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농업의 한 축인 기자재산업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쌀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하락, 농수축산물수입개방 확대 등으로 농어가경제여건이 악화되자 관련 기자재산업도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물약품, 사료, 농약, 농기계, 비료 등 국내 농축산업의 핵심 농축자재업계는 원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이같은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농수축산업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으로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과 같이 농수축산업을 둘러싼 전후방산업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농수축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후방산업은 농수축산물의 생산성 향상에 일익을 담당, 안정적인 먹거리공급을 주도해왔을뿐 아니라 농수축산물의 품질향상 등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다가 기존에 공급해 놓은 기자재들의 사후관리는 물론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로 농수축산업을 첨단산업으로까지 발전시켜 당당히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결국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란 얘기같지만 기자재산업의 발전없이 농수축산업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수축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빠진 기자재산업을 구해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올해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농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적용을 연장하는 문제부터 각종 세제상의 지원조치를 더욱 확대하는 등 정책적인 뒤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료, 농약, 농기계, 사료, 축산기자재 등에 대한 영세율적용이 2003년 12월 31일부로 만료될 경우 6400억원 가량이 농가부담으로 돌아가고, 결국 이는 기자재산업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업계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외형확대에만 주력해온 비료, 농약분야는 이미 만성적인 과잉공급상황을 겪고 있으며, 그외 분야도 시장예측감각이 부족해 생산라인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 등을 전적으로 농어가경기탓으로만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올들어 돼지콜레라, 뉴캣슬 등 가축질병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잉여원유문제, 축산물 가격하락으로 축산업 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황에서도 300여개 업체들이 난립, 서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근의 축산기자재산업을 살펴보더라도 자구노력의 병행은 필수적 요소임이 틀림없다.
전문화된 생산체계와 전문적인 마케팅을 도입하는 업계의 노력에 축산기자재 전문유통센터 설립이라는 숙원사업이 달성된다면 한국 축산기자재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적으로 5000억원이라는 축산기자재 시장이 확보되어 있다고 해도 업계 자율적인 노력없이는 향후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동남아와 아시아 전체 시장은 물론 유럽 등지에서도 생산비가 높은 일본과 유럽 제품 등에서 가격은 싸지만 품질은 이들과 동등한 한국산 기자재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수요욕구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축산기자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술을 제공하는 필드마케팅,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종자품종개발, 농민과 함께 하는 기업문화정착 등에 쏟는 노력은 기자재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꾸준한 기술개발투자로 우수한 기자재를 개발하는 것과 병행해 이 기자재를 통해 농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알려주는 기술서비스제공은 농심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정된 국내시장에 머물기 보다는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있다. 동물약품분야의 RNL생명과학은 소독제인 `스누캅''을 호주를 비롯해 동남아지역에 수출하는 등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전축종에 최고의 기자재만을 공급하고 있는 삼우엔지니어링과 같은 기자재업체는 IMF라는 거센 풍랑을 만나 한국 경제가 비틀거리는 시점에서 오히려 사세를 확장하는 호기가 됐다는 점에서 위기가 곧 도전이라는 등식을 입증한 좋은 사레라고 할 수 있다.
농기계쪽도 지난 3월 현재 6264만2000달러어치를 수출해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대동공업, (주)국제종합기계, (주)동양물산기업, LG전선이 해외시장공략을 위해 세계적인 농기계 박람회에 참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형태의 영업을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공세를 펼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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