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사육 면적 확대 ‘고창형 낙농 모델’로 지속가능한 낙농 실현 나선다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전북 고창군은 전국에서 낙농가 규모가 손꼽힐 정도로 많은 곳이다. 낙농가 규모만큼이나 최근에는 청년 후계자들의 영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충도 많다.

낙농산업의 발전과 후계농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고창군의 후계 낙농인들과 의기투합하고 있는 황태경 고창청년낙농연구회장을 만나 청년들의 눈에서 바라본 낙농산업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연구회 활동 호평..회원수 25명에서 37명으로 확대

고창청년낙농연구회 회원들이 선도 목장을 방문한 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창청년낙농연구회 회원들이 선도 목장을 방문한 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년 전 결성된 고창청년낙농연구회는 후계농들이 승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같은 산업 종사자들 간의 의견 교류를 위해 만들어졌다.

황 회장은 낙농업이 세대 간 교체가 이뤄지면서 5~6년 전부터 고창 지역에 후계자들의 영입이 많아졌다도시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왔지만 외로움, 제한적인 정보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고충들을 토로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 필요해 연구회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소통창구 역할을 한 단계 뛰어넘어 농협의 작목반을 벤치마킹해 기술 교육, 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창쳥년낙농연구회는 목장 경영에 필요한 교육을 수시로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0시간 이상의 기술 교육을 이수했다. 사진은 연구회 회원들이 퇴비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연구회는 목장 경영에 필요한 교육을 수시로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0시간 이상의 기술 교육을 이수했다. 사진은 연구회 회원들이 퇴비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황 회장은 의견 교류를 넘어서 다양한 기술 교육과 현장 견학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방안을 찾던 중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사업을 알게 됐으며 모임 장소 제공은 물론 강사료 지원 등을 받아 현재까지 총 70시간 이상의 기술 교육을 이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활동은 주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초창기에 25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37명으로 확대됐으며 연령대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어르신들이 먼저 다가와 회원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세대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연구회에서는 매년 고창 낙우회 원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 미래 세대 위해 승계 모범 사례 만들고 싶어

후계 낙농인 교육 진행 모습. 
후계 낙농인 교육 진행 모습. 

연구회 구성원은 후계농들이 주축인 만큼 승계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 해결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가업을 잇는 것에도 의미가 크지만 4대 보험도 없이 월급을 받지도 않고 축산업 등록증도 없는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없어 후계농 입장에서는 경력이 단절된 상태가 된다.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도 승계가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 모범 사례 발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후계농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 경력 단절뿐만 아니다. 후계농 영입으로 소득향상을 위해 자연스럽게 목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사육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회에서는 고창형 낙농 모델을 제안했다. 고창형 낙농 모델은 사육마릿수 확대로 악화되는 사육환경을 마리당 사육 면적 확대로 해결해 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 회장은 후계농 영입으로 소득 확대를 위해 사육마릿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분뇨처리, 악취 등 사육환경이 악화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이러한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을 깔집 방식 기준 16.5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활동 현황 보고회 모습. 
연구회 활동 현황 보고회 모습.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 확대로 기대되는 효과는 사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유기 축산 사육 기준 충족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낙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축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손꼽히는 조사료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회에서는 유기농 옥수수 재배 기술을 개발해 생산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밭 지형이 많은 고창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유기농 사료용 옥수수 재배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유기농으로 옥수수를 재배하기 어렵다고 만류했었다. 하지만 회원들과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는 황 회장의 목장을 포함해 고창 지역 내 대다수의 낙농가에서 옥수수 재배를 하고 있다. 재배 기술 보급으로 현재 사료용 옥수수 재배 면적은 100ha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매년 재배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회에서는 지난해 국내 육성 신품종 그린콜 파종으로 고창 지역의 조사료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또한 연구회 내에서 개량 등 각자의 관심 분야별 소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구회에서는 매년 지역 내 아동센터에 우유를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회에서는 매년 지역 내 아동센터에 우유를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연구회에서는 지역 내 아동센터에 우유를 꾸준하게 기부하고 있으며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오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기부도 매년 진행해 상생 발전을 위한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워 현장 적용

연구회 회원들이 드론을 활용한 파종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구회 회원들이 드론을 활용한 파종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황 회장은 앞으로 회원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심화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배워서 한가지라도 써먹자라는 일념으로 교육활동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선도 목장도 탐방해 현장에 접목 가능한 기술을 익혀 농가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배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황 회장은 국내 축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축산법이 촉종별로 세세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황 회장은 현재의 축산법은 축종별로 나눠져 있기보다는 두루뭉술하게 하나로 묶여있어 어려움이 많은 만큼 같은 소라도 한우와 젖소의 특성이 다르듯이 축종별 특성에 맞게 세심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멘토 인터뷰] 김진하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고창 유기농 우유 1번지되도록 힘 보탤 것"

젊은 층으로 구성된 고창청년낙농연구회회원들은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직접 강사를 초빙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뜨겁습니다. 회원들 간 단합과 협조도 잘 이뤄지고 있어 옆에서 지켜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농업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하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연구회 회원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회에서는 기술센터에서 받은 교육을 토대로 논 이모작에서 드론을 이용한 파종으로 노동력을 5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는 등 조사료 생산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발전적인 모습은 김 지도사에게도 영감을 줬다. 그는 연구회를 발판 삼아 고창하면 유기농 우유가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고창에는 60여 낙농가에서 하루 130톤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 농가에서 하루 63톤의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유기농 우유 1일 생산량이 100톤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다.

김 지도사는 고창은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환경이 우수하다청정한 고창에서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고창하면 유기농 우유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지도사는 한 발짝 더 나가 유기농 우유를 활용한 유제품 개발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창에는 매일유업의 상하농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원유를 납품하는 연구회 회원들이 유기농 우유 생산뿐만 아니라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간 마련에 협조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고창=‘유기농 우유 1번지라는 입지를 굳히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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