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 가입 등 진입장벽 높아…정책사업서 파격적 인센티브 마련해야

 

어촌사회의 고령화에 대한 어업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안어촌마을과 도서지역에서는 50대 중반이 가장 젊은 나이대인 마을도 많다는 것이 어촌현장의 전언이다. 이에 본지는 청년들이 돌아오는 수산업·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을 주제로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3일 경북 영덕군 로하스수산식품지원센터에서 열린 강원·경북 권역 청년어업인 좌담회를 지상중계한다.

△주최·주관 : 한국해양수산개발원·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3년 2월 3일 15:00

△장소 : 경북 영덕군 로하스수산식품지원센터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권세만 어업인, 이용철 어업인, 최성우 어업인, 김현태 어업인, 김종진 어업인, 박도현 어업인, 장명준 어업인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그간 수산정책은 기성어업인들에 맞춰서 수립됐다. 하지만 최근 어촌의 소멸우려가 심각해지면서 어촌의 새로운 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어촌사회의 새로운 동력은 이 자리에 참석한 청년어업인들일 것이다. 청년어업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귀어단계에서 청년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권세만 어업인(강원)=IT기업에 다니다가 창업도 해봤고, 지난해 3월에는 강원도로 귀어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에 배를 계약하고 절차를 밟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 귀어인으로 선발되면 자금이 바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류처리 등에 2~3주가 소요됐다. 또한 구매한 어선을 증톤하다보니 9~10월 경 조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배를 구매하면 바로 조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개월간 수익이 없는 채 지내야 했다. 단순한 행정절차면 편의를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명준 어업인(강원)=정부가 청년어업인 정착지원금을 마련했는데 가장 자금이 필요한 1년차에는 받기가 어렵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때 받지 못하는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지원금은 생활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보니 어업용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보험료 납부 등에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강원도는 어촌소멸위기라고 하는데 배 척수가 모자란다. 배와 집을 구하는 데 애로가 많다보니 귀어인이 항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배를 보고 항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현태 어업인(경북)=청년정책의 대상자를 조금 넓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촌마을에서는 50대 중반까지도 청년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아기들은 찾아볼수가 없으며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었을때도 군 부대의 지원이 없으면 복구조차 할 수가 없다. 수산업경영인 자격도, 청년에 대한 나이기준도 어촌사회의 실정과 너무 맞지 않는 것 같다.

△박도현 어업인(경북)=정부의 융자지원이 5년 거치 10년 상환인데 이 조건은 조금 무리가 있다. 송어양식장을 기준으로 시멘트로 건물을 지으려면 3.3㎡당 50만 원이 들었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단가가 올라 3.3㎡당 100만 원이다. 혼자서 양식장을 운영하려고 해도 적어도 1155㎡는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시설을 마련하려면 비용이 부담이 크다. 기계는 둘째치고 양어장 시설만해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5년 거치 10년 상환을 하기에는 부담이 매우 크다. 상환기간을 20년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

△최성우 어업인(강원)=2021년 11월 귀어에 대한 정보를 들었고 배를 사는데까지 딱 1년이 소요됐다. 그 1년간 아무런 수익이 없었는데 이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5주간의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 이후에도 내가 필요로 하는 교육들이 더 마련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는 있지만 어업활동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교육 내용은 대부분 귀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낸다는 이야기만 있지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은 없었다.

△김종진 어업인(경북)=지금 귀어 준비단계에 있는 입장으로 봤을 때 수산업은 진입장벽이 정말 높다. 귀어·귀촌자금을 받으려면 부지가 내 명의로 돼 있거나 양식장이 등기가 돼 있어야 한다. 송어양식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양식을 시작해도 되는데 비닐하우스는 등기가 안되다보니 결국 자금을 과하게 투입해 판넬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귀어하고도 치어비, 사료비 등 돈이 꾸준히 들어가야 하는데 건물에 많은 비용을 들여 지어야 한다. 내 경우는 부모님께서 여력이 있으셔서 도움을 주셨지만 농수산대 양식과를 나와서 양식을 하려는 20대의 대부분은 양식을 시작할 엄두도 내기 어렵다.

△이용철 어업인(강원)=귀어를 하는 사람들은 어촌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한다. 어촌계 가입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어촌뉴딜300 등 정책사업으로 타이밍이 잘 맞아서 빠르게 어촌계에 가입이 됐지만 대부분의 귀어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리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내가 소속한 어촌계는 가입비가 780만 원이었는데 강원도내 다른 시군에서는 3000만 원씩 내는 곳도 있다. 어촌계에 가입이 안되면 지자체가 지원하는 수족관 사업 등을 지원받지 못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각종 공모사업을 평가할 때 귀어인이 있을 경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귀어인을 받아야 어촌계가 발전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장명준 어업인=현재 귀어관련 정책자금을 받으면 겸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직장을 그만두면 생활고를 겪게 되는데 귀어를 결심하고 어느 지역에서 귀어를 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 있다. 또한 배를 구입하고 초창기에는 어업에서 수익이 거의 안나며 비수기도 있어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 보조금으로 살라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다. 가정이 있을 경우 더욱 어렵다. 귀어이후 3년 정도라도 겸직을 허용해준다면 귀어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현태 어업인=은퇴한 어업인들을 통한 멘토링 사업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어촌에는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어업을 하기는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업현장에서는 그런 분들이 실질적인 멘토가 될 수 있다. 정부에서 가교역할을 해서 고령의 은퇴어업인과 청년을 멘토-멘티로 묶어준다면 은퇴어업인은 소득이 발생하고 청년은 어업노하우와 지역사회 정착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권세만 어업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정부에서 지원사업이 마련됐을 때 카카오톡 메시지로라도 공유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구 등의 표준 가격이 있었으면 한다. 귀어인들은 어구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같은 어구를 다른 사람에 비해 비싸게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격이라도 명시할 수 있도록 해야 정보가 부족한 귀어인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용철 어업인=청년어업인들의 조직화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협회 등을 보면 이미 기반이 잡힌 사람들이 가입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청년들은 여유가 없다. 청년들이 모여서 활동을 해보려고해도 조업을 나가야하거나 집안일, 육아 등으로 다들 바쁘다. 결국은 먹고 사는 것이 우선시되다보니 조직화가 어렵다. 청년들의 조직이 만들어지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청년들이 수산업·어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좌장]박상우 부장=어촌의 정주여건 역시 귀어인에게 중요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정주여건과 관련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권세만 어업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병원문제가 가장 크다. 첫째 아이가 8살인데 병원문제는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강릉은 그나마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인데 다른 지역은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본다. 또한 교육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귀어를 한 사람들에게 교육이나 보육 영역에서 인센티브를 확실히 제공한다면 가족구성원들과 함께 귀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성우 어업인=도시지역에서는 귀어인이 살 수가 없다. 도시에 살게되면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수도권에서 지내던 것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시골생활이 무섭다고 했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려면 정부가 어촌지역의 학교가 장점이 많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줘야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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