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보조적 역할 아닌 어촌비즈니스 적극 참여 위한 지원정책 필요

 

어촌사회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어촌사회의 의사결정 등에서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어촌의 산업구조 변화로 여성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여성들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확립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 어촌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20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수협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1월 20일 10:00~12:00

△장소 : 서귀포수협 대강당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김향숙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제주지역 부회장, 김미정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서귀포분회 사무국장, 임미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서귀포분회 부회장, 윤애자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서귀포분회 감사, 나순심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모슬포분회장, 박영희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모슬포분회 부회장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수산업이 위축되고 어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여성어업인을 위해서도 여성어업인들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과제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향숙 부회장=과거에는 남성들만으로 어업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남자들만으로도 못하고 여자들만으로도 못한다. 특히 최근 선원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선원관리가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됐는데 남자들이 이런 문제에서 조금 취약하다. 그래서 여성들이 선원관리 등 육상에서 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이나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윤애자 감사=제주지역의 어촌계에서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수협이나 어촌계에서 이사 등 임원직책을 맡는 것은 주로 남성들이다. 이는 여성어업인의 다수가 해녀이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물질과 집안일 등을 함께 하다보니 어촌계나 수협 등을 위한 외부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어촌계나 수협 등이 남성위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순심 분회장=어촌계는 해녀로 주로 구성되고 수협들은 선주들이 주를 이룬다. 모슬포의 경우 여성어업인들이 수협 등에서 임원을 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임원이 된다해도 남성들과 일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예전에 대의원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의견을 제시한다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혼자서 많은 주장을 했었지만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그만두게 됐다. 이런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김미정 사무국장=서귀포수협은 여성조합장이 취임을 하면서 여성어업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대의원회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이 늘고 있다. 여성어업인들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여성어업인에 대한 처우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영희 부회장=어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키우려면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의 각 분회들이 봉사활동의 영역에서 벗어나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여성어업인들을 어업의 보조적인 역할 정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지금의 역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해야한다.

△임미순 부회장=여성어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공익직불금을 지원하고는 있는데 1년에 한번 120만 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에 따라 주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여성들이 어촌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안정돼야 하는데 공익직불금에서도 지역별로 차등이 생기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

△[좌장] 박상우 부장=어촌비즈니스 등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여성들이 어촌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김미정 사무국장=여성어업인이 교육과 컨설팅, 그리고 수산물 판매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여성어업인을 대상으로 일정한 교육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창업 등을 위한 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교육이 어촌의 여건과 너무 동떨어져있는 내용이 많은 터라 현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것이 많다. 여성들이 소규모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현장밀착형의 교육·컨설팅이 이뤄진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 등에 여성어업인을 위한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노량진에서 열린 수산물 대축제에서 지역 수산물을 홍보·판매할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여성어업인들이 소비자들과의 접점에서 판매도 하고 대화를 나눠보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모델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희 부회장=여성어업인이 생산한 수산물을 직접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에서도 해녀축제 등에서 여성들이 직접 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여성어업인간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전남 고흥군수협과 자매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오가며 교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김향숙 부회장=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여성어업인연합회는 일선 수협의 산하에 있던 봉사활동단체를 모태로 하다보니 회원들의 관심사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집중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어업인이 어느날 갑자기 사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어촌의 주민들이 고령화된 상황이고 40~50대도 사실상 몇 명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어촌현장에서 현장에 맞는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박상우 부장=생산중심의 어업으로만 보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하지만 어촌에서 이뤄지는 수산물 유통이나 가공, 판매 등의 측면으로 보면 여성의 비중이 70% 이상이다.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지금의 여성어업인들은 미래의 국내 여성어업인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어업인들이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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