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소멸위기 심화…여성어업인 발굴·육성해 성공모델 만들어 나가야
수산물 생산·가공·판매 등 나설 수 있게 교육내실화와 재원마련 필요

본지는 여성어업인의 발굴·육성을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권역별 좌담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권역별 좌담회 전경.
본지는 여성어업인의 발굴·육성을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권역별 좌담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권역별 좌담회 전경.

 

어촌사회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어촌지역 산업의 무게중심이 노동집약적인 어업에서 수산물 유통·가공·어촌관광·서비스 업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여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굴하식수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1월 10일 09:30

△장소 :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협 대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이둘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사무총장, 김미현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 총무, 최봉화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남지역 부회장, 이영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부산시분회장, 최선애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경남지역 부회장, 김성연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통영분회장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주제발표] 어촌시대,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여성어업인, 생산보다 유통·가공·판매 영역에서 두각…수산물 부가가치 지역공동체와 나눌 수 있을 것”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어업인들의 47.6%는 의사결정시 가구원의 의견을 더 반영하지만 남성어업인은 54.4%가 본인이 모두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어촌사회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어촌사회는 과거 노동집약적인 어업이 중심이 됐지만 현재는 산업의 중심이 어업이 아닌 수산물 유통·가공·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도 이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본 츠노시마 지역의 무로츠어업협동조합 여성부에서는 도시락, 반찬류 등의 가공식품을 개발·판매하고 요리교실을 통해 수산물 식재료와 식문화를 보급해 여성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유스어협여성부에서는 이동조리판매차를 이용한 이동판매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동시에 판매를 이끌어내 800만 엔의 매출을 올리고 28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EU에서는 지역활동가(FLAGs)를 통해 현장을 밀착해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꾸리마(Currimar)가 유럽 23개국에 판로를 개척했다. 꾸리마는 전통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는 혁신과 어머니의 손맛, 향수를 브랜드가치로 해 발전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어촌계나 울산 북구 우가어촌계, 충남 서산시 중리어촌계 등에서는 여성어업인이 중심이 된 비즈니스모델을 태동시키고 있다. 어달어촌계에서는 어달항영어조합법인을 설립,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월 매출이 예비운영단계에서 15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충남 서산시의 중리어촌계는 여성어업인들이 감태를 채취하고 이를 지역의 어촌계의 영어조합법인에 판매한다. 또한 어촌계 영어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가공시설 등에서 직접 근무하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어촌계와 여성어업인들 모두가 지역의 성장을 견인해나가고 있다.

