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시급…탄소감축 준비 미흡, 실천계호기 구체화 해야”

농업·농촌 현장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대응 노력 시급성 인식 높지 않아
고품질·안전 농산물 생산 전념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전환 주력

농업·농촌 지속가능성 높이기 위한
농촌의 삶의 질 제고 시급
반짝이는 아이디어 가진 젊은 농업인들이
농업 현장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야
농업·농촌 보다 생기 얻을 수 있을 것

[농수축산신문=·대담=최상희 편집국장 ·정리=이한태 ·사진=엄익복]

“우리 농업·농촌은 많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인구감소, 시장개방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농업·농촌이 지닌 역량과 잠재력은 과거와 크게 다릅니다.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이 해외시장에 수출되고 있으며, 뛰어난 농업기술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농업·농촌을 둘러싼 현안이 도전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기회 삼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림부 재직 시절 한·미, 한·EU 등 다수의 국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베트남 사무소 대표로 맹활약하며 농업개발·식량안보·국제통상 전문가로 알려진 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 총장을 본지 40주년을 기념해 만나봤다. 다음은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통해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나눈 배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농업·농촌은 기후위기, 식량안보 등 많은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 있다면.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영국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약속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0%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계획은 밝혔지만 시기적으로 구체적인 실현은 차기 정부의 몫인 만큼 조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 농업분야는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농업·농촌 현장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이나 대응 노력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이에 서둘러 농업·농촌의 탄소배출 관련 자료를 정교히 하고,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농업과 관련한 국제 연구나 프로젝트를 활용하고, 연계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분야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연구·노력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탄소를 흡수하거나 탄소를 줄이는 적응 연구와 노력도 중요하다. 숲이나 산림 등이 잘 조성되고 보호되는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는 탄소발생 저감과 함께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적응(adaptaion)’ 연구나 프로젝트가 많다. 유엔 FAO에서도 ‘기후변화 적응농법(climate smart agriculture)’ 등을 소개하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사용중단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농업분야 적응이 시급한 상황임을 뜻한다. 기후변화는 이미 국제적 아젠다이며, 산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환경과 관련한 노력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 시점이다.”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거대 FTA가 추진되고 있다. 농업 통상 전문가로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CPTPP나 RCEP 추진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WTO는 국제 무역의 구심점 역할이 약해지다 지난 트럼프 정부 때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겪으며 WTO를 탈퇴함으로써 허물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TO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지역주의가 활개를 치게 되고, CPTPP, RCEP 등 지역협정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협정은 기본적으로 관세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FTA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존 FTA와 다른 점은 경제적인 면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국제 영향력 다툼 등 정치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FTA와 유사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실제 국내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이후 시장개방이 우리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시장개방의 영향으로 우리 농식품 시장이 수입 농산물에 잠식당하는 피해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생산하는 구조로 탈바꿈하게 되기도 했다. 우리는 어느새 고품질 안전 농산물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넓이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례로 베트남 슈퍼에서는 우리나라 샤인머스캣이나 딸기가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개방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겪어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일 수 있다.”

#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식량안보는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나.

“식량안보나 식량자급 문제는 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계 인구는 지난 40년 간 약 2배가 늘었다. 식량 생산량도 2배가 늘었는데, 이는 농지면적이 2배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농업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이룬 결과다. 앞으로 세계 인구는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세계 식량 공급 문제와 우리의 식량안보, 식량자급 문제는 별개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식량부족 문제가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응방식 역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700만 톤에 달하던 쌀 생산량이 400만 톤마저 무너져 380만 톤에 불과하다. 여기에 곡물 생산량은 200만 톤에 불과해 사료나 식품가공용 전분 등 곡물 수입량은 1600만 톤에 달하는 실정이다. 농지면적이나 농업인구 역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만큼은 예외로 하더라도 최근 생산과 소비가 늘고 있는 육류, 채소, 과일 등 곡물 이외의 농산물을 포함한 자급률 계산방식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식량안보를 단순히 곡물자급률로만 가늠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국민이 먹고, 소비하는 칼로리 등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생산량과 생산능력 역시 매년 감소하는 농지에 기반한 토지이용형 농업을 대신해 그 한계를 기술과 생산성으로 극복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우리 농업·농촌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

“농업·농촌의 비전은 우리 농업이 지닌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과제에서 찾고 싶다. 우리 농업은 우선 생산 측면에서는 기술을 앞세운 고품질 안전 농산물 생산에 전념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 중심의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전환, 마지막으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농촌의 삶의 질 제고를 시급한 과제이자 나아갈 바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공익형 직불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향후에도 이러한 제도는 보다 확대돼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도시민과 농업인의 소득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라도 공익형 직불제도는 확대될 것이다.

젊고 역량있는 농업인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농업인들이 농업 현장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농업·농촌은 보다 생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은 농업분야에서 성공함으로써 농업에 대한 이미지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다.”

# 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 총장은...

[약력]

-현 스틱 인베스트먼트 경영자문위원(베트남 사무소 근무)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베트남 사무소 대표
-전 한국농수산대 총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장
-전 청와대 농어촌비서관
-전 농림부 농촌정책국장·국제농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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