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경매를 기다리는 양파들이 적재되어 있는 모습.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경매를 기다리는 양파들이 적재되어 있는 모습.

산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양파 도매가격이 과하게 높지 않은 수준임에도 정부가 성급하게 수입 물량을 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올해 말, 내년 초 저장 양파 가격 상승을 대비해 물량을 비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양파 시세는 상품 1kg1200원 내외로 지난해 1400원 선보다는 낮고 평년 대비 70%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도매가격이 평년 대비 높다고는 하나 인건비가 15만 원 내외로 형성되는 등 생산비가 상승하고 지난달 초 집중호우와 노균병·잎마름병 같은 병해로 상품 비중과 생산량이 감소해 실질적인 농가 수익은 낮다는 것이 산지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5000톤의 수입 양파를 공급한다고 예고한 대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가락시장에 중국산 양파를 방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가락시장에 반입되기 시작한 중국산 양파는 이달 내내 매일 160~200톤가량 들어와 1kg600원 선에서 거래됐다. 농산물 유통인들은 중국산 양파가 식당 등의 수요에서 국산을 대체하며 전체적인 양파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사는 양파 가격이 평년에 비해 높다고는 하지만 작황, 생산비 등을 고려하면 농업인들은 약간의 수익이 나는 정도며 산지유통인들은 겨우 본전을 찾는 수준이라며 정부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오히려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농산물 소비 자체가 부진한 만큼 양파 가격을 오히려 상향 안정화해야 젊은 세대가 양파 농사에 뛰어들고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을 고려해도 현재 양파 시세가 위험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매뉴얼에서는 양파를 수확기(4~7)와 저장 출하기(8~다음해 3)로 나누고 시세 상승·하락 수준의 1kg당 기준가격을 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제시한다. 수확기 상승단계는 주의 1305, 경계 1380, 심각 1455원 순이다. 지난주 양파 시세는 주의 단계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며 매뉴얼 상 경계 단계에서 aT가 수매 또는 방출 조절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중국산 양파를 도매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농산물유통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저장 양파 물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오히려 비축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농업관측월보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1054060톤으로 지난해 941219톤에 비해 증가했지만 평년 120375톤 대비 1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생종 양파는 수확과 함께 일부는 바로 출하하고 대부분은 저장한다.

유통업계는 올해 양파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적은 만큼 오는 12월부터 다음해 1~2월에 저장물량 부족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농업인들은 수입 일변도의 수급 정책을 지양하고 국산 양파 수매를 통해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취가격을 보장해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만큼 소비자가격 안정화도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다만 그 방법으로 농산물 수입에 의지하다가는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올해 국산 양파 6000톤을 수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연간 수급 상황을 조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최소 5만 톤 정도를 수매하거나 지역 농협을 통해 주산지 물량의 50%가량을 수매·저장하고 출하량을 조절해야 연중 안정적인 농산물 시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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