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절감·채권회수에 매몰돼 시장점유율 '급락'…영업기반 무너질라

 

수협사료의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협사료의 경쟁력도 약해지고 있다. 수협사료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민간 사료회사를 견제해야하지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한 실정이다. 본지가 입수한 2023년도 종합감사결과 조치요구서를 바탕으로 수협사료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 무력화된 준법감시기능
  수협사료의 문제점으로는 준법감시기능이 무력화됐다는 점이 지목된다. 수협사료는 2020년과 2021년 실시된 수협중앙회 특별감사 당시 감사 또는 준법감시기능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 이에 준법감시실장을 채용·운영했으나 준법감시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두지 않은 채 준법감시실장으로만 1년간 준법감시실을 운영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3월 준법감시실장이 계약만료로 인해 퇴직한 후 아무런 이유없이 준법감시실장을 채용하거나 임명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공석으로 두고 있다. 
  내부조직간 상호견제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수협사료는 2020년 열린 이사회에서 전무 직제를 폐지하는 대신 경영전략상무와 생산기술상무의 복수 상무 직제로 개편, 경영부문과 생산·판매부문이 경쟁하는 동시에 상호견제를 할 수 있도록 직제를 개편한 바 있다. 이같은 취지에도 생산기술상무와 경영전략상무를 동일인이 겸직하도록 운영해 내부조직간 견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준법감시기능이 무력화되고 조직 내부의 상호견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운영되면서 조직의 파행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조형찬 수협사료 대표이사는 특정인을 승진시키고자 내부 규정을 소급해 개정하고 인사위원회가 의결한 승진후보자 추천 명단에서 임의로 특정인을 제외시키는 등 인사권을 남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미한 사안에 대해 관련자의 해명을 듣고자 제출받는 시말서 또는 경위서를 별도의 기준 없이 대표이사가 주관적 판단으로만 제출받고 그 내용 역시 대표이사의 지시에 의해 반성문 형식으로 제출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게 감사조치요구서의 지적이다.

  # 직원 수당 줄여 낸 당기순이익
  최근 수년간 수협사료는 기술력이나 영업력이 아닌 직원들의 수당을 줄여 경비를 절감, 당기순이익을 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협사료는 2016년 열린 이사회에서 부서별 목표를 부여하고 실적 평가점수에 따라 성과수당을 지급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이는 경영성과 달성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가 취임한 2021년부터는 성과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최근 3년간 약 1억7700만 원의 성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성과수당이 모든 직원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5개 부서 중 고객지원부에만 지급기준액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12개월에 나눠 매달 성과수당으로 지급, 직원간 급여차가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료 생산을 위한 원료 하역작업에 사무직원을 동원하고도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협사료의 사무직원들은 연간 20회 이상의 하역업무를 수행했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없었다. 또한 직원들은 일과 시간 중 사료 하역업무를 하느라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간외 근무나 휴일근무까지 해야했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수협사료는 2021년 2월 17일부터 지난 3월까지 1억7000만 원 가량의 하역비를 절감했다. 특히 2021년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무직원들에게 하역업무를 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의 의견이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수협사료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2020년 355억원의 매출에도 1억2600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95억원의 매출로 8억7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지난해에는 348억원의 매출로 7억1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 하락하는 시장점유율
  수협사료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장점유율의 하락이다. 수협사료는 기존 공장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공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수협사료의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공장의 이전이 쉽지 않다. 
  실제로 수협에 따르면 2018년 생산량 1만9118톤으로 12.3%를 기록했던 수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생산량 1만7871톤, 시장점유율 10.6%로 하락했고 2021년에는 1만4273톤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시장점유율이 7.8%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소폭 늘어난 1만6561톤을 기록하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은 9.2%에 그쳤다.
  더욱 문제는 지난해에 기록한 1만6561톤의 생산량 중 1200톤 가량이 타 사료사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상품(OEM)이라는 점이다. 수협사료와 OEM 계약을 체결한 동원팜스는 양어용 배합사료 공장도 없지만 수협사료와의 OEM계약 덕에 지난해 기준 1192톤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양어용 배합사료 시장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다. 

  # 책임지지 않는 경영진
  수협사료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2021년 취임한 조 대표는 부산공동어시장 근무 경력밖에 없기에 취임 당시부터 배합사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대표이사가 취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장치산업인 배합사료산업과 부산공동어시장의 수산물 유통업은 그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취임 이후 ‘채권 회수’에 집중하면서 영업력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협사료에 근무했던 A씨는 “사료산업은 장치산업으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영업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려 원료비와 사료생산비를 절감,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데 조 대표는 취임 이후 경비절감과 채권회수에만 집중했다”며 “정원을 줄이고 간부직원을 줄여 비용을 줄인다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표가 규정을 위반해도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데 주주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 것이 수협사료의 현실”이라며 “대표이사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대주주는 이를 사실상 방관했으면서 막상 영업실적이 악화되면 결국 시키는 대로 일한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 희생을 강요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두영 수협중앙회 경영지원부장은 “올해 실시된 수협사료에 대한 종합감사는 수협사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다른 해에 비해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실시됐다”며 “내년에는 수협중앙회 차원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 자회사들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경영컨설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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