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농지투기 수단된 농지임대수탁 사업·군 급식 개편 대책 촉구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송형근 기자, 이문예 기자]

지난 14일 한국마사회·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축산물품질평가원·농업정책보험금융원·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제공]
지난 14일 한국마사회·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축산물품질평가원·농업정책보험금융원·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제공]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4일 한국마사회·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축산물품질평가원·농업정책보험금융원·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농해수위 의원들은 편법 농지투기에 이용되고 있는 농지 임대수탁사업에 대해 지적하고 군급식조달시스템을 통한 식재료 조달 시 국내 농축산업계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식품 모태펀드가 지역 편향적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 농지 임대수탁사업 헌법 무력화 수단으로 전락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농지임대수탁사업이 편법 농지투기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헌법 무력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임대수탁사업은 수탁 가능 농지의 기한 제한이 없어 비농업인이 농지 취득 후 단기간 내 농어촌공사에 위탁, 임대함으로써 농지법 처분의무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임대차가 허용된 농지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으로 자경이 어려운 농지를 임대 위탁 받아 전업농 등에게 장기 임대하는 본래 목적이 아닌 편법 투기 방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소유자가 직접 자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질병이나 징집·취학 등으로 농사를 짓기 곤란하거나 농지를 상속받았을 때, 6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이 5년 이상 자경한 농지에 대해 임대할 수 있다.

김 의원은 “2016~2020년 총 임대수탁농지는 6만675ha, 농업경영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는 4만9940ha, 취득 후 2년 이내에 농어촌공사에 위·수탁된 농지는 1만774ha에 이른다”며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 농지법 취지에 맞춰 정책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갑)도 “농어촌공사의 농지 임대수탁사업 계약 건수가 지난 6월까지 11만7137건인데 이중 87%인 10만1899건은 공고 절차 없이 임대계약이 체결됐다”며 “대부분의 임대수탁 계약이 공고를 거치지 않았고 임대 위탁자가 사전에 물색한 임차인과 계약하거나 그렇게 체결한 임차인과 다시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지 임대수탁사업은 2005년 비농업인 간 불법적인 임대차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농지 유동화를 촉진해 농지시장 안정화, 전업농 영농 규모 확대 등을 도모하고자 도입됐다.

이어 주 의원은 “농지 소유자가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공고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임차인을 선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귀농 희망자의 농지 확보를 돕기 위해 임차인 선정 시 청년후계농, 2030세대, 귀농인 등 전업농 육성 대상자를 우선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어촌공사가 무늬만 농지 임대수탁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방관했기 때문”이라며 “형식적 사업 운영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제한 없이 허용돼 전업농이 영농규모를 확대하는 데 장애가 되고 귀농인의 농지 확보도 어렵게 한다”고 질타했다.

# 군급식 개편시 농축산업계 피해 없어야

정부가 군급식 조달체계를 수의계약에서 경쟁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농축산물 사용으로 국내 농축산업계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최근 시범사업에서 수의계약을 경쟁방식으로 전환했는데 국내 농축산물이 아닌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산이 대부분 사용됐다”며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우리나라 장병을 위한 군급식에 해외 농산물이 보급되는 말도 안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힐책했다.

김승남 의원도 “정부가 군급식을 내년부터 aT의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참고해 경쟁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시스템 전환 시 저가경쟁으로 인해 저품질의 수입산 식재료 납품이 급증, 국내 농축산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며 “올해 군급식 조달규모는 1조6000억 원인데 이중 농축산물이 6000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eaT는 학교가 식재료 공급자를 선정·계약하기 위한 전자조달시스템이다. eaT시스템을 통해 국내 80%의 학교가 식재료의 86%를 구매한다.  

김 의원은 “국방부가 가칭 maT를 구축할 경우 eaT의 학교급식 구매체계 준용을 의무화해 국내산·지역 농축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aT가 농식품부와 국방부의 협의 과정에서 입찰방식 등 전자조달시스템의 급식 구매체계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급식 구매체계 준용이 어렵다면 조합 간 경쟁을 통해 군납이 가능한 모든 농축협에 참여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김춘진 aT 사장은 “eaT시스템은 경쟁입찰 방식 외에 수의계약 방식도 있어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산물 공급이 가능하다”며 “군급식 공급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32사단에 1차분을 공급했을 때 수입 농산물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한 반면 11사단의 경우 홍천군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99.2% 국내산 농산물로 공급받는다”고 설명했다.  

