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전남지역 농가가 요소복합비료를 측조시비하는 모습
전남지역 농가가 요소복합비료를 측조시비하는 모습

요소 등 비료 원자재가격 급등세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비료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 향후 진행될 농협과의 계통가격 협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제 요소 평균가격은 톤당 6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74달러 대비 148%나 오른 것으로 이미 두 배가 훨씬 넘게 가격이 뛴 것이다. 이처럼 오름세가 심각한 이유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요소 평균가격이 385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던 반면 이후에는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으로 단기간에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오름세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대란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파악된다. 지난 8월까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국제 원자재가격이 올랐다면 이후부터는 중국의 국제 무역 갈등에 따른 수출제한 조치 등의 타격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와도 무역 갈등을 빚으며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중단,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석탄은 중국의 주된 요소 생산원료이기 때문에 요소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내수공급 위주 정책에 따른 각종 수출제한 조치까지 더해져 국제 요소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와 중국의 무역 갈등이 주된 원인인 만큼 상황이 호전될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적어도 내년 3~4월까지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돼 내년도 비료의 안정적 공급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고 중국 외 공급선을 찾는 방안 역시 쉽지 않다. 우리나라 비료는 요소 등 원자재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 중 70% 가량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중국을 제외하면 남미나 동남아 지역에서의 수입을 고려해야 하는데 국제 물류 상황이 최악인 점을 감안하면 남미는 가격은 물론 선박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남아는 수출량 자체가 적고, 비정기적이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게 비료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무기질비료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요소 원자재가격이 조만간 톤당 1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구매계약을 체결해도 이행하지 않고 파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배를 못 구해 항에서 나오질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비료업계는 수년간 원가 이하로 납품을 지속해 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료 원자재가격 급등세까지 더해져 자체 손실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비료가격 현실화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8월 농협이 비료 평균 공급가격을 14.8% 인상했지만 업계의 부담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료가격을 현실화 할 경우 비료 소비자가격은 2배 가까이, 일부 제품은 2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 이 때문에 곧 진행될 농협과의 계통구매 협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기질비료의 경우 농협경제지주를 통한 계통거래 비중이 전체의 97%에 달하는 등 절대적이다. 이러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농협은 수년간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계약을 진행, 2016년부터 5년 간 업계의 적자가 2000억 원 이상 누적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산업 자체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갑)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7개 비료제조업체로부터 연평균 3500억 원대의 무기질비료를 구매했는데 이들의 실제 구매가는 농협 자체 산정원가보다 10~25% 낮고, 생산업체 산정 원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업계는 누적 적자가 2000억 원이 넘었다”며 “현재의 계통구매 계약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비료업계 관계자는 “요소 등 원자재의 현재 오름세를 감안하면 비료 평균가격이 지금의 2배는 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연 이를 농협이나 소비자인 농업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결방안이 강구되지 않는 가운데 하루가 다르게 원자재 가격이 올라만 가니 업계로서는 어떻게든 가격이 현실화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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