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쿼터제가 잉여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아닙니다. 감산정책을 추진한 후 잉여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무차별적으로 유제품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잉여문제는 또 다시 낙농산업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재술 서울우유조합장이 조합장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원유생산쿼터제 재검토''는 조합원들에게 감산이라는 고통을 요구하기 이전에 조합의 경영을 공격형으로 전개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잉여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잉여원유문제는 감산정책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낙농산업의 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 보호책이 병행돼 실시되지 않으면 잉여문제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낙농정책자문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제도권 밖에서 겪었던 낙농산업 위기의 원인은 어느 하나를 꼭 집어 말할 수 없다. 과잉되는 상태에서 감산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낙농가 뒤에는 이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악용하는 일부 부조리한 낙농가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과잉의 원인은 아니다. 이러한 몰지각한 낙농가의 뿌리를 뽑아내고 정부와 낙농가가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본다. 제도적 접근이란 바로 정책을 의미한다.
이미 수립된 정책은 섣부르게 수정할 수 없는 관계로 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낙농가들은 정부를 대립된 관계로 설정하지 말고 협력의 대상자로 인식하고 정책수립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잉여문제를 공격적 조합경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촉진을 유발시켜 잉여분을 해소하자는 의미인가.
“현재 잉여는 순수한 의미에서 즉 국내 원유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값싼 유제품이 국내 수요를 잠식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물론 소비둔화도 한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잉여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유제품 수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또 소비가 줄었다고 생산을 줄인다는 수동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잉여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든가 소비촉진을 위한 마케팅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한다든가 하는 적극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더이상 조합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경영의 기본틀이다. 전직원이 전사적으로 우유판매 확대에 주력하도록 우수한 인력을 영업조직에 전면배치하고 승진·인센티브 제공 등 현장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 공장과 조합 등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대대적으로 절감해 소비촉진으로 되돌리는 효율적 경영을 추진하겠다. ”

-향후 조합경영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
“학연·지연의 고리를 끊고 철저한 책임경영을 실시하겠다. 열성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간의 차별화는 분명히 둔다. 하지만 영업부서를 강화한다고 해서 여타부서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업·생산·신용사업은 각자의 특성이 있는 만큼 직원 스스로가 주어진 업무에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조합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밀착영업 등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영업이 소비촉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직원은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영업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 낙농산업을 이끌어 가는 서울우유의 자부심이다.
이를 위해서 원칙에 의한 관리, 공정한 경쟁과 대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지향하겠다. 또 직원에게만 강요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4년내내 유지하겠다.”

-거창공장 재검토 문제도 효율경영 차원에서 인식하면 되겠나.
“거창공장 건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가가치없는 사양 등은 과감하게 제외하고 기존 공장들과의 연결을 통해 효율성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의미다. 영남지역에서 기존의 판매목표량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공장의 치즈·주스생산시설과 보관창고 등을 신공장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제품생산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물류비용을 절감하면서 공장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당장 낙농산업이 어렵다고 해도 눈 앞의 것만 보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 10~20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후 상황에 맞는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 가고 진척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경영이다. 서울우유가 협동조합이면서 기업경영을 추구해 온 것은 단순히 영리목적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경영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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