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 완화 주력…RCEP, CPTPP보다 시장개방 피해 클 듯
IPEF 공식 출범 이후 조기 성과 도출위한 움직임 활발
농업부문에서 SPS·비관세장벽 등 관련돼 자칫 수입제한·금지품목 풀릴 수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지난해 5월 23일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에 주력해왔던 기존 FTA와는 달리 통상 규범과 제도의 투명화 등 비관세 장벽 철폐에도 주력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시 되고 있다. 사진은 IPEF의 공식 협상개시를 선언했던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의 기념촬영 장면.
지난해 5월 23일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에 주력해왔던 기존 FTA와는 달리 통상 규범과 제도의 투명화 등 비관세 장벽 철폐에도 주력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시 되고 있다. 사진은 IPEF의 공식 협상개시를 선언했던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의 기념촬영 장면.

 

세계 경제·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한 이후 조기 성과 도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 지면서 새롭게 구축되는 통상질서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시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업부문에 있어서는 IPEF가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통상 10대 과제 중 하나로 IPEF 연내 성과 도출을 선정하고 지난 8~11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특별 협상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전통적인 다자통상체제와 지역무역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통상협력체제로 부상한 IPEF. IPEF의 의미와 논의 방향을 살펴보고 농업분야의 영향과 대응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전 세계 GDP의 41%를 차지하는 메가 FTA ‘IPEF’

IPEF는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약자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약자로 사실상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라 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하에 추진되는 다자 경제협력체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후 지난해 5월 23일 공식 출범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를 통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 각료선언문에 합의하고 공식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0~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제1차 공식 협상을 가졌다.

IPEF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IPEF는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를 합치면 전 세계의 41%, 인구로서 3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협력체로 볼 수 있다.

참여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주요 참여국과의 교역규모는 2021년 기준 미국 1691억 달러(2위), 일본 847억 달러(3위), 베트남 807억 달러(4위), 호주 427억 달러(6위), 싱가포르 248억 달러(10위), 인도 237억 달러(11위)에 달한다.

# 기존 FTA와 무엇이 다르나

IPEF는 팬데믹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규범과 협력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FTA와는 차이가 있다.

IPEF를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를 목표로 국가 간 무역 장벽을 없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시장접근과 관련된 협정인 FTA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통상과 관련된 규범이나 제도를 투명화하는 질적인 시장접근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다른 경제협의체가 시장개방, 관세 인하, 수출·수입 품목의 조절 등 계량화되고 수치화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협의하는데 반해 IPE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 구조를 새로 만드는 어쩌면 수치화하기 힘든 통상질서를 만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IPEF에서는 현재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필라)별로 협상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9월 합의한 각료선언문에는 △무역(디지털전환, 식량안보·기후변화, 노동·환경, 무역원활화, 투명성 등의 무역규범과 국제협력 및 지원) △공급망(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인·태지역 협력체계 구축) △청정경제(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역내 협력방안 모색) △공정경쟁(공정경제 환경구축을 위한 글로벌 통상환경의 투명성 제고) 등 4개 분야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겼다. 각료선언문이 전체적인 협상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때 분야별 과제를 기초로 세부원칙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농업부문의 경우 주로 무역 분야와 관련돼 있다. 각료선언문에 따르면 식량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투자 강화와 농식품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수출입 제한조치 규범 강화,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개방 대신 통관절차의 투명성, 동식물 위생·검역(SPS), 기술무역장벽(TBT), 디지털 전환 등 비관세장벽의 통상규범 강화에 대한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IPEF에서는 공급망, 탈탄소, 반부패 등 기존 FTA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에 대한 규범과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G20(인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국) 등 주요 다자회의가 IPEF 참여국에서 개최될 예정이고 공식 2차 협상에 앞서 지난 8~11일 인도 뉴델리에서 무역 분야를 제외한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3개 분야를 의제로 특별 협상을 갖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연내 가시적인 성과 도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올해 통상 10대 과제 중 하나로 IPEF 연내 성과 도출을 선정하는 등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 시장개방에 취약한 농업부문의 영향 클 수 있어 각별한 관심 가져야

IPEF는 앞서 언급했듯이 비관세장벽 완화라는 통상규범 강화를 통해 기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목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세 철폐 이외의 수출입규제조치, 기술무역장벽, 동식물 검역 등 농업부문 전반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통상 전문가들은 IPEF를 한마디로 ‘뉴 페러다임의 FTA’라고 칭하고 있다.

결국 시장개방에 취약하고 계량화·수치화해 그 피해를 산정하기 힘든 농업부문에 있어서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IPEF는 미국 주도하에 원활하고 투명한 무역을 추진하기 위한 규범협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수출국과 수입국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는 시장경제 동맹이라 할 수 있다”며 “농업부문에서는 SPS, 비관세 장벽 등이 관련돼 자칫 수입제한·금지 품목이 풀릴 수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농업부문에 있어 이 같은 위협요인도 있지만 식량안보와 관련한 안정망 장치를 갖출 수 있는 기회요인도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도 “기존 통상 물량적 측면의 FTA 협상은 수치적으로 계량화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지만 IPEF는 수출국가에 유리하도록 통상과 관련된 불투명한 규범을 해소하고 제도의 투명화를 목표로해 시장개방에 취약한 농업분야로서는 우려 이상으로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세밀한 협상전략을 주문했다.

정부와 농업계 간의 소통 강화를 통해 시장개방의 최대 피해자인 농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작업도 과제로 지목된다.

꾸준히 농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해 온 미국이 IPEF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SPS 완화와 농업분야 의제가 쟁점이 될 수 있어 농업계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농업관련 단체들은 지난해 7월 8일 농업계와 협의없이 진행된 정부의 IPEF 공청회를 강력히 규탄하며 세부 정보 공개와 함께 농업 분야의 예상 피해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응해 나갈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자체적으로 IPEF 대응반을 편성하고 각종 간담회·협의회를 통해 수렴된 농업계 의견과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각료선언문에 우리 농업의 민감성이 고려되도록 대내외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협상의 구체적인 윤곽을 그리는 실무 협상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만큼 농업인단체·식품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농식품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며 면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