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 진입장벽 낮추고 현장교육 대폭 확대해

 

수산업·어촌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청년수산인 육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을 주제로 권역별 청년수산인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6일 부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권역 청년어업인 좌담회를 지상중계 한다.

△주최·주관 : 한국해양수산개발원·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3년 1월 6일 14:00

△장소 : 부산역 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한석준 어업인, 이용배 어업인, 김현진 어업인, 김태현 블루오션 영어조합 이사, 우정민 어업인, 임재욱 어업인 <무순>

△정리 : 김동호 기자

△사진 : 김동호 기자

 

박상우 부장

 

△[좌장] 박상우 부장=최근 청년들이 어촌사회의 주요한 주체로 부각되고 있지만 수산정책이나 어촌정책에서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 자리에서는 평소 어촌정책과 수산정책에 대해 느꼈던 문제점과 청년어업인이 안정적으로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감없이 이야기 해주면 된다.

 

한석준 어업인
한석준 어업인

△한석준 어업인(부산)=젊은 사람들이 어업을 이어나가야한다고 말 하지만 정작 청년들에게 어촌사회의 벽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5대째 부산 영도구에 살고 있는 영도 토박이이지만 어촌계를 가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선을 구매하고 어촌계에 가입하려고 하니 기존 계원들의 반대가 시작됐다. 어촌계장에게 이야기 하니 동의서를 받으라고 해서 계원 70% 가량의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계원 일부가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 동의서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 4월이 돼서야 가입을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어촌에서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용배 어업인
이용배 어업인

△이용배 어업인(부산)=정부에서는 어촌의 폐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같은 폐쇄성이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촌사회에서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느끼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이미 조직화가 잘 돼 있는 반면 청년들은 새롭게 진입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융화되는 것이 주요한 과제중 하나다. 청년들과 기성세대가 윈윈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청년들이 어촌에 진입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태현 이사
김태현 이사

△김태현 이사(통영)=청년어업인들에게는 기술적인 장벽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지점 중 하나다. 귀어를 위한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온라인 교육 등으로 교육을 이수하는데 이론 위주로 배우다보니 현장과 괴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청년들이 어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직접 어촌에 살면서 경험을 해봐야 하는데 이론교육이 주를 이루고 실습이 적다보니 어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경험부족에 따른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현장 위주의 교육이 많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어촌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욱 어업인
임재욱 어업인

△임재욱 어업인(남해)=과거 교육과정에서 어업인이 장화에 물기가 마르면 돈이 마른다고 들었다. 그 말이 참 와닿는다. 최소 1년 정도는 귀어를 하려는 마을에서 생활을 해봐야 한다. 경험이 없이 막연하게 유튜브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정보만으로 귀어를 하면 지역주민들과 마찰이 생기게 된다. 또한 융자금은 5년 거치 10년 상환인데 대출금 상환기간에 나가야할 돈이 많아지면 파산하면서 귀어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있다. 귀어교육 과정에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도 병행해줬으면 한다.

김현진 어업인
김현진 어업인

 

△김현진 어업인(부산)=귀어 당시 수산자원연구소에서 하는 멘토링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멘토가 지자체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어선을 한번도 타지 않았던 사람이 수산정책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멘토라고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정책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어업현장에 있는 어촌계장이 청년들을 멘토링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계장들이 바쁘다보니 멘토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우정민 어업인
우정민 어업인

△우정민 어업인(거제)=귀어·귀촌교육을 온라인으로 이수했는데 이 과정에서는 귀어에 필요한 내용을 주로 교육한다. 들으면서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나잠어업을 하는 사람이 받기에는 애매한 교육이 많다. 업종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가입하기에는 어촌계의 벽이 너무 높다. 내 경우는 8년 만에 어촌계원으로 가입이 됐다. 어촌뉴딜300사업이나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사업을 추진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필요한데 어촌계가 폐쇄적으로 유지되면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어촌계가 개방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박상우 부장=청년들의 눈으로 볼 때 수산업·어촌의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김태현 이사=어촌재생사업을 통해 마을단위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마을에서는 냉동창고 하나 짓는 수준의 고민밖에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마을단위의 사업을 선정할 때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진입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사업대상지를 선정할 때 청년어업인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마련하거나 사업을 할 때 청년들이 마을단위 사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김현진 어업인=소속된 어촌계에서 내가 나이가 가장 어리고 실질적인 문서작업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 기성세대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육성에만 너무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청년들과 고령세대의 사이에서 완충을 해줄 수 있는 중간세대에 대해서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용배 어업인=정부의 지원금 사용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서류작업 때문에 5~10분이면 될 일을 3~4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어업인들은 행정절차 때문에 어업을 하다가 중단해야한다. 그리고 사실확인서 등도 문서를 스캔해서 보내라고 하는데 집에 스캐너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류를 내려고 해도 담당자 여러명 중 한명이라도 자리에 없으면 2~3일을 기다려서 다시 행정관청에 가야한다. 지원금을 사용하는 절차를 조금이라도 간소화해줬으면 한다.

△우정민 어업인=나잠어업은 어선어업이나 양식어업에 비해 소외돼있다. 여성어업인이 하는 일 중 70~80대까지 할 수 있는 어업이지만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 거의 없다. 물론 제주도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당장 거제지역만 해도 1년에 한번 잠수복을 지원하는게 전부이다. 해녀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한달에 100만 원도 벌기 힘들다보니 1년을 버티는 것이 참 어렵다. 실제로 주변에서 해녀 일을 그만둔 청년들의 대부분이 이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임재욱 어업인=귀어희망자에 대한 교육과정에 마을질서 등에 대한 내용도 반영됐으면 한다. 귀어인과 기존 주민간에 갈등이 생기는 사례를 보면 귀어인이 점검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존 어업인의 어장에 피해를 입히거나 귀어인들이 마을의 질서를 따르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 귀어교육이 어업을 하는 방법 위주로 하다보니 마을 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대처방안에 대해 잘 모른다.

△김현진 어업인=경영이양직불제는 가족간 승계에도 적용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가업승계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진입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정책의 목적을 청년의 수산업 진입으로 본다면 가업승계도 경영이양 직불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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