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어업인 소득안정화 병행돼야…소득 높으면 청년 진입동기 늘어날 것

 

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들의 수산업·어촌진입을 촉진시킬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소규모 연안어촌마을은 앞으로 10년이면 일할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청년들의 수산업·어촌진입시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들어보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을 주제로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3일 제주연구원 다랑쉬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청년어업인 좌담회를 지상중계한다.

△주최·주관 : 한국해양수산개발원·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3년 3월 13일 14:00

△장소 : 제주연구원 다랑쉬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이종우 어업인(서귀포), 박도상 어업인(제주), 김유리 어업인(서귀포), 고윤재 어업인(서귀포), 서신 어업인(서귀포)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수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청년들이 수산업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에 대해 청년들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종우=어업은 신규로 하기에는 장벽이 굉장히 높다.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금만 있다고 뛰어들게되면 귀어에 실패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낚시대 사준다고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고령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업에 진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돼있지 않다보니 귀어를 희망한 사람도 실패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너무 많다.

△서신=양식업만 놓고 보면 최근들어 불안정성이 너무 심하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사료단가도 낮고 구하기도 쉬웠으며 인건비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위에 일할 사람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다 사료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도 너무 많이 올랐다. 특히 내 연배에서 가업을 승계받지 않은 사람이 양식업을 하는 경우가 아예 없다. 당장 나만 해도 직원이 전부 외국인근로자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세가 크게 오르면서 생산비는 또 뛰는데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청년들이 뛰어들려면 리스크가 높은 만큼 수익성 등이 좋아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청년들의 진입이 더욱 꺼려질 수 있을 것이다.

△고윤재=양식업은 자기자본이 2억 원으로는 시작할 수가 없다. 노지에서 하거나 가두리양식장의 경우는 비용이 덜 들겠지만 육상양식장은 시설을 마련하는 것에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임대를 해서 들어오라고하는데 그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생산을 시작해서 팔때까지 1년간 비용이 꾸준히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3억 원은 있어야 시작을 해볼만하다. 그런데 20대나 30대에 3억 원이 있는데 누가 양어장을 하겠나.

△김유리=정부가 추진하는 어선임대사업은 선주를 육성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어업은 선주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어촌의 일자리 대부분은 구전으로 사람을 구하는데 젊은 선원들이 어선에 승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히 어선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선원으로 몇 개월간 일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보자들도 배를 탈 수 있는데 보합제로 운영되는 여건을 놓고 보면 초보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벌이가 못하다. 청년들이 초기에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임금의 일부라도 지원해서 어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도상=나잠어업은 초기 자본금이 많이 필요없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어촌계의 가입이 쉽지 않다. 기존 어촌계원들은 새로 오는 사람이 어업을 하기 위해 오는 것이 맞는지 경계를 하기 때문에 가입이 쉽지 않다. 또한 어촌계에 가입을 하려면 주소지를 둬야 하는데 집값도 많이 오른 상황이다. 내 경우는 지금 소속된 어촌계의 마을에서 나고 자랐기에 어촌계 가입에 문제가 없었는데 외부인들이 가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신=어업 종사자입장에서는 비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양식업이 전공인 사람이 어촌에 와서 10년 정도 일을 잘 하면 양식장의 소장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장으로 10~20년 근무한다고 해서 양식장을 운영하지는 못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어선어업 역시 마찬가지다. 25살에 선원일을 시작해서 30년을 성실히 일해도 자신이 타던 근해어선의 선주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사자들입장에서는 미래가 없는 것이다. 이는 큰 문제다.

△박상우 부장=어업과 관련한 지원정책들이 다양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어떤 상황인가.

△이종우=금융지원을 보면 3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인데 그 기간내에 생활도 하고 대출금도 상환을 할 수 있나. 정책자금의 사용처도 문제다. 과거에는 경영을 위한 각종 자금으로 쓸 수 있었는데 최근에 나오는 시설자금은 배랑 관련된 비용으로만 쓸 수 있다보니 자금을 받아놓고도 쓰지 못하거나 기회를 날리는 사람도 많다.

△고윤재=수산업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은 방치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농수산대를 다닐때는 다양한 지원사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 쓸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졸업하면 어업인 후계자로 개인당 융자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양식장이 법인체다보니 그것마저 쓸 수 없었다.

△이종우=행정구역에 따라 지원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소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지원사업들이 너무 차이가 난다. 어선어업을 하려면 무조건 촌동네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같은 어선어업을 하고 있는데 누구는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고 누구는 안되는 이런 것은 불합리하다.

△김유리=정책이 어촌에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나는 청년어촌정착자금을 지원받는데 내가 신청했을 때 3명이 선정됐다. 다른 건으로 도청 누리집을 확인하다가 청년어촌정착자금에 대한 내용을 보게 돼서 신청했고 지금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내가 도청 누리집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도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정보가 현장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박상우 부장=정부가 청년들의 초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어선이나 어장을 임대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이 정책을 수립하는 입장이라면 청년들이 수산업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하겠나.

△고윤재=정말 수산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 많이 준비해서 온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멘토도 있고 어선도 빌려줄테니 수산업에 진입해보라는 식은 좋은 방식은 아니다. 당장 수산업계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은 수가 3년 이내에 수산업계를 떠난다. 같이 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자신의 사업을 하기에는 돈이 없고 그렇다고 수산업계에서 일하려고 하니 외국인근로자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의 처우를 받는다. 급여는 낮은데 일을 하다보면 욕설도 듣고 폭력을 당하는 일도 있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수산업계에 남을 이유가 없어서 학비를 반환하고 수산업계를 떠나게 된다. 청년들이 수산업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무조건 개인에게 지원을 할 게 아니라 청년들끼리 모여 설립한 법인에 혜택을 주는 것이 정책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유리=어선임대사업은 어선의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어선은 사람의 손을 타면 내부 배전 등이 달라져서 운용이 매우 어렵다. 여러사람의 손을 탄 어선이면 배전이 엉망이 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배를 운용하려면 선령 5년 이하이거나 제대로 정비가 된 배를 빌려줘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맞게끔 바꿔놓은 것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다.

△서신=기존의 어업인들의 소득을 제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예전에는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높은 소득을 올렸다. 당장 내 친구 부모님만 해도 어선어업과 해녀일로 높은 소득을 올렸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소득이 높으면 청년들의 진입동기가 늘어나게 된다. 단순히 청년들이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어업인들의 소득을 높이고 이를 잘 알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도상=나잠어업은 어선어업이나 양식업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청년들이 해녀나 해남으로 일을 하려면 해루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과 계속 마찰이 발생하고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나잠어업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점차 여건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종우=어촌개발사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어촌뉴딜300사업을 보면 어촌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촌을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것이 어업생산량에 기여하거나 어업인이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서귀포항에 관광시설을 마련할 수는 없지 않겠나. 어촌개발사업을 할 때 지역여건에 맞춰 어업인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다양하게 마련해줬으면 한다.

△김유리=어업인의 소득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어선어업을 하기 전에는 수산물의 단가가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업을 해보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제주지역의 감귤은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갈치는 하루 사이에도 큰 편차를 보인다.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가 돼야 청년들이 초기에 정착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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