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일할 사람 없어지는 어촌…청장년층 어촌 유입 여건 마련해야
어촌활력 제고 위해 어촌활동가 지원 필요

중왕어촌계는 어촌계 연금과 6차 산업화 등을 통해 우수 어촌계로 손꼽히고 있지만 소멸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왕어촌계는 어촌계 연금과 6차 산업화 등을 통해 우수 어촌계로 손꼽히고 있지만 소멸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촌의 소멸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어촌의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청년인구의 유입은 제한적이다. 특히 도시가 아닌 연안어촌지역은 정주여건 등의 문제로 청년층의 귀어의향도 낮아 더욱 심각하다.

이에 전국의 어촌지역을 찾아 최근 어촌사회의 동향과 어촌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에 대해 들어본다.

(1) 서산 중왕어촌계

# 우수어촌계도 10년 기약 못해

충남 서산시 중왕어촌계는 6차 산업화와 함께 어촌계 연금제도 등으로 우수어촌계로 손꼽힌다. 하지만 중왕어촌계도 소멸위기에서 자유롭진 않다.

중왕어촌계에 따르면 마을의 전체 가구는 120가구로 이중 어촌계원은 98가구다. 중왕어촌계는 1가구 1계원의 원칙으로 계원으로서의 의결권, 투표권 등은 가구당 1인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체 계원들의 55% 가량은 70세 이상이며 60대인 계원도 35%에 달한다. 즉 전체 계원의 90%가 60대 이상인 셈이다. 젊은 귀어인들이 마을로 들어오고는 있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추세를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어촌 인구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어촌계의 폐쇄성을 꼽지만 중왕어촌계는 폐쇄적으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중왕어촌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2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어촌계원들의 의결을 거쳐 계원이 될 수 있다. 어촌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출자금도 200만 원에 불과하다.

총회의 의결도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 최근 10여년 간 어촌계 가입이 부결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이 경우도 희망하는 주민이 2년간 거주하면서 마을과 관련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기에 주민들이 계원가입을 부결시킨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왕어촌계는 향후 10년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000년경 중왕어촌계의 계원은 120여 가구였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계원이 감소했고 현재는 98가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마을어장 등에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계원은 70여 가구에 불과하며, 약 8년이 지나면 계원의 절반 가량만 마을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의 설명이다.

박 계장은 “서산은 그나마 수도권에 인접해서 호남권에 비하면 여건이 훨씬 양호한 부촌이지만 앞으로 10년 후에 마을어장에서 일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촌계원의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귀어하려는 청년들에 대한 어촌계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다행인 일”이라고 말했다.

 

# 어촌계연금·6차 산업화로 청장년 유입 촉진

중왕어촌계는 마을주민의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6차 산업화와 함께 어촌계연금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우수 어촌마을이다.

우선 중왕어촌계는 고령의 계원을 위해 매월 10만 원의 어촌계연금을 지급한다. 어촌계 연금을 위한 재원은 마을의 감태가공장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40%와 체험마을과 마을어장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각각 30%씩을 내서 마련한다. 타 지역의 경우 어촌계 연금을 위한 재원 마련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중왕어촌계는 어촌계연금을 위한 재원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령의 어촌계원들에게는 경영이양이 아니라 계원의 자격을 유지시키면서 보다 많은 소득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마을어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늘리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고령인 어촌계원들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작업을 줄이되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청년층은 고령층이 작업을 하지 않는 만큼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년수산학교와 귀어·귀촌과 관련한 사업을 통해서도 부수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어촌계연금을 위한 재원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박 계장은 “어촌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연금도 지급하다보니 계원들이 마을로 귀어하는 청장년층에게 더 많은 소득의 기회를 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마을이 더욱 젊어진다면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고령 어업인에게 지원하는 연금도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박현규 중왕어촌계장

“도시형 어촌마을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촌마을에서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청장년층이 마을로 유입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은 청장년의 어촌마을 유입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정책사업에서 개선점이 있다면.

“사람을 육성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에서도 상향식으로 어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관련 업체들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 마을 주민의 평균연령이 70세가 넘어가는 곳도 많은데 이런 곳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상향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어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활동가들이 어촌지역에 머물면서 마을의 분위기를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촌뉴딜300사업만 봐도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몇군데나 되겠나. 어촌개발사업시 어촌활동가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 어촌계의 개선점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촌마을에 빈집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어촌계가 정관에서 계원의 자격으로 마을에 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촌계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집이 없어서 이주를 못하게 되면 결국 그들은 도시형 어촌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마을이 속한 면 내에 거주할 경우 계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정관개정이 필요해보인다. 면사무소 소재지라고 해봤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차로 5~1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면사무소 소재지는 교육, 문화, 의료 등의 여건이 마을보다는 낫기에 청년층의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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