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청년어업인 지원사업 확대해야”
“정착 초기 경제적 부담 줄여줬으면”
“어업기술 습득 어려워”

경제적 부분이 가장 힘들어
귀농은 농신보 보증서만으로 대출 되는데 귀어하려면 보증서 있어도 담보 요구
정책사업들이 공동체지원에만 무게
청년들은 그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 높아
식품가공업도 키워야…개인·법인 지원 필요
어획물 제 값 받는 구조도 만들어야

청년어업인들이 지난달 26일 개최된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 좌담회에 참석해 수산업 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의견들을 피력하고 있다.
청년어업인들이 지난달 26일 개최된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 좌담회에 참석해 수산업 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의견들을 피력하고 있다.

 

어촌의 소멸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청년들의 수산업·어촌 진입을 활성화하기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새해에 청년들이 돌아오는 수산업·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을 주제로 권역별 청년수산인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는 전북 권역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 강원·경북, 전남·제주, 경기·인천·충남 권역으로 진행하게 된다.

지난달 26일 전북 부안군 부안수협에서 열린 전북권역 청년어업인 좌담회를 지상중계 한다.

△주최·주관 : 한국해양수산개발원·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2년 12월 26일 15:00~

△장소 : 부안수협 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임종성 보배호 선장, 정찬민 블랑호 선장, 조병근 해아수산호 선장, 정대준 해아수산 대표, 한승우 대풍수산 대표, 이봉국 ㈜봉선장 대표 <무순>

△정리 : 김동호 기자

△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오늘 좌담회는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청년들로부터 들어보고자 마련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수산업·어촌에 진입하게 된 과정, 귀어를 실행하는 과정, 귀어·귀촌과정에서의 어려움, 정부의 귀어·귀촌 정책과 수산정책에서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수산업에 뛰어들게 된 과정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이봉국 대표=대학을 졸업하고 에스컬레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귀어하게 됐다. 당시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수산업의 6차 산업화에 대해 홍보를 많이 했고 시장조사를 해보니 길이 있어 보여 귀어를 결심했다. 처음에 어업을 하려고 하니 어업기술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자금문제도 심각했다. 3000만 원을 가지고 부안으로 내려왔는데 카드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렵기도 했었다. 귀어 첫 해에 수산물 가격이 좋은데다 어획량도 받쳐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정대준 대표=2021년부터 귀어를 준비해서 지난해에 귀어를 실행했다. 정부의 귀어자금으로 자망어업허가를 구입, 수산업을 시작했고 꽃게를 비롯해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유통하는 사업을 위해 시작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부안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어업을 했으며 친구나 선배들도 어업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조병근 선장=그간 15년 정도 배를 탔었는데 정대준 대표와 함께 해아수산을 설립하고 직접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일을 2021년부터 시작했다. 그 전에 배를 탈때는 같은 일을 15년 가량했음에도 발전이 없었다. 단순히 생산해서 위판이나 유통인에게 판매하는 것 만으로는 수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직접 잡아서 팔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찬민 선장=서울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고학년때 부안으로 전학을 와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부안에서 졸업했다. 서울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새로운 일을 알아보는 과정에 이봉국 대표가 어업을 먼저 시작한 것을 보고 귀어를 결심하게 됐다. 직접 조업하고 판매해야 경쟁력이 있어보여서 어업과 유통까지 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승우 대표=바지락총각이라는 브랜드로 조개사업을 하고 있다. 귀어를 하기 전에 귀농을 할지, 귀어를 할지 고민을 했었다. 이전에 농산물 가공회사에서 일을 했었는데 농사를 지으려면 땅 뿐만 아니라 종자, 농약, 사람까지 모두 구해야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했다. 반면 바지락은 종패를 뿌리고 9개월 후에 판매하면 되기에 귀어를 결정하게 됐다.

△임종성 선장=부안에 전혀 연고가 없지만 부안으로 귀어를 한 케이스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서울에서의 접근성 등을 감안해 충남으로 귀어를 하는 것을 고민했는데 부안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귀어하게 됐다.

△[좌장]박상우 부장=귀어를 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한승우 대표=해양수산부의 귀어·귀촌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정책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귀농을 할때는 농신보 보증서만으로 대출이 되는데 귀어를 하려고 하면 보증서가 있어도 담보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농식품부가 청년들의 정착지원금 사업을 시작한지 2년 후에야 수산쪽에서 시작을 하는 등 해수부의 정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해수부의 사업 시행이 늦다보니 업력이 3년이 넘어서 정책지원을 받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고도화시켜나가는데 해수부는 농식품부의 정책을 그대로 붙여넣지만 그 가운데에 빈틈이 많다.

△임종성 선장=정책자금의 상환일정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선을 건조하려면 2억~3억 원 가량 드는데 난 3억 원을 대출을 받아서 어선을 건조했다. 그런데 내후년이면 원금을 상환하는 시점이 도래하게 된다. 4억 원 대출을 10년간 상환하려면 연간 4000만 원을 상환해야한다. 매달 400만 원씩 적금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착 초기에 겪는 경제적 부담을 조금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곳이 너무 제한적이다.

