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소비 위축 VS 과학적으로 안전
"방류 이후 피해 대응 논의해야"
정치권 공방속 오염수 음용 가능 주장, 소비자 반감·불안감 키워
제주연구원 설문조사서 '수산물 소비 줄일 것' 응답자 83.4%
연간 피해액 3조7200억 원 추정
해수부 관련 예산은 3693억 원에 불과
전국어민총연맹, 규탄 집회 예고
수협중앙회, 강경 대응후 업계 피해 고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산업계는 물론 국민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반면 국민의힘 등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동시에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시찰단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하고 돌아오면서 향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 수산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수산업계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됐을 때 예상되는 수산물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본다.

 

# “제2의 광우병 선동” VS “농업·공업용수로 쓰라”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 등 일본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원전 오염수는 안전하게 ‘처리’된 만큼 ‘처리수’라고 불러야 하며 최근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제2의 광우병 선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성일종 의원(국민의힘, 서산·태안)을 위원장으로 하는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를 출범시키고 일본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과학으로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성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문제는 정치나 외교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이며 불필요한 갈등을 잠식시키고 국민을 안심시킴으로써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막는 것이 TF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국민의힘이 구성한 TF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 TF가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목표와 달리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모양새다. 성 의원은 일본 원전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에서는 이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문제는 ‘정서’의 문제라며 오염수가 버리는 물이라는 인식,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자연계로 내보내서 순환을 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주장대로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에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면 되지 않냐며 반박하고 있다.

# 마셔도 안전한 오염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이른바 ‘10리터 교수’라는 별칭까지 얻은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발언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왔다. 이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개최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웨이드 앨리슨 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이 과장됐다며 오염수를 1리터도 마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10리터도 마실 수 있다며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비례) 주최로 지난 4월 27일 열린 ‘과도한 공포가 우리 수산업에 미치는 피해와 대책’ 토론회에서 정석근 제주대 교수 역시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해 원전 오염수를 함께 먹어보자며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달 24일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주현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는 주장은 웨이드앨리슨 교수의 개인적인 발언이며 공식적인 입장은 오염수는 마시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을 두고 수산업계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오염수를 먹어도 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과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오염수 대응 예산은 3693억 원에 불과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해양방류할 경우 수산업과 연안어촌지역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지만 정작 해수부의 관련 예산은 3693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주연구원이 실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해 소비감소폭은 44.6~48.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 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정부의 오염수 대응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해수부는 올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예산으로 지난해 대비 129.3% 늘어난 3693억 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수산물 비축과 민간수매지원, 판로확보와 소비활성화 등에 2904억 원을 배정했고 나머지는 기존 방사능 모니터링과 원산지 표시제 실시 등의 예산을 확대했다. 올해 예산안에 따른 수산물 비축목표는 지난해 1만3000톤에서 올해 3만2000톤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국내 수산물 생산규모를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 대응 방안 없는 수산업계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에서 수산업계는 단일대오를 구성하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어민총연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계획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오는 1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황인 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어업인단체인 수협중앙회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21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인류에 대한 핵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섰던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수위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수산업계가 공통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마주하게 될 수산물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것은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수산물 소비위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수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달가워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며 수협 역시 심정적으로는 일본의 결정을 규탄하고 정부에는 오염수 방류문제를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촉구하고 싶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강경 대응으로 나서다가 막상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고 수산업계가 입을 피해를 감안하면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 수산단체 관계자는 “원전 오염수가 안전한데 왜 바다에 내다 버리냐는 것은 누구나 품게 되는 의문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업인단체에서 일본을 성토하고 정부에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다가 막상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후에는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홍보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원전 오염수를 두고 국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일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안전하다는 소리를 하는 것 모두 못마땅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소리를 하지 말고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업계와 어촌주민들이 입을 피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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