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

타지 청년들 자립구조 만들고
'지역 연고' 되어주고파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청순농부’. 단번에 떠올려지는 그 청순이 아니라 청년순천 농부들의 줄임말이란다. 각기 다른 시기에 귀농했고, 과거 이력도, 재배 품목도 모두 다르지만 순천에 연고(緣故)가 있어 터를 잡고 농업을 한다는 유일한 공통점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제 겨우 4년차이지만 청년농업인 품목모임체 모범 사례로 당당히 손꼽을 수 있을 만큼 하나하나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청순농부. 김근수 청순농부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활동 목표를 들어봤다.

 

# ‘귀농도 현실’...청년들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청순농부는 구성원 모두가 타 지역에 거주하다 다시 순천으로 돌아왔거나 이곳에 새로이 자리를 잡고 농업을 시작한 청년들이다.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또래로 구성됐으며 주1회 이상 모임을 갖고 있다.

각자 농장이나 사업체가 있고 거리도 멀찍이 떨어져 있어 한데 모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님에도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머리를 맞댈 때 더 나은 성과들을 낼 수 있다는 일치된 생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의 유입과 안정적 정착을 응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근수 청순농부 대표(왼쪽 네 번째)와 회원들의 모습.
청년농업인들의 유입과 안정적 정착을 응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근수 청순농부 대표(왼쪽 네 번째)와 회원들의 모습.

김근수 청순농부 대표는 2020년 모임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두머리 역할을 하며 모임을 이끌고 있다. 청순농부의 결성 목적과 목표를 묻자 김 대표는 청순농부 구성원을 비롯한 청년농업인들 모두의 소득 증대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공익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귀농한 청년농업인들이 각자의 삶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각 농가의 매출 증대가 궁극적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귀농도 현실이라며 아직 공동 추진 사업들이 눈에 띄는 매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이 청년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에 도움을 주고 이 지역에 제대로 뿌리 내리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청년들의 기댈 곳, ‘연고되겠단 생각

이러한 생각은 모임체 밖의 귀농 청년농업인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모임체 구성원들과 처지가 같은 귀농 청년농업인들이 보다 수월하게 자리를 잡고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에는 순천시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지역사회 활성화와 청년 관련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조사·연구,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하며 활동 우수사례로도 선정됐다. 또 같은 해에 품목별 농업인연구회의 우수 활동으로 농업 경영 개선에 크게 공헌해 품목별 농업인연구회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2년간 최대 3억 원의 지원을 받는다. 신규 청년 농업인들의 정착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 거점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인데, 청순농부가 추구해온 생각을 현실화 할 수 있어 소속 회원 모두 기대감이 크다.

김 대표는 농업인 연구동아리로 시작해 우리의 뜻과 방향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사업들에 선정되며 단계적으로 성장 중에 있다우리 회원들이 가족이든 친구든 어느 누구와의 작은 고리 하나로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처럼 우리가 타 지역 청년들의 자립구조를 만들고 그들의 연고가 돼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순농부 회원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상품들로 구성된 꾸러미. 수제 맥주와 두릅장아찌, 동결건조 배·사과칩 등이 담겨있다.
청순농부 회원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상품들로 구성된 꾸러미. 수제 맥주와 두릅장아찌, 동결건조 배·사과칩 등이 담겨있다.

 

# 청년농이 당당히 인정받는 세상 만들고파

청순농부는 소속 회원 농가의 소득 제고를 위한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각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상품들을 모아 그때그때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해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더 다양하게 상품화해 본격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 두릅, 수국, 오리, 미나리, 보리, 맥주 등 회원 농가가 생산한 제품을 잘 어울리는 구성으로 한데 묶어 상품화 하는 것인데, 직접 생산한 보리를 가공해 만든 맥주와 배 동결건조 칩을 세트 구성해 꾸러미 판매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주기적으로 콜라보 제품 관련 아이디어도 주고받고 창업 관련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모임에 소속돼 가장 크게 느끼는 장점은 귀농 청년들이 공동의 사업 구상을 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나처럼 사업이나 기획 등에 강점을 가진 사람이 있고 작물 재배에 강점을 가진 친구가 있으면 부족한 점은 상호 보완해 나갈 수 있어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면 귀찮아 하지 않을 일도 회원들과 함께 하면 자극제도 되고 안 보이던 것들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귀농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나 모임체를 구상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이런 모임체들이 많아져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서 더 당당하게 제 위치를 차지하고 인정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멘토 인터뷰] 박형진 순천시농업기술센터 농업인육성팀 주무관
우리 농업·농촌 발전에 중추적 역할 할 수 있도록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청순농부의 다양한 활동들이 비단 모임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순천시, 나아가 전남도 농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어요. 모임체 일원들이 따로 또 같이성장해 나가며 농업·농촌에 긍정적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청년농업인 관련 사업에 예산 74000여만 원을 배정하는 등 청년들의 안정적인 영농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청순농부와 같은 품목모임체에 대해서도 선진지 견학 등 농·창업 정보 교류 기회 제공, 공동사업 추진을 통한 소득 증대 도모를 위해 청년농업인 연구동아리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순농부도 이 같은 지원사업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품목모임체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박 주무관은 청순농부의 경우 농업기술센터 등의 지원에만 만족하지 않고 냉혹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한마음이 돼 지자체의 각종 공모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등 타 모임체의 모범이 될 만하다향후 순천시 농업·농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청순농부가 자신들의 뜻을 펼치며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선진지 견학과 다양한 활동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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