△정찬민 선장=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고 수산업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생활비나 어업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돈을 융통하기도 어려웠다. 돈이 없어서 빌리러 가면 담보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매년 나아지고는 있는데 첫해에 너무 어려워서 대출을 조금 더 받았던 것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봉국 대표=어업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 귀어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 주말마다 내려와서 어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리고 주말마다 가서 기초적인 교육을 이수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귀어학교에서 4~5주 정도 교육을 하는데 그정도 교육으로 혼자 나가서 조업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다 현실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고 마련해야한다.

△[좌장]박상우 부장=어촌의 소멸위기를 감안하면 한명 한명의 청년이 중요한 만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 프랑스의 개체굴 귀어학교에서는 기존의 생산지를 개조해서 학교로 만들어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도 어업현장의 학교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수산업에 진입한 청년들이 협력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한승우 대표=전북 고창에 청년벤처스라는 농업단체가 있고 4-H연합회도 있다. 4-H의 경우 정부의 지원사업이 연계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시·판매하는 등에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산업계에는 그런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민간에서 알아서 만들라고 하면 생활도 힘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되면 청년어업인 단체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봉국 대표=사실 지역에서는 청년어업인 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에도 반대가 심했다. 기성세대들은 주로 혼자 조업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우리는 조업을 나갈 때 서로 협력하면서 한다. 혼자 하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셋이 같이 조업을 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장점이 있다. 청년어업인들에게 그냥 알아서 만들어보라고 하면 사실 어렵긴 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청년들끼리 모일 수 있는 자리라도 한번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좌장]박상우 부장=청년의 관점에서 수산정책이나 귀어·귀촌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한승우 대표=언제부터인가 정부의 정책사업들이 공동체를 지원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동체 위주로 지원을 하다보면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그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어촌계장들을 보면 대부분 나이가 많은 편인데 그들의 눈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공동체 지원사업을 특정인들이 사유화하는 경우들도 걸러내기가 힘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산업은 식품가공업을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 제2의 동원F&B를 키워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수산물 가공업체가 등장해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매출도 커지게 된다.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청년들이 수산업에서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법인을 지원하는 것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병근 선장=최근 바닷가를 보면 공원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어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구를 적재하거나 어업활동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좁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청년어업인이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도 청년어업인인데 업력이 길다는 이유로 정책지원에서는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기존에 어업을 하던 사람도 업력이 길든 짧든 지원해줄 것은 해줬으면 한다.

△임종성 선장=정부에서 6차 산업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모두가 6차 산업화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봉국 대표처럼 6차 산업화를 하는 것이 좋긴하지만 어업을 하는 청년이 모두 6차 산업화를 해야하는 걸까? 지금도 빚이 있는데 6차 산업화를 위해 빚을 더 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봉국 대표가 잘 돼서 내가 잡아온 어획물을 사매매하는 것보다 좋은 가격에 가져갔으면 한다. 다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오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를 들어 부안의 가력항 같은 경우 판로가 마땅치 않다. 사매매를 하는것도 한계가 있다보니 도매상에게 넘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금 수산업에 진입한 우리부터 안정이 돼야 우리의 목소리도 낼 수 있고 다음에 수산업에 진입할 청년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대준 대표=귀어를 하고 융자를 받아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모두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최근 어선어업을 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인 목표로 유통·가공을 바라보고 있다. 생산만 해서는 수익성을 높일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통·가공에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어촌에서 살아가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데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빚만 있다. 빚내서 선원들의 월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부안군은 그나마 젊은 층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힘든 일을 안하려고 하다보니 월급을 많이 줘야한다. 나가는 돈은 많지만 어획물의 가격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귀어 청년에 대한 초기 지원을 늘려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

△이봉국 대표=귀어자금에서 어선의 허가는 대출한도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 전북지역의 자망어업허가가 4년만에 2배이상 비싸졌다. 대출을 받아도 허가를 사고 배를 건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청년어업인 금융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수산업에 기반을 둔 기업인데 정부의 정책자금은 기술보증기금의 자금이 더 많다. 기보에서는 기술을 보고 투자를 하는데 청년들을 평가할때는 그게 1번이 돼야 한다. 오로지 돈만 보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수산쪽의 농신보는 사실상 유통·가공업에는 쓰지말라는 수준이다. 단순히 재무로만 보지말고 적어도 기업설명회(IR)자료라도 보고 평가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의 수산물 소비촉진사업이 많아졌는데 대기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아주 일부라도 쓸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쿠팡 등 온라인몰과 거래를 하게 되면 수수료가 너무 높아지게 되고 있어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된다. 정부의 소비촉진자금으로 할인판매라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청년들의 초기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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