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이한태·박현렬·이문예 기자]

최근 전국적인 요소 공급차질과 이에 따른 파동이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가공, 유통 등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중국발 요소 공급중단으로 농업계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분야는 무기질 비료업계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요소 평균 가격은 톤당 724달러로 지난해 말 274달러 대비 무려 264%나 급등했다. 비료업계는 이와 관련해 가격도 가격이지만 물량 자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치솟아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넘어선 것도 문제지만 높은 가격으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도 비료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소비료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 서귀포)은 “지난해 12월 말 시가 기준 요소비료 가격이 4배가 올랐다”며 “무기질 비료 1500억 원, 유기질 비료 1000억 원 지원사업 예산을 더 증액하고, 원가연동제를 발동해 농협이 비료업체에서 수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갑)도 “중국발 요소대란에 따른 비료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농업인 부담 증가액이 4427억 원, 호당 42만7710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요소뿐만 아니라 비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무기질 비료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한 만큼 농식품부가 종합적이고 항구적인 대책 마련 과정에서 비료 가격 인상 시 그 부담을 농업인과 업체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차,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나 건설기계, 화물차 등에 요소수는 필수물질이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곳에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장치(SCR)를 장착, 요소수를 분사하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시키는 원리의 물질이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모든 일반차량은 물론, 농기계도 SCR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는 26kW(75마력) 디젤엔진 이상, 2016년 9월 30일 이후 출고된 것부터 SCR 의무 장착 대상이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SCR이 장착된 농기계는 지난달 말 기준 국내에 모두 2만7800대 가량이다. 농기계 요소수 사용량은 10리터 한병에 40시간 가량의 농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랙터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평균 사용시간은 150시간, 대형기종의 경우 300시간으로, 일정 물량확보가 어려울 경우 영농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의견이다.

실제 요소수가 없으면 트랙터나 콤바인의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기 때문에 농작업을 하는 농가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콤바인 수확과 트랙터 이송이 필수인 수도작 가을걷이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대형기종 위주로 이뤄지는 벼 곤포작업과 밭작물 농작업분야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산물 수확에 이어 가공, 유통에도 문제점은 이어진다.

한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우리 농협을 포함해 대다수가 직접 물류가 아닌 물류업체를 통하고 있는데 현재 요소수 재고 부족으로 즉각 배차가 되지 않고 배차수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주변 지역에선 운임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 대책을 고심하고는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종현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 계장은 “물류업체와 계약한 운송 차량 4대 모두 요소수 사태 이전에 보충해 둔 것 외에는 따로 재고가 없다”며 “주 거래 주유소 등에 부탁하는 등 요소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한 달도 채 견디기 어렵다고 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계장은 “물류가 중단되면 농산물의 납품 중단, 시장에서의 농산물 가격 상승, 먹거리나 생필품 사재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문제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지켜만 봐야 해 답답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대형유통업체나 배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사용이 가능한 요소수를 비축한 반면 개인적으로 농산물을 배송하는 업태에서는 열흘 정도부터 차량운행이 멈췄다.

김동석 (사)농산물중도매인직거래정산조합장은 “대형유통업체들은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하지만 산지에서 개인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는 중도매인들의 경우 배송차량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농산물 배송을 위해 산지를 순회해야 하는 5톤 트럭의 대부분이 열흘 전부터 운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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