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 조사·평가체계 고도화
어획량 조사 정확도 개선·어선감척 등 병행돼야

 

수산자원관리정책은 생물학적허용어획량(ABC) 대비 최대지속가능어획량(MSY)을 산정해 수산자원의 안정적인 재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까지 수산자원관리정책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는 어업인의 어획량 자체를 통제해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다.

TAC제도의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TAC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4)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TAC제도

# 과학적 수산자원관리의 근간

TAC제도는 과학적인 수산자원관리의 근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처음 도입됐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차용, 어획노력량을 관리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어획노력량 관리 중심의 수산자원관리제도는 효율성이 낮다. ABC값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량을 어획하기 위한 어구·어법, 어구의 수, 어선의 선복량 등을 세부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규제가 굉장히 복잡하고 실효성도 높지 않다.

이에 비해 TAC제도는 각 어종의 수산자원량 대비 적정 어획량을 산정해 적정 수준 이내의 어획이 이뤄지도록 하기에 어업규제가 비교적 단순하다. 우리나라는 1999년에 4개 어종을 대상으로 TAC제도를 도입, 대상업종과 어종을 늘려왔다. TAC를 적용받는 어업인들은 각 어업인별로 쿼터가 할당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TAC제도 도입 이후 ABC 이내의 범위에서 TAC를 산정해왔으나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 ABC값이 과도하게 산정돼 TAC역시 과도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에도 수산자원분야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TAC 중심의 수산자원관리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을 마친 제도인데다 TAC중심의 관리제도가 효율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1세대 TAC연구자인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TAC는 어획량을 관리하기에 제도가 단순하며 효과적인데다 수산물 공급량의 상한선이 정해지기에 가격도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며 “TAC제도가 가장 선진적인 수산자원관리제도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이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고도화된 수산선진국, 걸음마 뗀 우리나라

TAC제도는 서구국가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꾸준히 고도화돼 왔다. 산정된 TAC를 어업인 개인에게 할당하고 이제는 개인에게 부여된 어획쿼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ITQ)까지 도입하고 있다.

또한 수산자원의 조사·평가를 고도화하기 위해 해상에서 투기되는 어획물도 양륙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노르웨이 등 수산선진국에서는 어업인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어획물을 해상에서 선별,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획물을 해상으로 투기하는 일이 이어졌다. 한정된 쿼터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한 어업인의 수익성 제고 노력이다. 이른바 고등급화(High-Grading)다. 고등급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획물의 해상투기는 수산자원의 어획사망률을 파악하는데 있어 문제로 작용하기에 EU에서는 2015년 원양어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각 업종에 양륙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양륙의무를 부여받은 어업인들에게는 양륙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 수준만 지급되고 있다.

이처럼 어업선진국에서는 TAC를 고도화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TAC제도를 확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동일한 어종을 어획해도 업종에 따라 TAC의 적용여부가 다른가하면 수산자원조사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조사·평가 고도화와 어선감척 병행돼야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TAC제도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 조사·평가체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어획량 조사의 정확도 개선, 어선감척 등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산자원 조사·평가체계가 과거에 비해서는 고도화되고 인프라도 상당부분 확충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어획량에 대한 조사 역시 크게 부족해 어획이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산자원의 조사·평가 체계 고도화와 어획량 조사의 정확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어업인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것에 대응, 어업인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어선감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수산자원의 조사·평가체계와 어획량 조사가 미흡할 경우 과학적인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축이 흔들리게 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며 “아울러 어선감척을 통해 잔존어업자들이 어업에 계속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삼 연구위원
이정삼 연구위원

[기고] 일본은 왜 TAC제도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나?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총허용어획량(TAC)은 포획·채취할 수 있는 수산동물의 종별 연간 어획량의 최고한도를 말한다. 남획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획량의 상한을 설정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지향하는 TAC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부분의 수산국이 기본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TAC제도를 도입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유엔해양법협약과 배타적경제수역(EEZ) 선포에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각 연안국이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할 경우 TAC를 실시하고 잉여 자원에 대해 타국에 어획량을 할당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TAC제도는 세계적으로 과학적 수산자원관리의 근간이 되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의 빈곤 문제, 환경 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설정했다. 이 중 14번째 목표에는 남획과 불법어업 관행을 근절하고 어류자원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지속가능한 최대 산출량 수준(MSY)으로 복원되도록 과학에 기반한 관리를 이행토록 하고 있다. 즉 유엔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도 TAC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TAC제도는 WTO수산보조금 협정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에서 남획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 관리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과 같은 배경과 필요성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9년에 4개 어종을 대상으로 TAC제도를 시작해 현재 15개 어종까지 확대하기에 이르렀고 향후 수산자원관리의 중심적 수단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TAC제도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가장 어업환경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최근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어선 척수 제한과 같이 어업으로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사용하는 어구의 규모와 수량을 정해 수산자원을 관리했다. 최근 들어서도 어업관리의 근간으로 어업인에 의한 자주적 관리를 운영하면서 TAC제도의 확대에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물론 유엔해양법협약과 배타적경제수역 선포 등의 이유로 일본 또한 TAC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1996년에 제정된 ‘해양생물자원의 보존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우리나라보다 앞선 1996년부터 7개 어종을 대상으로 TAC 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수산선진국으로 자부하던 일본이 서구에서 시작된 TAC제도의 확산에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를 방증하듯 대상어종은 초기 7개 어종에서 이후 전혀 확대되지 않고 2017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900만 톤을 넘나들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2016년에 수산청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0만 톤을 하회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기존의 자원관리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의 비판도 이어졌다. 닛케이비지니스는 일본은 어업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제기했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켜지지 않는 자주 규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뉴질랜드 628개 계군, 미국 500개 계군에 비해 일본은 TAC 대상종이 7개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또한 이러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후 수산청 조사에서 그나마 TAC 대상어종의 수산자원 감소가 타 어종의 감소에 비해 양호하거나 또는 회복 징후를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랜 시간 TAC제도의 확대를 거부하던 일본에서는 2023년까지 총 어획량의 80%까지 TAC 대상어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산개혁프로그램에 포함시켜 2018년에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우리의 TAC제도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2016년에 우리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44년만에 100만 톤을 하회하는 충격을 겪으면서 수산계에서는 수산자원관리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이전의 공감대가 크게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TAC제도는 상당한 감척의 병행, 미참여 어업인에 의한 참여 어업인의 역피해 방지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상당하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수산자원관리에서 후퇴해 다시 일본이 자책하던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민관학연의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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