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의무자조금 출범…거출률 제고방안·자조금 지원 전문기관 마련 필요

 

8개 양식수산물 자조금이 의무자조금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 △전복 △광어 △송어 △민물장어 △향어 △메기 △관상어 등 8개 양식수산물 의무자조금 공동출범식<사진>을 개최했다. 의무자조금으로의 변화는 생산자 단체로서 자조금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자조금의 책임있는 운영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아직도 자조금 단체의 역량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점과 부족한 재원 등은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양식수산물 자조금의 운영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20년차 양식수산물 자조금, 여전히 갈 길 멀어

수산자조금은 2004년 유통협약(명령)사업과 함께 전남 해남군 지역에서 김 자조금으로부터 시작돼 올해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년간 품목별자조금은 10개로 늘었고 국고보조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제한적이나마 규모를 키웠으나 내실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자조금의 규모 문제다. 지난해 기준 양식수산물 자조금의 국고지원은 34억1600만 원에 그친다. 1대1의 매칭그랜트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기준 10개 품목이 68억3200만 원의 자조금을 운영한 것으로 단순 평균으로는 자조금 단체당 6억8320만 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김 자조금의 규모가 크기에 규모가 작은 단체는 연간 자조금이 2억 원 남짓인 사례도 있다. 자조금을 활용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무늬만 ‘의무’ 자조금 될라

자조금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로는 자조금의 거출문제가 꼽힌다. 하지만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 8개 품목 중 안정적인 거출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품목은 의무상장제가 시행되고 있는 뱀장어와 배합사료 사용량에 따라 자조금을 거출하는 송어 등 2개 품목과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광어 정도에 그친다. 즉 완도지역에서 생산되는 광어와 5개 품목은 거출통로가 불안정한 상태로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닭고기자조금과 계란자조금의 문제를 볼 때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축산자조금은 선진적인 자조금의 사례로 손꼽히지만 거출통로를 확보하지 못한 닭고기자조금은 사업이 한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같은 이유로 계란자조금도 여전히 자조금 거출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닭고기자조금과 계란자조금의 사례를 보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 수산자조금들 중 자조금 거출통로가 확보되지 않은 자조금은 무늬만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됐을 뿐 내용의 측면에서는 임의자조금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거출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자조금 사업이 자조금을 납부한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예산 나눠먹기식의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거출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 지원조직도 없어

수산자조금 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조직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예자조금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2019년부터 자조금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조금통합지원센터는 거출금관리시스템 운영지원부터 자조금 사업의 조기정착을 위한 사업발전방안 마련, 생산유통자율조절 실행방안 마련, 품목전문가 상설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지원한다. 또한 자조금 단체의 운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운영 매뉴얼을 개발·보급하며 자조금 단체 관계자의 직무교육, 자조금 운영 우수사례집 제작·배부도 맡고 있다. 아울러 자조금의 원활한 설치·운영을 지원하기위해 자조금 설치절차에 대한 컨설팅과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자조금 교육·홍보도 수행한다.

즉 자조금의 설치부터 안정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자조금은 자조금의 설치와 역량강화 등을 위한 전문기관이 마련되지 않았을뿐더러 해수부에서는 수산자조금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내수면 일부 품목에서 자조금이 만들어졌다가 운영상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자조금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는 만큼 자조금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기관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제기된다.

# 도덕적 해이 통제방안 마련해야

자조금 단체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산자조금 사업이 마련된 이후 보조금의 목적외 사용 등으로 문제가 된 사례는 미꾸라지자조금과 김자조금 등이 있다. 미꾸라지자조금은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인해 제재부가금이 부과, 이후 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해산됐다. 김 자조금은 한 지역에서 예산의 목적외 사용사례가 발생하면서 검찰이 이를 기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수부에서는 해당 지역에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했다.

이처럼 자조금 사업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경우 사업 전체가 휘청거리게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철용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 서기관은 “해수부에서는 자조금 관련 워크숍 등 계기가 마련될 때마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조금 단체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해 자조금 사업이 내실있고 체계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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