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항만 중심구조 바뀌어야…어업인 체감 수산업·어촌정책 제시 필요

정권말이면 반복되는 해수부의 존폐론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수산업·어촌분야에 대한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해수부 재출범 당시 해수부 현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정권말이면 반복되는 해수부의 존폐론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수산업·어촌분야에 대한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해수부 재출범 당시 해수부 현판식을 하고 있는 모습.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해운항만업계와 수산업계가 동상이몽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운항만업계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6일 ‘해양수산 관련 지식인 1000인 모임’ 출범식을 갖고 20대 대선공약으로 채택돼야 할 해양수산핵심과제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산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는 수산분야 공약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공약을 모으는가하면 어업현장에서는 해양수산부에 대한 불신을 표하며 농림수산식품부 내지는 수산청으로의 회귀가 나을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 정권말이면 반복되는 ‘존폐론’

해수부는 1996년 8월 8일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건설교통부 수로국, 해난심판원이 통합돼 4466명을 정원으로 발족했다.

출범 이후 ‘수산홀대론’이 꾸준히 이어져오다 2008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산정책과 어촌개발, 수산물 유통 등의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고 해양·해운·항만 등의 업무가 국토해양부로 이관, 폐지수순을 밟았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해수부가 재출범하게 됐고 이는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의 발족과 폐지, 재출범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대통령의 임기말이면 해수부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보다는 존폐론이 해양수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산업간의 시각차이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 수산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차 산업인 수산업계와 3차 산업인 해운·항만업계는 ‘바다’라는 공간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동질성이 있지만 산업의 특성상 시너지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발생하는 내부 갈등이나 수산정책에 대한 어업인의 불만은 해수부 존폐론의 불씨가 되고 있다.

# 해양수산통합행정, 시너지는 ‘글세’

해양수산분야 통합행정으로 인한 시너지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해양수산통합행정 25주년 기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광서 KMI 경제전망연구부장은 ‘해양수산통합행정 성과와 향후 발전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해수부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박 부장은 통합행정의 성과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수립·추진 △어촌뉴딜300사업 추진 △항만이 물류기지에서 지역경제 중심지로 전환 △상선원과 어선원 통합 육성·관리 △해양환경개선과 통합관리 △해양공간통합관리 △해양레저관광기반 조성과 체험교육기회 제공 △해양안전인프라구축과 해양안전문화 확산 △해양수산창업투자 통합관리 △해외시장 개척과 국제협력 통합관리 등을 꼽았다.

제시된 성과는 대부분 통합을 통한 시너지라고 보기 어려우며 일부 성과는 수산업과 해운·항만업의 이질적인 성격으로 오히려 통합관리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해운·항만업과 수산업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산업을 묶어서 관리한다고 시너지가 나기는 힘든 구조”라고 지적하며 “바다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통합해서 관리를 하려들다보면 오히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책들이 나오게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 수산업계, “차라리 농식품부로…”

해수부를 두고 수산업계와 해운·항만업계의 시각차는 크다.

해운·항만업계가 주축이 된 해양수산관련 지식인 모임에서는 해양수산부를 해양수산물류부로 개편하고 기상청을 통합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기상청을 통합하는 것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모델이며 여기에 더해 해운과 항만, 물류, 조선산업, 기후 등 해양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해수부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해운·항만업계가 단순히 해수부의 존치가 아닌 기능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현장의 어업인들은 산업간 동질성을 감안해 농림수산식품부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식품’, ‘1차산업’이라는 동질성 이외에도 어업인들이 체감했던 ‘지원규모’가 자리잡고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수산업의 미래성장을 위해서 해수부가 존재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업현장에 있는 한수연 회원들의 생각은 다르다”며 “현장의 어업인들이 체감하는 정책적인 지원혜택을 보면 농업분야가 훨씬 다양하고 예산 규모도 크기 때문에 해수부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어업인 단체장은 “현장에 가도 반농반어가 대부분이고 어업인이나 수산업계와 밀접한 한국농수산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농수산물도매시장, 협동조합 등 어업인과 밀접한 기관 또는 단체가 모두 농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는데 부만 나눠져있다”며 “어업현장에 가보면 해수부 재출범 이후 정책적인 지원이나 제도적인 지원들이 농림수산식품부 시절보다 못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료사회만 보더라도 해양분야는 토목 등이 주류가 되고 있어 1차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 수산분야의 자리를 승진을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라며 “산업의 동질성이나 정책의 효율성 등을 볼 때 농식품부에서 1차산업과 식품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운·항만 중심구조 안바뀌면 존폐론 반복 ‘불가피’

어업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현재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에 대한 얘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현재 해수부의 정책 포커스가 해양분야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는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해양진흥공사와 120억 원에 그치고 있는 수산분야의 구조개선이다”며 “지역소멸문제 등으로 어촌에 대한 정책적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해수부내에서 수산업과 어촌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해수부는 한 명의 국무위원이 바다와 어촌에 대한 정책을 직접 관장함으로써 해양수산관련 정책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부처”라며 “다만 수산업·어촌분야의 행정수요에 비해 조직이나 예산 등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국민들은 해수부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해수부가 정책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존폐론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해수부의 가장 큰 정책고객인 어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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