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제고·적정 생산 위한 구조조정방안 마련해야

KMI, 구조조정 필요성 꾸준히 제기했지만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밀식으로 폐사율 증가…어가 경영 악화

양식업계 자구노력 필요
지자체·중앙정부도 지원 대책 고심해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전복산업이 생산량 증가와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위기에 직면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복산업이 생산량 증가와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위기에 직면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소비 감소로 전복산업이 기로에 서 있다. 주산지인 전남 완도군 일대에서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양식어가의 파산신청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 완도군을 중심으로 500여 어가가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복산업이 처한 현황에 대해 짚어본다.

# 보양식 수요에도 가격은 ‘하락’

전복 산지 가격은 여름철 보양식 수요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복 양성물량은 전년동월 대비 1% 적은 13억5991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년 미만의 치패(어린 조개)를 제외한 1년산 이상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2.7% 많은 6억4855만 마리이며 지난해에 비해 양성상태가 좋아지면서 개체당 크기도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산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에 접어들며 생산자들의 출하 대기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산지유통인들의 보유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모든 크기의 전복 산지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했다. 특히 1kg당 8미와 10미 등 큰 크기의 산지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40% 가량 낮게 형성됐고 이보다 작은 크기들도 10% 이상 낮은 수준의 가격으로 형성됐다.

전복 가격은 다음달까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전복 산지가격은 1kg당 10미 기준 2만1739원으로 전년 대비 41.9% 낮은 수준으로 예상되며 다음달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꾸준한 구조조정 필요성에도 대책 없었다

KMI에서 전복양식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양식업계 내부의 자정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별도의 대책 마련도 없었다.

KMI 수산업관측센터는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보고서 등을 통해 10여 년 전부터 주산지인 전남 완도군의 전복양식장에 밀식에 따른 높은 폐사율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어가의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실제로 수산업관측센터가 2018년 3월 발간한 ‘월간 수산관측&이슈’에서는 구조조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지역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되는 만큼 전복 양식업계의 자구노력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식업계도, 지자체도,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우선 전복 양식업계가 처한 위기의 배경에는 전복 양식장이 가두리시설을 과도하게 설치하고 있다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복양식장은 1ha 기준으로 20%의 구간에서만 가두리를 설치할 수 있다. 전복 양식을 위한 가두리시설은 1칸이 가로 2.4m, 세로 2.4m로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ha당 347칸의 가두리를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최대치일 뿐 조류 등을 감안할 때 347칸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양식업계는 어촌계와 1ha 면적에 대해 행사계약을 체결하면 347칸의 가두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그 결과 전남 완도군 등의 지역에서는 과도한 양의 가두리 시설이 들어서게 됐고 이는 곧 전복 양식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실제로 전남 완도군 노화도, 소안도, 보길도 등 주산지에서는 전복 폐사율이 60%까지 치솟았다가 출하시기를 앞당기고 밀식을 줄이면서 폐사율이 40% 수준까지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면허어장을 벗어난 불법 가두리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어업인들이 과도한 가두리 시설을 설치했지만 이를 단순히 관행으로 본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KMI 수산업관측센터가 전복 양식업계가 경영난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채 수산대전 등을 통해 소비촉진에만 힘을 쏟아 왔다. 생산성 제고와 적정 생산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은 하지 못한 것이다.

# 구조조정·산업안정화 방안 마련해야

전복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금이라도 산업의 연착륙을 위한 구조조정과 산업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복 생산비는 경영체마다 편차가 크지만 1kg당 20미 기준으로 대략 2만2000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전복 산지가격은 20미 1kg당 1만8000원 수준으로 생산비에도 한참 못미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낮은 가격 수준이 유지될 공산이 큰데다 조만간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 기피 심리까지 확산될 경우 파산위기에 직면하는 전복 양식어업인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복 양식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복 양식업계가 지금 처한 위기의 근원은 가두리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복의 양을 시장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10여 년 전에 가격이 10미 기준 1kg당 2만5000원 수준까지 하락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당시에 비해 생산비도 늘었기 때문에 어업인들이 이같은 상황에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심각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전복산업계가 함께 산업 구조조정과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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