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필요
깜깜이 선거문제·비용급증 우려
수산업계 의견 엇갈려
대다수 조합원 의사 반영 한계
수협중앙회장 대표성 확보위해 선거인 확대 필요
조합장들 이미 조합의 권한과 의무부여받아…현 선거제도 문제없어
전남·충남·경남 지역 조합원만 61.8%…지역편중 문제 지목

지난 22일 열린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전경.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협중앙회장 직선제의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인 가운데 무자격 조합원 정리나 지역편중, 깜깜이 선거 등의 선결과제들이 제시됐다.
지난 22일 열린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전경.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협중앙회장 직선제의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인 가운데 무자격 조합원 정리나 지역편중, 깜깜이 선거 등의 선결과제들이 제시됐다.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 수산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혼탁선거나 수협중앙회장의 대표성 확보 차원에서 조합원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나 ‘깜깜이 선거’ 문제로 선거제도 개선이 문제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오금로 수협중앙회 독도홀에서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 주요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 대표성·공정성 문제에 선거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은 수협중앙회장 선거과정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날 김영목 부경대 교수는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 제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는 선거인단이 수협중앙회장과 91명의 일선 수협 조합장으로 구성, 선거의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선거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하에서는 92명의 선거인만 참여하다보니 수협중앙회장 선거과정에서 대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또한 46명의 표만 확보하면 중앙회장에 당선되는 구조이다보니 사전 선거운동 등 불법 선거의 개연성이 있으며 혼탁 선거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더불어 선거권자인 일선 수협에 대한 수협중앙회가 회원조합에 대한 관리·감독기능이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중앙회장의 선거제도 개선에 있어 조합원의 의사반영을 확대하기 위해 대표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는 92명만 선거를 참여하다보니 대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특정지역 또는 업종이 아닌 수협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조합원 직선제나 선거인단 확대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수협의 모든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너무 많다”며 “선거제도 개선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현행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15만5000여명의 수협 조합원 중 불과 0.06%인 92명만이 수협중앙회장 선출에 참여한다는 것은 대표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또한 선거인수가 92명으로 매우 적다는 것은 선거부정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선제든 대의원제든 선거인을 늘려 대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거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는 무자격 조합원 정비문제나 지역편중 문제, 후보자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투표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진호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장은 “25개 어업인 단체장 모두 수협중앙회장 직선제에 찬성하고 있으며 현장의 어업인 역시 어업인의 손으로 수협중앙회장을 선출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중앙회장 직선제는 우리 헌법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어업인의 대표성을 확보해 중앙회장에게 수산인의 대표라는 정당성도 더욱 강화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선제가 실시되면 현장의 어업인들이 수협중앙회에 대해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어업현장에서 협동조합정신이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로 시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선제로 전환한다는 원칙하에 보완이 필요한 점들은 하나씩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깜깜이 선거’에도 비용은 ‘급증’

수협중앙회장 선거 제도 개선에서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이른바 ‘깜깜이 선거’에 따른 문제와 선거인단 확대를 위한 선거비용 급증 문제다.

현행 공공단체 등의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협중앙회장 후보자는 선거공보 1종과 어깨띠·윗옷·소품, 전화·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선거운동, 명함, 선거 당일 후보자 소개와 소견발표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장 동시선거와 중앙회장 선거에 위탁선거법이 적용, 선거운동방식도 크게 제약받으면서 선거가 ‘깜깜이’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선 수협은 시·군 당 1개소 정도에 불과해도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수협중앙회장은 전국 연안과 도서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터라 후보자의 면면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선거인단의 확대는 후보자의 선거비용 뿐만 아니라 선거관리비용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수협중앙회장 선거는 수협중앙회 총회 구성원이 선거인이다보니 수협중앙회가 위탁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거론된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를 통해 중앙회장을 선출하게 될 경우 일선 수협이 부담해야 하는 선거관리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비용은 경영 상황이 안정적인 조합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여건이 어려운 조합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전남·충남·경남 지역 조합원만 61.8%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지역편중 문제가 지목된다.

현재 수협 조합원 15만4873명 중 전남 지역이 4만8649명(31.4%), 경남 2만4838명(16%), 충남 2만2326명(14.4%) 등으로 3개 도만 해도 61.8%에 달한다. 이외의 지역은 전북 1만3391명(8.6%), 제주 1만2146명(7.8%), 경인 1만1581명(7.5%), 경북 7632명(4.9%), 부산 6598명(4.3%), 강원 4614명(3.0%), 울산 3098명(2.0%) 등의 순이다.

이를 감안하면 전남, 경남, 충남 지역에 수협중앙회장 후보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위탁선거법 적용으로 깜깜이 선거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전남·경남·충남 지역 조합장들은 현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이들 지역에서는 선거혼탁의 개연성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같은 조합원 편중은 중앙회 교육지원사업의 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송사로 이어질 수도

수협중앙회장이 직선제로 선출되더라도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송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 당진)은 지난해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2015~2019년 5년간 무자격 조합원이 2만4644명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 무자격 조합원이 조합장 선거과정 등에서 어업인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실제로 2015년 울릉수협에서는 무자격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합장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질 경우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수협중앙회장이 궐위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며 이는 곧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은 “지금 상황에서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다면 유세도, 토론도 없는 깜깜이 선거로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선거비용도 과도해지게 된다”며 “중앙회장에 취임해도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자격시비가 불거질 경우 송사가 이어지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중앙회장이 궐위하는 일이 생긴다면 중앙회의 경영공백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선 수협 조합장들은 조합원들로부터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과 조합을 운영하는데 있어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런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조합장들은 허수아비인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순욱 해수부 수산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는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와 관련해 수산업계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중앙회장 선거제도 문제는 수산정책협의회 등에서 꾸준히 다뤄오던 과제였으며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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