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협 규제 풀어야 농업이 산다”
[농수축산신문=엄익복 기자]
“도시농협이 농산물 판매와 농업가치 확산을 위한 혁신사업을 구상해도 막상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현실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농협의 규제를 풀어야 농업이 삽니다.”
박성직 서울 강동농협 조합장은 “‘치유농업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도시농협이 농업·농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동농협은 요즘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치유농업농장을 조성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농업을 체험하고 작물을 돌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서울 강동구 그린벨트 내 조합이 보유한 농지에 시설형·농장형·미래형 치유농장과 힐링테마농원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또 기존 농자재 창고를 용도 변경해 농산물직판장을 조성하고 쉼터도 만들어 도시민들이 농업을 체험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거나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복합 농업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치유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농지활용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컸다. 현행 농지법은 생산자 단체가 농지를 보유할 수 있는 용도를 아주 제한적으로 두고 있다. 농지법 제6조(농지의 소유제한) 1항은 ‘농업생산자단체가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험지·연구지·실습지·종묘생산지 또는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 생산지’로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법을 적용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농지법에 열거된 요건에 해당되는지 만을 검토하고, 치유농업처럼 생소한 농업형태에 대해서는 열거된 용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답답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농지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지의 이용을 지나치게 생산 중심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부대시설 등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기준이나 목적에 부합하도록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조합장은 도시농협들이 보유하고 있는 근교 농지를 활용해 생산지농협과 공동으로 농산물 판매장을 만들고 농촌에서 직송된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 도시민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맛볼 수 있어 좋고, 농협은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이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률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농지법 제35조 1항 1은 농지에 농산물 유통·가공시설을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농산물 판매시설’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므로 판매시설도 추가해 명확히 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농협이 보유한 농지는 대부분 그린벨트에 해당된다. 관련법에 따르면 그린벨트에서는 공동구판장 형태로 농산물 유통이 가능한데 공동구판장은 지역 생산물의 저장·처리·단순가공·포장과 직접 판매를 위한 경우로 명시해 관내에서 생산된 농산물만을 판매할 수 있고 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없다”며 “이런 법률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오래전부터 꿈꿔온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협력하는 형태의 농산물판매장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답답해했다.
박 조합장은 “‘농산물을 생산해서 제값에 팔지 못하면 농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본다면 생산보다 판매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도시에서 농산물 유통이 활성화돼야 농업과 농업인이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가 현장의 의견을 좀 더 꼼꼼히 수렴해 도시농협이 농산물 판매를 확대하고, 농업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각종 법률적 문제 해소에 힘을 더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