국내외의 사례를 볼 때 수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여성의 역할은 생산영역보다는 유통·가공·판매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기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여성어업인들이 수행하면 지역 내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여성어업인들과 지역공동체가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좌담회는 어촌에서 여성이 느끼는 어려운 점과 여성어업인 정책의 개선과제와 지원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 우리 어촌에서 여성어업인의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좌장] 박상우 부장=정부에서도 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간의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책과 그렇지 못한 정책이 있을 것이다. 이번 권역별 좌담회는 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해양수산부의 여성어업인 육성·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얘기하는 자리다. 오늘 제시한 의견들을 종합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성어업인 지원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성연 분회장=결혼을 하고 30여년간 어업을 했다. 이 기간동안 여성이 느끼는 어려운 점은 어업과 집안일을 함께 해야한다는 것이다. 바다에 가서 5~6시간 정도 조업을 하고 집에 가면 집안일을 해야한다. 가족끼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도 있고 자녀들과 함께 사는 집도 있어 집안일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여성어업인이 어촌에서 어업인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업과 집안일을 함께 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김미현 총무=여성어업인들은 어촌사회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 청년들은 귀어·귀촌을 하면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오지만 여성들의 대부분은 가업을 물려받거나 결혼 후 남편이 하는 일을 함께 하기에 여성어업인 스스로도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여성어업인이 사업의 주체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수산물 생산 또는 가공, 관광서비스 등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여성어업인들이 수산물 생산과 가공, 판매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해수부에서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고 하는데 이 중 일부의 예산을 활용해 여성어업인이 생산한 수산물 가공품을 홍보·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어업인이 수산물가공품을 판매하면서 고객과 소통하다보면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어떤 상품을 개발해야할지, 지역의 어떤 자원을 활용해야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둘순 사무총장=어촌사회에서는 여성들이 경영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선 수협에서 이사회나 대의원을 선출할 때 여성어업인이 선출되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여성이 조합 등의 이사나 대의원으로 선출되더라도 어성어업인들은 남성들의 눈칫밥을 먹게 된다. 어촌사회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어선어업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성들의 역할이 많은 갯벌어업에 비해 더 위축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일하는 만큼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성어업인은 여성농업인에 비해서도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이영순 분회장=어촌사회에서 여성들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만큼 남성중심적으로 운영되는 어촌사회의 분위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둘순 사무총장의 말처럼 여성어업인들은 지역에서 조합이나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어촌계장 선거에서도 여성을 추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어촌계나 수협의 대의원으로 나서겠다고 해도 남성들이 너무 많아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인식이 어촌사회의 저변에 깔린 인식이다. 여성어업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부산에서도 해녀들이 활동하는데 젊은 사람을 유입시킬 수 있을 정도의 혜택은 없다. 1년에 해녀복 한 벌 주는 것이 거의 전부다. 여성어업인들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좌장] 박상우 부장=여성어업인을 위한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로 보인다. 여성어업인의 날 기념식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어업인으로써 내야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냥 시상을 하는 하나의 행사처럼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있다. 여성어업인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어업인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봉화 부회장=여성 조합원이 적은 것은 확실히 문제다. 여성들은 어업을 하지만 조합원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여성농업인연합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농업에 비해 수산업 쪽은 조직화가 덜 돼 있다. 농업분야에서 하고 있는 사업 등을 한여련에 건의를 하기도 한다. 여성어업인을 조직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여성어업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진짜 여성어업인에게 필요한 교육인지는 의문이다. 웃음치료 등을 하는데 이런거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교육이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변해야한다.

△최선애 부회장=여성어업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지역별 특화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교육을 해도 지역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지역별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수원에 20~30명이 모여서 하는 교육이다. 서해는 갯벌어업, 동해나 제주는 해녀 또는 어선어업을 하는 등 지역별로 여성이 종사하는 어업의 특성이 다 다르다. 그런데 전국 각지의 여성어업인을 한자리에 모아 교육하는 것은 예산의 낭비다. 여성들의 어촌비즈니스를 육성하려면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교육을 해야한다.

△이둘순 사무총장=여성들의 조직화를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필요하다. 회비가 없고 회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게 되면 단합이 잘 안된다. 거제지역은 내가 우리 집에서 모임을 갖고 활동을 하기에 부담이 덜한데 그렇지 않은 지역은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연합회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산물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은 현행 법령상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어패류 등 수산물은 유통기한이 짧아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로 젓갈 등 가공식품을 만들려면 허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자격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어업인이 모여 신규사업을 발굴하려해도 인허가절차 등을 감안하면 어촌에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성연 분회장=수협을 비롯한 수산업 관련 업·단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으로는 연합회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 수협에서 일정하게 지원을 하기에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여련의 각 분회에서는 김장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촌사회에서는 혼자 살면서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분회에서 김장을 500포기만 하려고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마저도 관내 지역을 다 챙기기는 어렵다.

△김미현 총무=여성어업인연합회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은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지역내 봉사활동 등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어촌의 정주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나 여성어업인의 권익신장, 여성들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사업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좌장] 박상우 부장=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촌의 소멸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의 활력을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을 발굴하고 육성해 성공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신규 여성어업인이 육성되려면 좋은 모델을 바탕으로 여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다는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린다면 아무도 어촌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좌담회에서 제시해준 의견과 향후 이뤄질 좌담회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 여성어업인 육성에 필요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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