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이익 우선하는 조직문화 만들고 풀뿌리 조직 역량강화에 역할 해주길
타 은행에 비해 보수적인 수협은행…어업인 금융지원 적극 나서야
어업인 과당경쟁 조율 구심점으로 수협중앙회장 역할 중요
어촌계 컨설팅 마련 등 교육지원사업 수행
국내 수산업 지속가능 형태 전환에 수협중앙회가 나서야

제26대 수협중앙회장으로 노동진 전 진해수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노 당선인은 일본의 원전오염수 방류, 어가인구 감소와 어촌소멸위기,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통상환경변화 등 수산업계가 당면한 현안에 수산인의 권익을 보호해야하는 책임을 안게 된다.

이에 수산업계의 전문가·관계자들로부터 제26대 수협중앙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한우진 일출봉수산 대표=수협중앙회는 어업인을 대표하는 단체인만큼 노동진 당선인이 어업인에 대한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우선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 현재 대출관련 규정을 보면 수협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서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전성 문제가 있는 만큼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담보대출까지 너무 보수적으로 나서니 어업인들이 수협은행이 아닌 타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영어조합 등이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로는 경제사업에서 어업인 간이나 조합간의 과당경쟁이 발생하는 것을 조율해 어업인의 이익을 보호해줬으면 한다. 수출활성화 등은 국내 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인데 지나친 경쟁은 국내 어업인 또는 조합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수협중앙회가 공동브랜드를 활성화시켜서 어업인간 협동, 협동조합간 협동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들과 건전하게 경쟁을 할 수 있다면 국내 수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인께서 이런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이봉국 ㈜봉선장 대표=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청년들이 지역의 유통인으로부터 이른바 ‘전도금’을 받고 어획물을 헐값에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도금도 대출의 일종으로 봐야 하는데 어한기나 조업실적이 악화됐을 때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전도금을 받게 된다. 즉 기존의 금융기관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전도금을 받고 이 때문에 어획물을 제값받고 팔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청년들이 일선 수협과 수협중앙회의 운영 등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청년대의원 또는 청년이사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일선 수협과 수협중앙회 모두 이사회나 대의원회 구성이 기성세대로 이뤄져있어 청년들의 목소리가 일선 수협과 수협중앙회의 경영에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의결권은 없더라도 청년들의 목소리가 수협의 경영에 반영이 돼야 청년들이 수협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어촌지역의 고령화가 심각한만큼 수협에서도 청년들이 어촌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노 당선인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부탁드린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노 당선인께서는 수협의 이익보다 어업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는 수협중앙회가 스스로의 생존에만 너무 몰입하다보니 수협의 이익을 위해 어업인의 이익을 등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이제 공적자금의 상환이 마무리가 된 만큼 수협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어업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수협중앙회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려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했다고 해서 앞으로 공적자금이 다시 투입돼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중앙회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로 중앙회에 손실을 끼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수협중앙회가 일선 수협이 건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 일선 수협 중 틀을 제대로 갖추고 시작한 조합들은 안정적으로 겨영이 이뤄지지만 법인어촌계에서 시작한 조합들은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은 조합들이 많다. 회생이 어려운 조합이라면 합병을 유도하고 회생이 가능한 조합은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중앙회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해주기를 부탁드린다. 특히 일선 수협은 어촌현장에 있는 어업인들의 어업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직인만큼 일선 수협이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어업인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수협중앙회를 중앙회의 사업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에 주안점을 두고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중앙회가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일하다보니 조합원의 이익과 괴리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노 당선인은 작은 사업이더라도 조합원과 직접 연결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수행하는데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수익성에 매몰되서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 수협중앙회의 사업을 효율화하고 수익을 내야하는 것도 맞는 일이지만 수익을 내는 것이 수협중앙회의 모든 것이 돼선 안된다. 아울러 수협중앙회는 어업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어업인 조합원들이 조직한 수산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조직들이 취약한 영역인 회계처리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수산단체 역시 조합원들이 결성한 단체로 수산업·어촌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수협중앙회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다른 수산단체들이 효율적으로 단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지방소멸의 문제는 일선 수협과 수협중앙회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 수협중앙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일환으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이 어촌계에 대한 체계적 컨설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촌계는 수협의 풀뿌리조직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임계치에 봉착한 어촌계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어촌계들이 역량을 강화하는데 수협이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 특히 그간 어촌의 교육지원사업은 정부의 재정사업에 기대왔다. 정부의 재정사업은 어촌뉴딜300사업이나 어촌신활력증진사업처럼 목적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터라 어촌여건에 맞는 역량강화가 이뤄지기가 어렵다. 수협이 자체적인 조직과 예산을 확충해 어촌계가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일환으로 어촌의 역량강화사업을 형식적인 어촌계장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지원조직의 상설화를 통해 현장밀착기반의 역량강화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 풀뿌리 조직이 건강해야 일선 수협이 건강해지고 이는 곧 수협중앙회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진다.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 만큼 교육지원사업을 정부의 재정사업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사업을 먼저 수행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어업인간 갈등에 있어 수협중앙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연근해어업은 어업인간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 연근해어업이 경쟁력을 가진 구조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우선 업종간 갈등, 연안어업인과 근해어업인간 갈등 등 어업갈등의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갈등 해소는 정부가 구심점이 되기보다는 어업인단체인 수협중앙회가 구심점이 돼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오히려 논의가 쉽다. 아울러 연안과 근해의 조업구역을 구분하는 작업에도 수협중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바다는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이 혼재되서 조업하다보니 조업경쟁이 너무 과해진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의 뜻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이는 어업인의 대표자인 수협중앙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는 국제규범의 변화에 대응, 국내 수산업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데 수협중앙회가 나서야 한다. 국제 사회는 CPTPP와 IPEF 등을 통해 수산업과 관련한 규범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 연근해어업은 부수어획종이 얼마나 잡혀서 어떻게 유통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제규범이 변화에 굉장히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성 기준인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 가이드라인을 놓고 봐도 국내 연근해어업은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수협중앙회장 당선인께서는 국내 연근해어업이 처한 이같은 과제를 해소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해주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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