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료 등 제대로 된 정주여건 마련하고 귀어관련 교육 좀 더 세밀해야

 

소멸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은 소규모 도서지역이다. 전남지역에는 연륙되지 않은 소규모 유인도서가 많아 소멸위기에 취약한 지역도 많다. 특히 소규모 유인도서는 정주여건이 연안어촌지역에 비해서도 취약한 터라 청년들의 유입을 촉진시킬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청년들의 수산업·어촌진입시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들어보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청년의 눈으로 본 수산업·어촌은’을 주제로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4일 전남 목포시 한국섬진흥원 회의실에서 실시한 전남권역 청년어업인 좌담회를 지상중계한다.

△주최·주관 : 한국해양수산개발원·농수축산신문

△일시 : 2023년 3월 14일 14:00

△장소 : 전남 목포시 한국섬진흥원 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강민구 어업인(신안군), 남관우 어업인(신안군), 한승진 어업인(해남군), 김현우 어업인(신안군)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다른 정책들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나의 대안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문제가 어렵지만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어촌의 문제는 어촌에 정착한 청년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하는 과제다. 오늘의 좌담회는 어촌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한승진 어업인=우선 어촌계의 가입문턱이 너무 높다는 문제부터 논의가 필요하다. 내 경우는 어렸을때부터 마을에서 나고자랐기 때문에 어촌계와 행사계약을 체결하고 양식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에 연고가 없는 청년들은 어촌계에 가입이 매우 어렵고 이 때문에 양식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정부에서 그저 청년들의 수산업·어촌 진입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제도를 만들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촌계에 가입이 쉽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남관우 어업인=어촌계에서 12년째 계장을 맡고 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 데 한명의 청년이 어촌에 혼자 들어와서 정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가정을 이룬 사람이 어촌에 진입하는 것이 나을텐데 정주여건의 문제가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교육, 의료 등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시골에 사는 것을 선호해서 귀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귀어를 하더라도 귀어인만 어촌에 거주하고 남은 가족들은 도시에 남게 된다. 또다른 문제는 초기자본금이다. 어업은 농업에 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적게는 2~5배, 많게는 10배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김현우 어업인=아버지가 마을에서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데 섬이 죽어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학교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셨기에 나는 섬에서 혼자 학교를 다니다시피했다. 그래야만 초등학교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학교마저 사라지면 젊은 사람들이 아예 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섬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섬에 들어오려면 땅이든, 집이든, 어업면허든 조금씩 나눠야 하는데 어업인들이 그걸 용납하지 못한다. 섬을 살리려면 외부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과 함께 어업면허 등을 함께 공유하며 나누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게 우선이라고 본다.

△[좌장] 박상우 부장=어촌계가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어촌계가 유지될 수 없다. 현행 법령상 도서지역은 5명 이상일 경우 어촌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5명으로 어촌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어촌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추진력있는 청년층이 필요한 것은 분명할 것이다.

△강민구 어업인=어촌마을의 빈집문제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어촌마을에 빈집이 많아지면 마을의 분위기가 굉장히 안좋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많은 데 최근에는 일본도 부동산 보유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촌마을의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봐야 한다. 일정 기간을 주고 그 안에 활용하지 않을 경우 공공성 있는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또한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한다. 최근 신안군의 도서지역에는 목포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하려고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드시 어업을 하는 사람이나 이주를 하려는 사람에게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린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좌장] 박상우 부장=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사업이 필요한가.

△남관우 어업인=귀어를 늘리려면 마을이나 지자체 단위의 사업이 아니라 귀어인만을 위한 사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귀어초기의 어업인들이 기존 어업인과 경쟁을 해야하는 공모사업에서는 당연히 귀어인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정책사업이 지금과 같은 구조로 이어진다면 기성 어업인들이 정책사업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부의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귀어인만을 위한 정책사업을 마련해서 공모를 한다면 지자체에서 귀어인들을 적극 지원하게 될 것이다.

△김현우 어업인=정부 정책이 어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도서지역은 소멸위기가 심각하기에 귀어·귀촌인이 섬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귀어만 지원을 할 경우 도서지역은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어촌과 관련한 정책사업들이 단순히 어업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촌에 거주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내 경우는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김양식장이 주업이지만 작은 카페를 부업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기부하고 있다. 이런 것처럼 어촌에서 할 수 있는 소규모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지원을 한다면 보다 많은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승진 어업인=정책의 수혜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정책이 너무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정부의 보조사업을 보면 다시마줄, 미역줄, 로프지원사업, 김부자 지원사업 등 항목을 매우 세세하게 정하고 있다. 수산기자재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너무 세부적으로 항목을 다 지정할 것이 아니라 어업인이 자신의 어업여건에 맞게 기자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어업인들은 자본력이 취약한만큼 금융지원이나 보조사업 등에 있어 지원비율을 높여준다면 초기 정착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강민구 어업인=정책사업이 어촌계 등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져있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도 그렇고 전남도도 그렇고 정책사업들이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동체로 하는 사업은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정책사업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존 정책사업의 구조를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

△남관우 어업인=무작정 귀어인을 늘리려는 것도 곤란하다. 김 양식을 한다고 했을 때 직원을 데리고 일을 하게 되면 적어도 3억~4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본금을 투입하고 1~2년 정도 운영이 잘 안된다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귀농의 경우 부동산이라도 남으니 귀농에 실패하더라도 팔 수는 있는데 어업은 바다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패하면 돈이 아예 날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우리 마을로 귀어를 문의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어업을 권한다. 귀어에 실패하더라도 빚을 안지거나 재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한승진 어업인=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교육시간이 필요하다. 귀어 관련 교육을 보면 몇 도의 수온에서 종묘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식의 이론 교육이 많다. 그런데 이런 교육만 받고 온 사람들이 귀어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직접 바다에서 채묘도 하고 기상상황 등에 따라서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보다 세밀하게 배워야 한다. 양식이든 어업이든 업종과 품종에 맞춰 적어도 2~3년 정도는 교육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순히 이론으로만 배운 사람들에게 단순히 정책사업을 지원받아서 귀어를 하라는 식의 방식은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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