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피해입을 어업인 관련 대책은 '부실'
정부 '묵인' 수산단체 '방관'
수산물 기피 등 앞으로가 더 문제

윤 정부, 'IAEA 검증결과 존중' 입장
조승환 장관, 불가피한 선택 입장 밝혀

환경단체는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기자회견·집회 등 관련 캠페인 지속

수산단체들은 국내산 수산물 안전 호소
오염수 해양투기 사실상 방조

지난 5월 실시된 설문조사서 응답자 72%가 '수산물 소비 줄일 것' 응답
30~40년간 이어질 오염수 방류에 수산물 기피현상 더욱 심화될 듯

일본이 지난달 2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며 국내 수산업계가 궤멸적 피해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2021년 원전 오염수를 해양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피해를 입을 수산업계를 위한 대책은 여전히 빈약한 실정이다.

이에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과정과 우리 정부와 수산업계의 대응과정상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며 다양한 캠페인을 이어나간 반면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규모가 큰 수산단체가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방관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환경단체가 주최한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며 다양한 캠페인을 이어나간 반면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규모가 큰 수산단체가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방관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환경단체가 주최한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 오염수 방류, 언제 끝날지 모른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에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후쿠시마 제1원전은 냉각기능을 상실, 원전의 노심이 용융(Meltdown)됐고 이후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했다.

2013년 일본은 다핵종제거시설(ALPS) 시운전을 실시했고 2016년 6월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주관 전문가 회의에서 오염수의 해양방류 의견이 제시됐다. 2020년 2월에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사고원전을 방문,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며 4월에는 IAEA가 오염수처리전문가의 최종보고서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5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오염수의 해양방류 계획을 승인, 지난해 8월에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공사가 시작됐고 지난 8월 23일에는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1톤에 1200톤의 바닷물을 섞어 삼중수소의 농도를 희석한 뒤 방류하는 방식으로 매일 오염수 500톤을 향후 30년간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0년 이내에 오염수의 방류가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로드맵상으로는 30~40년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이 예정처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폐로를 위해서는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데브리)를 모두 밖으로 꺼내야하는데 2011년 사고 이후 12년이 지나도록 단 한 조각의 데브리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핵연료 잔해가 있는 원전 내부의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로봇조차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폐로 작업이 지연되는 만큼 오염수 방류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일본 비용 줄였지만 국내 비용 ‘급증’

지난 8월 23일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오염수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2011년 원전 사고의 사후 처리를 본격화하는 상징적 의미를 얻었다.

2016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의 처리방안으로 검토한 대안은 4가지였다. 2016년 당시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방안으로 해양방류와 함께 수증기 형태의 대기방출, 전기분해를 통한 대기방출, 지층주입, 지하매설 등 5가지 안을 검토했다. 이중 해양방류는 34억 엔으로 가장 저렴했고 수증기 방출 349억 엔, 전기분해 방출 1000억 엔, 지층주입 349억 엔 이상, 지하매설 2431억 엔 등이었다. 일본 정부는 5가지의 방안 중 비용이 가장 저렴한 해양방류를 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업계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동시에 정부의 수산물 안전관리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원전 오염수 대응 관련 예산으로 3693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129.3% 늘어난 수치로 수산물 수매·비축과 소비활성화, 방사능 모니터링, 원산지관리 등에 투입된다. 해양수산부는 내년에 원전 오염수 대응을 위해 관련 예산을 2000억 원을 늘려 잡을 예정이다.

# 찬성도 반대도 없이 ‘묵인’ 내지 ‘용인’한 정부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명확한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실상 묵인하거나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19~22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4%가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반대하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79.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같은 여론에도 정부는 그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국제기구인 IAEA가 밝힌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검증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만을 보여왔다.

반면 수산업계가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월 24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IAEA와 국제원자력 학계, 그리고 우리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앞서 발표한 조치에 따라 방류한다면 한국은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없는 선동으로 우리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 해수부, 오염수 방류는 불가피한 선택…특별법은 반대

해수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입장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발의한 원전 오염수 관련 특별법에는 반대하고 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냐고 생각한다”며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5가지 대안 중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방류를 선택한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해수부의 입장인 셈이다.

