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명품남매농장은 이제 5년차이지만 탱글탱글 알이 크고 꽉 찬 샤인머스캣으로 농가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보다 가장 맛있는 상품을 전달하려 애쓴 덕분인 것 같다며 수줍어 하던 박상윤 명품남매농장 대표.

초록빛의 샤인머스캣이 익어가는 경북 김천의 하우스에서 박 대표를 만나 그의 소신과 꿈에 대해 들어봤다.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프로그램 2기에 선정된 박상윤 대표(가운데)가 가족이자 동업자인 오빠, 어머니와 함께 샤인머스캣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프로그램 2기에 선정된 박상윤 대표(가운데)가 가족이자 동업자인 오빠, 어머니와 함께 샤인머스캣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샤인머스캣에 미쳤다’...농사일 흠뻑 매료돼

쟤는 진짜 좋아서, 미쳐서 해요. 농사라는 게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우리 상윤이는 돈을 좇기보다 진짜 샤인머스캣 농사에 흠뻑 빠져서 하거든요. 그러니까 농사의 자도 모르고 뛰어들었어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 같아요.”

김천 명품남매농장에서 만난 어머니 노명옥 씨는 딸 박상윤 대표에 대해 묻자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아직도 앳된 얼굴에 어리게만 느껴지는 딸이 홀로 농사에 발을 딛고 오빠까지 품으며 내실 있게 농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어찌 대견하지 않을까.

박 대표가 처음 전원생활을 하는 부모 곁으로 와 샤인머스캣 농사를 짓겠다 했을 때 부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상학과로 대학에 입학해 영상제작업체 조연출로 2~3편의 작품 제작에도 참여할 정도로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터다.

하지만 박 대표의 결심은 단단했다. 밤샘 작업을 하는 영상 관련 현장직이 몸에 맞는 옷이 아니란 걸 깨닫고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대학 3학년때 농과대학으로 전과했고, 4학년 때에는 포도마이스터의 농장에서 현장학습을 하며 천천히 나만의 농장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는 2018년 김천에 부지를 매입해 본격적인 샤인머스캣 농사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당시 샤인머스캣이 인기를 끌며 좋은 가격대를 유지해 전망이 좋기도 했고, 포도마이스터를 보며 나도 제대로 한번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혼자보다는 온라인 마케팅회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바이럴 마케터로 일하고 있던 오빠의 능력을 활용해 더 멋지게 농장을 키워나갈 수 있단 생각이 들어 질긴 설득 끝에 오빠도 포섭했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 남매 추구 방향 달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

명품남매농장이라는 농장명에서도 알 수 있듯 박 대표는 오빠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빠인 박상우 씨는 박 대표의 든든한 동업자이자 조력자다. 둘 다 농사가 처음이고 가족이다보니 매일 다툰다고 할 정도로 자주 부딪히지만 박 대표는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저는 소비자에게 늘 맛있는 샤인머스캣을 제공하는 게 1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오빠는 무엇이든 외형을 갖추고 상품성 있게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품질과 상품성, 추구하는 기준과 방향이 다른 건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어느 정도 보완되는 측면이 있어요.”

샤인머스캣은 2kg 상자에 3송이, 또는 4kg5송이로 상품을 구성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명품남매농장은 2kg 상자에 다양한 크기의 샤인머스캣 4~5송이로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이도 치열한 논쟁 아닌 논쟁의 결과다. 작지만 맛있게, 그러나 상품성 있게 구성하자는 나름의 절충안이다.

과거 박 대표의 오빠는 주로 해외에 거주 중인 한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상품들을 홍보하는 중국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일하며 우리 농산물 수출 경험도 쌓았다. 그러던 중 마침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기 어려워졌고 오빠의 경험이 농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박 대표가 여러 번 설득한 끝에 함께 농장을 운영하게 됐다.

아직은 수확 물량이 작아 수출을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재배 면적을 늘려 수확량이 많아지면 수출도 시작할 생각이다. 그때는 재배에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는 박 대표와 수출과 국내 유통에 밝은 오빠가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품남매농장에서 생산된 샤인머스캣의 모습
명품남매농장에서 생산된 샤인머스캣의 모습

 

# 농어촌민박·체험농장·카페 엮은 관광상품 개발 목표

명품남매농장은 2020년 재배면적 1322(400), 생산량 3톤에서 시작해 지난해에는 3306(1000), 9톤으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재배면적이 2.5배 늘어나는 동안 생산량은 3배가 늘었으니 그만큼 재배기술도 한층 발전했단 방증일 게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대표는 초기 투입 자금이 부족해 빚을 많이 짊어지고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아직은 늘 경영 부담이 있다올해 욕심을 내 가지에 과실을 너무 많이 달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실패를 맛보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상윤 대표가 신젠타코리아의 김규동 팀장과 함께 샤인머스캣을 들여다보며 재배와 병해충 관리 요령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박상윤 대표가 신젠타코리아의 김규동 팀장과 함께 샤인머스캣을 들여다보며 재배와 병해충 관리 요령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병해충 관리에 있어서도 다시 한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젠타코리아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에 신젠타 청년농업인 프로그램 2기에 선정되면서 작물보호제 지원은 물론 기술 전문가들로부터 작용기작도 상세히 설명을 들으며 내가 쓰는 약제를 한번 더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병해충이 발생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예측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데 올해는 김규동 경북지점 기술영업팀장과 함께 상의하고 대응해 나가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초심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건 사업 확장이라는 더 큰 꿈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5년 내에 농어촌 민박과 농장 체험 프로그램, 카페 등을 엮은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겠단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연동형 태양광 비닐하우스로 작년에 김천시 지역특화사업으로 2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정성들여 키운 샤인머스캣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Interview] 김규동 신젠타코리아 경북지점 기술영업팀장


작물보호제는 물론 시비관리·마케팅 정보 공유
좋은 농산물 생산 위해 멘토 역할 최선

김규동 신젠타코리아 경북지점 기술영업팀장
김규동 신젠타코리아 경북지점 기술영업팀장

 

청년농업인들이랑 교류하며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최대한 도움을 주려 하고 있어요. 작물보호제 사용도 중요하지만 시비관리 등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으니까요.”

김규동 신젠타코리아 기술영업팀장은 지역농협 경제사업 파트에서 일하다 지난해 이직해 올해 처음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멘토로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작물보호제뿐만 아니라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며 쌓은 여러 경험들을 청년농업인들과 나누고 있다.

김 팀장은 비료 관리는 티가 안나지만 거듭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결국 한해 농사를 망치게 돼 중요하게 조언하는 부분이라며 마케팅 관련해서도 여러 농가들을 둘러보며 여기저기에서 얻는 정보들을 공유하며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소속된 신젠타코리아 경북지점은 이번 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관련 지원에 다른 지역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올해 선정된 2기 경북 지역 참가자들과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작물 재배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팀장은 젊은 농업인들이 모이다보니 작물이 달라도 농업 경영 등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 유익한 자리가 됐다신젠타 청년농업인 네트워크가 청년 농업인들의 시너지를 높이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경북지점과 함께 멘토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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