# 모태펀드 편향적 투자·1차산업 투자 저조 등 개선 요구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이 운용하고 있는 농식품 모태펀드와 관련해선 지역 편향적 투자, 1차 산업과 여성 기업에 대한 투자 저조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 인천 남동구갑)은 “농식품 모태펀드의 지난 5년 간 총 투자금 4261억 원 중 44.7%는 서울에, 25.4%는 경기에 투자되는 등 수도권에 약 70%의 투자금이 집중됐다”며 지역 편향적 투자를 질타했다.

또한 맹 의원은 “여성이 대표인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2~8.8% 수준에 머무는 등 매우 저조하고, 최근 5년 간 창업 3년 이하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금 비중도 오히려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꼬집었다.  

1차 산업에 대한 저조한 투자율도 지적됐다.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 김제·부안)은 “농림수산분야에 투입되는 모태펀드 투자금 중 1차 산업 부문에는 약 11%만이 투자되고 있다”며 1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민연태 농금원장은 “취임 후 1차 산업 부문과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에 전념해 왔다”며 “이를 위해 지역특성화펀드를 시행 중이며 1차 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지역별 투자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목적펀드를 만들어 투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해 보험상품의 보장성과 관련된 세부내용 변경 시 농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농금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지적됐다.

# 미투식품 대비책 마련해야

식품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미투식품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됐다.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부산 서동구)은 “중소기업에서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쳐 출시한 수박을 이용한 초코파이의 경우 대형식품업체인 해태제과에서 인기상품인 오예스를 비슷한 제품으로 출시하며 중소기업 제품을 사실상 고사시켰다”며 “중국의 천천향상 프로그램에서는 한복을 입고 김치를 담글 뿐만 아니라 아리랑 노래를 부르고 상모를 돌리며 중국 전통문화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우리 정부와 aT, 식품진흥원이 미투식품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당장 제도 마련이 어렵다면 연구용역과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를 통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 식품이 전 세계에서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우리 내부 규정 정비”라고 설명했다.

# 마사회, 생존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이날 농해수위 의원들은 마사회에 경영 정상화, 내부기강 확립 등을 주문했다.

특히 의원들은 경영 위기 속에서도 연봉, 성과급 인상 등이 이뤄진 것에 대한 강도 높은 질책과 함께 하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개호 의원은 “보유금 고갈을 앞두고 있어 대출 등의 자금 차입을 통해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마사회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다”며 “지난 8월부터 경륜, 경정은 온라인 발매가 시행됐는데 마사회도 생존을 위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정부, 시민단체 등과 더 깊은 소통을 펼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 당진)은 “마사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정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 조사 또한 직원 가족과 지인을 고객으로 위장해 동원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경영부터 조직 내부기강까지 아주 엉망인 총체적 위기의 기관이다”고 질책했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손실액이 약 11조 원, 말 생산농가 등 말산업 관련 손실은 약 2조 원이 넘는 경영 위기 속에서도 마사회 임직원 평균 연봉은 2019년 대비 지난해 6.7% 증가했다”며 “경영 위기라는데 연봉에 성과급도 늘어난 돈잔치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누가 마사회가 어렵다고 공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송철희 마사회장 직무대행은 “위원들의 지적대로 제도적, 기술적 보완을 통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반성과 성찰을 통해 기관 운영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축산물 자율등급판정제, 농가 참여 유도해야

축산물 품질 제고를 위해 도입된 ‘축산물 자율등급판정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어기구 의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168억8100만 개의 계란 중 자율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12억여 개로 7.3%에 불과했다”며 “오리는 28.9%, 닭은 10.2%로 대부분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에 축평원은 농가가 자율등급판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부족한 제도는 보완해 소비자 신뢰도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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