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아그테크’에 주목하라

기후위기 속 식량안보 위기 상황
우리나라는 농촌 고령화·인력 문제 심각

아그테크라 불리는 농업기술로
21세기 ‘파괴적 혁명’ 이뤄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배수영·엄익복 기자]

김용환 교수 
김용환 교수 

“20세기에는 녹색혁명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발전을 이끈 ‘파괴적 혁명’이었다면, 이제는 21세기를 선도할 파괴적 혁명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세계는 기후위기 속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여기에 농업·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문제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아그테크(Agtech)’라 불리는 농업기술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21세기의 파괴적 혁명이 될 것입니다.”

김용환 서울대 교수는 본지가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인터뷰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발전의 핵심은 아그테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우리 농업·농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 안고 있는 현안들을 해소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들어봤다.

#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농업·농촌에서의 의미있는 변화는.

“과거에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게 국가적으로 중요할 만큼 우리나라는 식량 생산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따라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데 국가적 역량이 총 동원되기도 했다. 따라서 농협 조직의 결성과 이를 통한 농가 조직화가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해방 이후 농지법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정립한 부분을 들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작물보호제(농약), 비료, 종자, 농업기계 등이 생산성을 뒷받침하며 농업 혁신을 이끌어나간 성장 동력이었다. 특히 1970년대에 개발된 통일벼는 처음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게 한 종자 육종기술로 녹색혁명의 총아라 평가된다. 이들 파괴적 혁신 농업기술의 공통점은 농업을 보다 쉽고, 편하게 만들면서 생산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21세기의 파괴적 혁신 역시 보다 편리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임에는 다름이 없지만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탄소 격리량을 높여 지구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생산에만 치우치는 게 아니라 공급사슬 축소를 통해 보다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지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는 농업의 영역이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지와 보다 가까워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농업·농촌의 미래를 선도할 농업기술은 어떤 게 있나.

“21세기 파괴적 혁신 기술의 중심이 될 아그테크는 농업 환경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아그테크의 대표로 불리는 스마트팜은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농업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이는 통제되지 않는 외부 변인들을 줄여나감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고,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최적의 알고리즘을 통해 투입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현재 상태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시설재배 스마트팜과 노지 스마트팜으로 구분돼 시설재배 스마트팜이 활성화 돼있지만 기술의 고도화와 적용 확대로 노지에서의 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토양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시설재배 스마트팜에 적용되고 있는 수경재배 방식만으로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토양 내 마이크로바이옴 등 미생물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역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양은 작물의 생산기반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토양 내에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노지 스마트팜 기술의 적용 확대와 발전을 위해서는 생육단계별로 수확량을 예측하고, 병해충 등을 예찰해 조기에 경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스마트팜과 더불어 최근 노벨 화학상을 받은 유전자편집기술이 적용된 종자육종기술도 우리나라 농업기술 분야에서의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농업기술분야 혁신적인 변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방향은.

“우리나라 농업분야 R&D는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의 농업 경쟁력은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만이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생산기술에도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농업기술 수출을 위한 R&D 투자와 지원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농업기술과 제품, 품종의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농산업계의 투자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농산업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농협도 일본의 젠노처럼 R&D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국내 농산업 기술의 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국내 농산업계가 가격 경쟁력만을 따져서 R&D 투자를 등한시하고 수입 제품에 의존하게 되면 외국 농산업체의 유통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내 농업 현실에 맞는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나가고, 이를 검증할 시스템과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 개별적·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술 개발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체계와 규격이 마련돼야 보다 효과적인 R&D의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선도 관리 측면 외에도 카본 풋프린트 등과 관련해 소비지와의 연계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기술 개발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 미래 농업을 위한 과제는.

“농업은 쉬워져야 한다. 또한 투자대비 수익이 높아져야 지속가능해진다. 농업 현장의 일손부족 문제와 후계인력 문제는 농업의 진화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보다 손쉽고 편리한 농업, 농가가 수익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직업으로 인식할 수 있는 농업이 돼야 한다.

농업은 미래에도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결코 없어지지 않는 산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농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파괴적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업은 더 젊어져야 하고, 농가에 이익이 돼야 한다. 농업은 이러한 경영마인드를 갖춘 농가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농가를 구분해 정책이 수립돼야 하며 기후위기를 비롯한 수많은 도전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할 것이다.”

# 김용환 서울대 산학협력교수는…

[약력]

-서울대 농화학과 농학박사
-전 한국응용생명화학회 부회장
-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화학 및 작물보호위원회 공동위원장
-전 스위스-한국 비즈니스 카운실 이사
-전 신젠타코리아 대표이사
-전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 석좌교수
-전 한국농약과학회 회장
-전 팜한농 대표이사(CEO)
-현 한국분석과학기술원(KASTI) 농업분야 최고기술경영자(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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