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67.1% 수산물 식생활교육 ‘전무’…교육 예산·지원 대상 확대 필요
영양학적 우수·탄소발생저감 등 건강·환경 측면 모두 유리한 수산식품
유엔영양기구 등서 ‘블루푸드’로 재조명
농식품 분야에 비해 교육 예산·인프라 부족
일본 오염수 방류로 부정적 인식 확산 우려
미래 세대 위한 식생활교육 전략 수립해야

국내 수산식품 소비기반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한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남 당진시 소재 유곡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학교급식 우리 수산물 DAY’가 실시되고 있는 모습.
국내 수산식품 소비기반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한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남 당진시 소재 유곡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학교급식 우리 수산물 DAY’가 실시되고 있는 모습.

 

수산물의 건강·영양적 우수성으로 식생활에서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식생활교육은 농축산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산식품의 식생활교육과 관련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수산물 식생활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세대의 수산물 식생활교육을 위한 정책대안을 살펴본다.

# 왜 식생활교육인가

2006년 6월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참치의 수은오염을 우려하며 소비자들이 참치 통조림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참치의 수은오염과 관련해 영유아와 임신부 등의 수산물 섭취에 대해 검토한 결과 2017년 1월 자녀를 둔 부모와 모유수유중인 여성, 임신부, 임신을 앞둔 여성 등에 몸에 좋고 안전한 어류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어류섭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는 참치가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셀레늄 등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많아 수산물을 섭취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치 통조림의 사례처럼 국민의 건강과 영양에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식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식생활교육의 목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에서 수산물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식품의 영양학적 우수성 등으로 유엔영양기구, 국제학술지인 네이쳐(Nature) 등에서는 수산식품을 ‘블루푸드’로 칭하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실제로 수산식품은 건강과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우리 국민의 소득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에서는 비만,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육류섭취량의 증가에 따른 지방 과다섭취와 영양불균형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산물은 돼지고기, 쇠고기에 비해 지방과 열량이 낮은 반면 단백질은 풍부해 급증하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수산식품의 섭취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탄소발생의 저감을 위해서도 수산식품이 유리하기에 식생활에서 사회적 비용을 저감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식생활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수산물 식생활교육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식생활교육은 건강, 환경, 배려를 3대 가치로 삼고 있다. 균형잡힌 한국형 식생활을 통해 심신과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자연에 손상을 입히는 일의 최소화, 먹거리 생산자에 대한 배려가 그 중심축이다.

# 인프라 부족한 수산물 식생활교육

우리나라에서 식생활교육은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제정 이후 본격화됐다. 식생활교육지원법에 따라 2010년부터 5년마다 법정계획인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식생활소비급식진흥과가 신설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농식품 분야에서 식생활교육은 꾸준히 이뤄져온 반면 수산식품의 식생활교육은 예산상의 한계 등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올해 식생활교육 예산은 ‘건강한 식생활 확산’ 사업으로 52억5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이에 비해 해수부의 수산물 식생활교육 예산은 ‘어식백세’ 캠페인의 일환으로 편성된 예산 14억1700만 원 중 직접적인 식생활교육사업예산은 1억 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 식생활교육은 법정계획에서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인프라도 부족하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식생활교육기본계획에서도 농업과 환경의 공익적 가치 확산을 전략 중 하나로 설정,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가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되는 초등학교 실과, 중·고등학교의 기술·가정 교과서에서도 식생활교육을 다루는 단원의 내용 대부분이 농산물과 농업을 위주로 하는 반면 수산물과 어업, 어촌은 다루는 사례가 많지 않다. 아울러 농식품분야의 식생활교육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와 지역별 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거버넌스가 체계화돼 있는 반면 수산식품의 식생활교육은 한국수산회 또는 수협중앙회가 추진하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될 뿐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식품부는 2013년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를 전문기관인 식생활교육지원센터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는 식생활교육기본계획에 맞춰 유아기부터 아동, 청소년, 성인, 고령자에 이르는 전 계층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식생활교육을 실시하면서 식생활교육 분야의 노하우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 초·중·고교 92.7%, “수산물 식생활교육 2시간 이내”

각 급 학교의 영양교사들의 다수가 수산물 영양·식생활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반면 초·중·고교 92.7%는 지난해 수산물을 주제로 한 식생활교육을 실시한 시간이 2시간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발주로 이헌동 부경대 교수가 실시한 ‘수산식품의 식생활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초·중·고교에 재직중인 영양교사 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영양교사의 14.7%는 수산식품 식생활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60.7%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난해 수산물을 주제로 한 식생활교육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1%가 없음(0시간)으로 응답했고 25.6%가 1~2시간 가량 실시했다고 답해 전체 학교의 92.7%에서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2시간 이내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현재 수산식품 영양·식생활교육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3.3%가 ‘미흡하다’고 평가했으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학생들이 수산물 교육에 흥미가 없어서’, ‘수산물에 대한 영양·식생활교육 교재·교구 등이 부족해서’, ‘체험교육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등을 꼽았다.

아울러 향후 수산식품 영양·식생활교육에서 중요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9.2%가 수산물의 영양과 균형잡힌 식생활을 1순위로 꼽았고 ‘수산물 요리 및 수산물 섭취법’ 16.9%, ‘지속가능한 수산업과 깨끗한 바다환경’ 14.9%, ‘수산업에 대한 이해 및 어촌체험’ 11.1% 등의 순이었다.

# 수산업 지속가능성 위해 식생활교육 확대돼야

국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식생활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산식품은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공급원이자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연어, 킹크랩, 수입 새우 등 수입수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가 시작되면서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 영유아와 학생들의 국내산 수산물 섭취를 꺼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곧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장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이 갖게된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수산물 식생활교육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특히 내년에 수립하게 될 제4차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에서 수산물 식생활교육을 고도화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우리 수산물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고 단백질 공급원에서의 탄소중립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최근의 소비자들은 수산물 소비가 특정 품목에 편중돼 있고 지역별로 생산되는 수산물과 그 조리법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편”이라며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섭취할 수 있어야 소비가 늘어나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수산물 식생활교육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 모두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헌동 부경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기아 종식과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의 보존 등에 있어 수산식품은 중요성이 매우 크지만 식품정책담론에서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2021년 네이쳐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보다 수생동물의 식품이 영양가가 더 높다는 결과가 제시되는 등 수산물은 양질의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따라서 향후 수산식품의 식생활교육을 위한 기반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며 동시에 학교급식, 지역사회와 연계한 수산물 식생활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초·중·고교 1만1794개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다양한 시설에서 급식이 이뤄지지만 해양수산부의 식생활교육지원사업은 60개소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예산과 지원대상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