이에 비해 국내 어업인 등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에는 반대 입장이다. 송상근 전 해수부 차관은 지난 6월 15일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야당 의원이 발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일본 오염수 방류로 우리 바다가 오염되고 이로 인해 우리의 어업 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을 전제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지난 8월 2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수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원전 오염수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일본이 지난 8월 2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수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원전 오염수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환경단체는 반발, 수산단체는 ‘방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수산단체들은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환경단체만 반발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환경단체들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규탄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기자회견과 집회 등 관련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에 비해 수산업계의 대응은 초라했다.

수협중앙회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를 규탄하거나 명확한 반대목소리를 내는 대신 국내산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 일환으로 수협중앙회는 각 지역에서 수산물 안전 대국민 호소 결의대회를 갖고 국내 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된 이후에도 피해를 입을 어업인에 대한 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수산단체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 역시 마찬가지다. 한수연은 지난해 5월 24일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1년 3개월 동안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물론 한수연은 지난 7월 25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으나 시일이 촉박하다며 이를 지난 8월 4일로 연기했다. 이마저도 잠정 연기를 결정하면서 오염수가 해양방류될 때까지 사실상 방관자의 입장에 서 있었다. 결국 한수연은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인 지난 8월 25일에서야 ‘국민 안전과 건강 위협하는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 규탄’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그쳤다.

한수연은 회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25개의 대책을 마련, 해수부 측에 지난 8월 17일에서야 전달했다. 이마저도 휴업·폐업 어가지원, 어업인 생계안정자금 지원, 수산물 구매보조 지원, 수산물 할인행사 실시, 비축수산물 확대, 수산물 방사능 검사 확대 등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제외하면 기존에 한수연이 정부에 요구하던 사안이었다.

이처럼 규모가 큰 수산단체들이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는데 대해 전국어민회총연맹 측은 수협중앙회가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방조 내지는 묵인한다며 오히려 수협을 규탄하기도 했다.

어민회총연맹은 지난 7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력 규탄하며 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 2년 전 당시 수협중앙회 홍진근 대표이사가 발표한 공식 입장”이라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주한 일본대사관에 항의방문하던 수협중앙회는 어디 갔으며 일본의 오염수를 규탄하던 수협중앙회는 어디 갔나”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어민회총연맹은 “2년 전에는 일본의 오염수를 막아야 하지만 지금의 일본 오염수는 갑자기 안전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 의견수렴도 대책도 없는 조업중단 선언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협중앙회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우리 수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될 경우 조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없었으며 조업중단으로 어업인이 입을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로 복수의 일선 수협에 따르면 수협중앙회가 발표한 조업중단과 관련해 그 취지 등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실제로 상당수의 수협에서 조업 중단과 관련한 내용을 언론보도로 접했다.

일선 수협의 한 관계자는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될 경우 조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걸 뉴스를 보고 처음 접했다”고 당혹감을 표하며 “조업중단 등의 대책에 대해 한차례 설명도 하지 않고, 조합원이 입을 조업손실 보상방안 등도 제시하지 않은 채 누구 마음대로 조업중단을 선언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수협 관계자도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산물만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지난 수개월동안 한마디도 않다가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니 쫓기듯 조업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정상인가”라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면 적어도 수협중앙회 차원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피해보전 대책이라도 확답을 받아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 ‘지금’ 아닌 ‘앞으로’가 더 문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 수산업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3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누출사실을 시인한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80% 가량이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환경운동연합의 발주로 리서치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오염수 방류시 수산물 소비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0%가 줄어들 것으로 답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닌 앞으로의 일이다. 2013년 오염수 누출 당시 수산물 소비위축은 6개월 가량 지속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누출된 것에 그쳤지만 오염수의 방류는 향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해류의 이동경로에 있는 태평양 일대에 위치한 국가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는 수산물이 생산되는 경우다. 이 경우 국내 원양어업 생산물 뿐만 아니라 모든 수산물의 소비가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연근해어선이 어획한 수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된다면 수산업이 궤멸적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즉 언제든 수산물 소비절벽에 직면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로 미래세대의 수산물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수산업계가 직면해야하는 장기적인 위험이다.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급식으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질 경우 미래세대인 영유아와 학생들이 국내산 수산물을 접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식습관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수산물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의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경우 미래 세대의 수산물 기피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수산물은 탄소중립이나 건강한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공급원인만큼 내년에 수립할 제4차 식생활교육기본계획에서 수산물 식생활교육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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