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수산자원 감소 우려…모니터링 체계 고도화·어선감척 선행돼야

조업편의 높이고 어업경쟁력 강화 기대속
TAC 설정량 과도·조사원 부족 등 TAC 제도 미비
어선세력 과잉으로 인한 생산성 확보 어려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업선진화계획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있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연안어선.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업선진화 계획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어업규제 개선을 통해 어업인들의 조업편의를 높이고 어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책이 마련될 경우 수산자원의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어업선진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어업선진화 계획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정부의 어업선진화계획의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 “41개 업종에 1500여 개 어업규제가 어업인 옥죄”

지난 2일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는 과도한 어업규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진주갑)은 이날 협의회에서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우리 어업인들은 거미줄 같은 규제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연근해 어업에 41개 업종이 있는데 한 업종당 규제가 평균 37건으로 모두 1500개에 달해 우리 어업인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장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국제 규범은 연근해 어업에 글로벌스탠더드를 적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동시에 우리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라도 국제 추세에 맞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경직된 규제 위주의 어업정책을 국제 기준에 맞춰 선진화하며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 어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수산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어업인들이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현재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업선진화계획을 통해 어업인들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업관리에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2027년까지 천천히 추진해나갈 것이 아니라 빨리 풀 수 있는 규제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자원보호를 위해 TAC 제도를 조속히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현재 어선세력이 과잉인 만큼 어선감척시 폐업지원금 등을 현실화해 어선감척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준비 안된 TAC 제도

어업선진화계획에서 근간이 되는 TAC제도가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론상으로는 TAC제도를 통해 어획량이 잘 관리될 경우 다른 조업규제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TAC 설정량이 과도한데다 육상에서의 모니터링도 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2022~2023년 어기 15개 어종 17개 업종의 TAC설정량은 45만937톤이었으나 어획량은 24만5395톤에 머물러 소진율은 54.4%에 그쳤다. 즉 어업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잡더라도 TAC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모니터링 체계가 고도화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수산자원조사원의 정원은 120명으로 TAC 지정위판장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공동어시장 등 위판량이 많은 TAC 지정위판장에 많은 수의 조사원이 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상 어획보고가 의무화된다고는 하지만 육상에서의 교차검증이 필수라는 점에서 모니터링 체계를 보다 고도화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TAC 중심으로 어업관리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TAC가 만능은 아니다”며 “TAC제도는 모니터링을 통한 어획량 파악이 핵심적인 요소인데 여전히 일부 어종과 업종에서는 TAC조사원이 있어도 물량을 보지도 못한 채 기록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TAC제도를 중심으로 어업규제를 개선한다고 해도 금어기·금지체장 등 기술적 규제들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TAC 소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수산자원에 과도한 부하가 가해진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TAC 소진율이 낮아 선상에서 고등급화(High-Grading)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에서 금어기와 금지체장 등 조업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수산자원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어종이 산란기에는 산란이 이뤄지는 수역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TAC 소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금어기 등 필수적인 규제들이 폐지되거나 적용이 유예될 경우 산란어미에 대한 과도한 어획으로 이어져 수산자원에 심각한 압력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어업구조조정 선행돼야

어업선진화에 앞서 어업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기준 국내 어선세력은 근해어선 2492척, 연안어선 3만7062척 등 3만9554척으로 수산자원이나 조업수역의 면적에 비해 과도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TAC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경우 근해어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박에 배분된 어획할당량을 모두 소진하더라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선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감척사업을 통해 어선을 파격적으로 줄이고 이후 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ITQ)를 통해 업계 내부의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한다는 것이다.

김도훈 교수는 “수산자원 감소의 영향으로 설정된 TAC를 모두 소진한다고 해도 적자를 피하기 힘든 어업경영체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TAC를 확대하고 어업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업선진국인 노르웨이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대규모 감척사업을 통해 4만여척의 어선을 큰 폭으로 줄인 이후 수산업계 내부적으로 ITQ의 매입을 통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어선이 6000여 척 수준까지 줄었다”며 “어업선진화계획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어선감척을 통해 어선세력을 크게 줄이고 이후 업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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