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농업용 부직포·사료보조제 등 활용
시장성 우수해 산업안정화 도모

미량요소 포함된 타 토양개량 비료 비해
절반 이하 가격…농가 경영부담 ↓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향균·탈취, 중금속 흡착, 원적외선 방출, 식물성장 촉진 등 다양한 효능을 나타내 신비의 광물로 불리는 ‘일라이트(Illite)’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라이트 매장 지역인 충북 영동군은 이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한 산업화 단지 건립, 연구개발(R&D)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일라이트 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현장의 사례 등을 중심으로 미래 자원으로서의 농업 분야 활용 가능성 등을 짚어본다. 

 

# 일라이트를 영동군 ‘100년 먹거리’로 

일라이트는 충북 영동군 일대 폭 400m, 길이 17km 맥상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인 5억 톤가량이 매장돼 있다. 이곳에서 채굴되는 일라이트는 국내외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라이트에 비해 순도가 높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국내에서 대규모의 일라이트 광산이 발견된 건 벌써 30여 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산업계 활용 노력이 충분치 않았던 데다 주로 영세업자에 의한 단순 채광·판매가 이뤄진 탓에 채산성도 낮아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일라이트는 충북 영동군 일대 폭 400m, 길이 17km 맥상에 5억 톤 가량이 매장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라이트는 충북 영동군 일대 폭 400m, 길이 17km 맥상에 5억 톤 가량이 매장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동군이 일라이트를 ‘케이(K)-미래천연광물’로 명명하고 2018년 안정적인 일라이트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해 5개 광구의 일라이트 광업권을 출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에는 군 경제과에 일라이트팀을 구성해 관련 사업과 연구개발 지원 등을 밀도 있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영동군은 용산면 일대에 일라이트 지식산업센터, 고순도 일라이트 가공센터를 구축해 일라이트를 지역의 ‘100년 먹거리’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일라이트 지식산업센터와 고순도 가공센터는 내년도 말 준공해 2024년 2월부터 관련 기업들의 입주를 시작한다. 지식산업센터에는 국비 약 119억7800만 원을 비롯해 도·군비 등 총 198억84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일라이트 가공·시험 분석 장비 등을 갖추게 될 고순도 가공센터에도 도·군비 약 80억 원이 투입된다.

성수아 영동군청 경제과 주무관은 “영동군의 부존자원인 일라이트의 산업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산업센터 구축과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일라이트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됐으며, 지난 3월에는 일라이트산업 진흥재단 설립 추진과 관련한 용역이 마무리되는 등 향후 일라이트 산업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에서 생산되고 있는 일라이트의 농업 분야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북 영동군에서 생산되고 있는 일라이트의 농업 분야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농업 분야 활용 가능성 높아 ‘기대’ 

일라이트는 건강·미용, 건축, 바이오산업 등 분야에서 조금씩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비료와 농업용 부직포, 사료보조제, 정수처리제, 가축·어류 사료 등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라이트 농업용 비료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사용해 본 농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이용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영동군 소재 맞춤형 비료제조 전문업체인 천지바이오가 적극적으로 일라이트를 활용한 비료 생산에 나서고 있다. 

자칭 ‘일라이트 비료 홍보대사’인 오용은 영동포도연합회장은 일라이트 비료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농가 중 하나다. 오 회장은 샤인머스캣 밭 중 약 1652.9㎡(500평)가 영동농업기술센터 시범포로 지정되면서 지난 5년 간 일라이트 비료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 비료 효과에 크게 만족해 지난해부터는 자체적으로 일라이트 비료를 추가 구매해 총 약 4297.5㎡(1300평) 면적의 샤인머스캣 밭 전체에 사용하고 있다. 

오 회장은 “우리 농장의 샤인머스캣 품질을 보고 주변 농가에서 이번에 일라이트 비료를 많이들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토양 개량과 포도 경도 강화 효과 등 장점이 많아 주변 농가에도 강력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숭아도 함께 재배하고 있어 복숭아 밭에도 일라이트 비료를 사용해봤는데 수확량 등에서 크게 만족한다”며 “가격도 미량요소가 포함된 다른 토양개량 비료에 비해 절반 이하여서 경영 부담도 덜었다”고 덧붙였다.

일라이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규산에 작물 성장에 필요한 칼슘 등을 조합한 제품들이 실제 작물의 생육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속속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오용은 영동포도연합회장이 일라이트 비료로 재배한 샤인머스캣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용은 영동포도연합회장이 일라이트 비료로 재배한 샤인머스캣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동군의 일라이트를 활용한 농업용 부직포도 이미 2005년부터 생산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삼랑ATI가 생산 중인 일라이트 부직포는 그간 가격 경쟁력이 낮아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일라이트 채굴의 채산성이 높아져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면서 주목받게 된 경우다.

최민석 삼랑ATI 대표는 “농업용 부직포 자체가 단가가 높은데 일라이트 가공을 하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고추, 마늘 등 작물의 병해충과 서리·냉해 피해 예방 효과가 좋고 일라이트가 가진 흡착·분해 효과 등으로 각종 토양 중금속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이제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미리부터 구매를 예약하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업 부문에서도 일라이트를 활용한 제품들의 강점이 두드러지며 관련 시장의 확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영동군도 다양한 분야에서 일라이트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라이트 소재 상용화 사업’, ‘일라이트산업 활성화 마중물 보조사업’ 등을 추진해 컨설팅과 연구개발,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영동군은 2027년까지 일라이트 창업과 육성을 지원하고 일라이트 스마트팜 조성, 축제 개최 등 관련 산업의 확장성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8년 이후에는 일라이트 연구소를 유치하고 전문 교육기관 설립, 스타기업 육성 등으로 산업 안정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 [Interview] 한천우 천지바이오 연구개발팀장 
“일라이트, 수급·가격·기능성 측면서 활용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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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우 천지바이오 연구개발팀장
한천우 천지바이오 연구개발팀장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고 요즘과 같은 환율 상승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일종의 가격 방어가 가능해 매력적입니다. 가격뿐만 아니라 기능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시장 경쟁력 있다고 봐요.”

천지바이오 ‘CMS일라이트’와 ‘천지일라이트’ 제품의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한천우 연구개발팀장은 일라이트의 농업 분야 활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농업용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정세 등 여타 요인들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만으로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능성 측면에서도 탁월해 특히 농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팀장은 “일라이트에 함유된 규산이 열매의 저장성을 높이고 뿌리 활착 등을 도와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일라이트 제품을 사용해 본 농가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지속 사용 의향을 보이는 등 호응도가 좋아 앞으로 천지바이오도 우리만의 기술 노하우를 녹여낸 새로운 일라이트 제품들을 다양하게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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