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자재가격 인하·시장가격안정 효과 ‘1321억 원’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지난달 13일 경기 안성시 소재 농협 중부자재유통센터를 방문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앞 줄 가운데>은 영농자재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농가 영농비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비료값에 인건비에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농자재 가격을 조금이라도 싸게 팔아주면 농가 입장에서는 크게 고마워합니다. 공산품 가격은 다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만 제자리걸음이라고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말입니다.”

경북 남영양농협 석보지점에서 구매업무를 담당하는 김우현 대리가 밝힌 농협의 영농자재 경쟁입찰, 예약할인 구매 효과다. 최근 농산물 수취가격은 오르지 않는 반면 비료, 인건비 등 생산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농가경영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영농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예약할인 구매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 농업 생산비 증가에 농가 부담 커져

농업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비상이 걸린 농가들은 농협을 통한 영농자재만이라도 시중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비료가격은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뛰면서 정부와 농협 등에서 인상분의 80%를 보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부담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인건비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지만 이마저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영농자재 비용도 크게 올라 농가 경영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개당 450원선이던 고추 지주대(1.2m 기준) 가격은 올해 600원까지 올랐다. 이조차도 마진을 포기한 가격대로 실제 마진을 감안한 시중 가격은 650원 이상으로 책정되고 있다. 관수자재 역시 지난해 대비 평균 10~15%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 가격인하 선도해 1321억 원 인하 효과

이에 농협에서는 농가 부담 경감을 위해 영농자재 경쟁입찰, 예약할인 구매 등을 추진 중이다. 농가의 실제 영농자재 구매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가격인하를 선도함으로써 시장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영농자재 경쟁입찰 실적은 15개 품목으로 구매액이 396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27개 품목, 11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기존 15개 품목에 신규로 이앙기, 원예비료 등 6개 품목을 추가하고 분무기, 일반자재 등 6개 품목을 새롭게 발굴해 품목과 물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이를 통해 농협은 영농자재가격을 104억 원(최대 24%, 평균 16%) 가량 인하했다. 이를 시장가격안정 효과까지 합산해 계산하면 약 1321억 원의 가격인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본체 유통가격에 부속기를 장착하고 자재유통센터를 통한 배송으로 물류비까지 줄인 실속형 농기계를 들 수 있다. 실속형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실속형 농기계는 시중 대리점 대비 9~16% 가량 저렴하게 공급, 약 473억 원의 시장안정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주산지별 선호도 따른 예약할인 구매도 큰 호응

이러한 영농자재 경쟁입찰 외에 농업용 멀칭필름 등에 대한 예약할인 구매도 현장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업용 멀칭필름은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지만 규격이 118개나 될 정도로 다양하고, 품목별·지역별·농가별 선호가 상이해 취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호남지역의 경우 구멍이 있는 흑색, 영남지역은 구멍이 없는 백색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농협경제지주는 주산지별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예약할인 구매를 진행해 kg당 시중가 3431원, 농협 자체 구매가 2680원에 판매되던 농업용 멀칭필름을 2200원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농협경제지주는 자재유통센터를 활용한 계통 시장점유율 제고, 시설자재 연중 할인행사, 농약 비수기 구매, 농기계 전시장 개설, 하우스 설계시공 연계 농자재 공급체계 구축 등을 통해 농가 영농비 절감과 영농자재 가격안정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13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농협 중부자재유통센터를 방문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농업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주요 원자재 공급망 관리 강화와 함께 영농비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으로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중부자재유통센터에서 시설을 둘러보며 영농자재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중부자재유통센터에서 시설을 둘러보며 영농자재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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