산학협력, 국제협력,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부지 277만1450㎡(약 84만 평), 건물 8만6372㎡(2만6000평)로 구성된 대규모의 그린바이오 첨단 연구단지를 조성했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은 현장 밀착형 연구·교육 기반 확충을 통해 그린바이오 산업의 핵심적 성장 동력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평창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을 통해 차세대 식물성 바이오제품 개발을 위한 융합기술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면서 수입콩·노란색대두·검정콩과 차별화된 ‘약콩’에 집중했다. 약콩 껍질에는 프로시아니딘이라는 폴리페놀 등 기능성 성분이 훨씬 많이 함유돼 있고, 고랭지인 평창에서 직접 재배했을 때 함량이 더욱 증대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평창에서 직접 재배 가공 가능한 ‘약콩두유’라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일을 시작했다.

특히 약콩 품종인 약선콩을 평창지역 내에 계약재배 하고, 지역전략식품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대학두유에서 이를 제조하고 있다. 또한 밥스누, 우리두, 리아에스앤유, 평창약초, 더플랜잇 등을 창업시켜 약콩을 이용한 기능성식품, 기능성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동물용의약품, 마이크로바이옴 발효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롯데제과, 광동제약, 쥬비스, 암웨이, 워커힐, 담터 등의 기업과 약콩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사업화해 그린바이오기술 기반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가 주도해 선정된 맞춤형 식이설계 플랫폼사업과 평창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연계해 약콩 이외에 약초 등을 활용한 종자, 대체식품·메디푸드, 생명소재 산업, 동물용 의약품,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핵심기술과 융복합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과 인프라, 그리고 그린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지역단위 생산자, 가공공장, 유통판매를 연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통해 지역산업을 이끌어나가는 창발(Emergence)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지역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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